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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경호(프란치스코) OFM

~ 성 필립보와 성 야고보 사도 축일 - 길이신 예수님을 따르는 십자가 사랑의 길 / 기경호 신부님 ~

길이신 예수님을 따르는 십자가 사랑의 길


 
“나를 본 사람은 곧 아버지를 뵌 것이다.”(요한 14,9)
 


성 필립보와 성 야고보 사도 축일/ 1코린 15,1-8; 요한 14,6-14
 

예수님께서는 수난 당하고 죽으실 것을 제자들에게 알려주시고, 최후만찬에서 사랑을 보여주시면서 제자들의 배반을 예고하십니다. 이어 “너희는 내가 어디로 가는지 그 길을 알고 있다.”(14,4)고 하시자, 토마스가 “저희는 주님께서 어디로 가시는지 알지도 못하는데, 어떻게 그 길을 알 수 있겠습니까?”(14,5) 하고 묻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의 눈을 뜨게 해주시려고 말씀하십니다.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14,6) 예수님이 바로 아버지께로 가는 길이며, 진리요 생명의 길인 십자가의 길을 통해 하느님과의 일치에 이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토마스는 예수님이 가시는 길이 어떤 길이며, 어떻게 가야 하는지도 몰랐던 것입니다.

예수님은 진리이십니다. 진리는 우리의 생각이나 덕행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예수님을 통해 주시는 선물입니다. 따라서 이런 진리 안에 머무르려면, 자신을 하느님께 의탁하고 말씀을 경청하는 겸손한 자세를 지녀야 합니다. 참 신앙인은 세상의 헛되고 상대적인 지식이 아니라 하느님의 절대 진리를 추구합니다.

또한 예수님은 살을 취하여 사람이 되신 하느님의 영원한 생명이십니다. 이 생명은 하느님의 인간을 향한 한없는 사랑의 숨결입니다. 그 생명은 생명을 이어가기 위해 죽음까지도 받아들인, ‘죽음보다 더 강한 사랑’이요, 영원으로 이어지는 생생한 의식의 강입니다. 예수님을 통해 드러난 하느님의 생명은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관통하는 참 지혜를 불러일으키는 바람입니다.

예수님께서 “나를 통하지 않고서는 아무도 아버지께 갈 수 없다.”(14,7)고 하시자, 필립보가 예수님께, “저희가 아버지를 뵙게 해 주십시오. 저희에게는 그것으로 충분하겠습니다.”(16,8) 하고 말씀드립니다. 예수님께서 그에게 “내가 이토록 오랫동안 너희와 함께 지냈는데도, 너는 나를 모른다는 말이냐?”(14,9) 하십니다. 길이신 예수님 곁에 있어야 길을 헤매지 않고 구원의 길로 갈 수 있다는 말씀입니다.

이어 예수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십니다. "나를 본 사람은 곧 아버지를 뵌 것이다. 내가 아버지 안에 있고 아버지께서 내 안에 계시다고 한 말을 믿어라. 믿지 못하겠거든 이 일들을 보아서라도 믿어라.”(14,6,9.11) 하느님을 품지 않고는 하느님의 일을 할 수 없지요. 하느님의 자비와 선, 자유와 평화, 정의가 드러나고 공유되는 일에는 하느님이 계십니다. 그렇게 예수님을 믿는 사람은 하느님의 일을 하게 되고(14,12), 그 일을 통해 주님을 뵙게 됩니다. 그것이 우리가 찾는 행복입니다.

우리는 예수님 안에서 아버지 하느님께로 가는 길을 찾고 있습니까? 그것은 치열한 사색이나 관념의 유희를 통해서는 어림도 없는 일이지요. 길이신 예수님을 통째로 받아들여 내 삶으로 삼을 때만이 가능할 것입니다. 나는 어디에 뿌리를 두고 판단과 결정, 말과 행동을 하며, 왜 무엇을 향해 인생길을 걷고 있습니까?

예수님을 하느님께로 가는 유일하고 확실한 길이라 믿는다면, 그분처럼 말하고 생각하고 행동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하느님의 진리와 생명을 추구하며, 예수님처럼 십자가의 길을 피해가지 말아야 합니다. 십자가길은 개인적 고행의 길이 아닙니다. 그 길은 사랑 때문에, 기꺼이 희생하고 죽는 길이지요.

길이신 예수님을 따라가는 길은, 불의에 맞서는 길이요, 정의를 위한 투신을 통해 사랑에 이르고 모두가 하느님의 선 안에 머물 수 있도록 이어주는 사회적 사랑의 길입니다. 따라서 예수님을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라고 고백하는 우리는, 길이신 예수님을 바라보고 알아보며, 예수님처럼 하느님의 자비와 정의, 진리와 생명을 위해 기꺼이 헌신하고 목숨을 내어놓을 수 있어야겠습니다.

예수님 곁을 떠나서, 또 그분을 바라보지 않고 세상 것에 취해 길을 헤매고 있지 않은지 살피고, 거룩한 사도들과 더불어 암사슴이 시냇물을 그리워하듯 하느님을 목말라 하는 거룩한 갈망을 채우는 오늘이었으면 합니다.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