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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욱현 신부님

~ 연중 제 9주간 토요일 / 조욱현 신부님 ~

연중 제9주 토요일

 

복음마르 12,38-44: 과부의 헌금

 

예수께서는 먼저 율법학자들을 조심하라고 하신다그들은 율법을 중요하게 여기고 실천하지만외적인 것에 더 큰 관심을 기울인다그들은 장터에서 인사받기를 좋아하고 잔칫집에서 윗자리에 앉는 것에 더 신경을 쓴다고 하시며 과부들의 가산을 등쳐먹으면서도 남에게 보이려고 기도는 길게 한다고 하신다내적인 것에 관심이 없고 껍데기에만 신경 쓰는 그들의 불행을 말씀하신다.

 

예루살렘 성전 안에는 부인들을 위해 마련된 13개의 헌금 궤가 있다그것들은 매일 드리는 제물이나 성전의 비용을 위한 헌금 궤이다많은 사람이 상당한 액수의 헌금을 하였다그런데 한 과부는 동전 한 닢에 해당하는 렙톤을 헌금 궤에 넣었고예수께서는 그 과부를 칭찬하셨다그것은 그 과부가 자신이 가지고 있던 것을 모두 희생하고 바쳤다는 데 그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 과부의 헌금에 관한 이야기는 신학적으로 더 풍부한 의미를 담고 있다무엇보다도 과부의 동전에 관한 이야기가 율법학자들에 대한 가혹한 표현과 직접 연결되고 있다는 점이다그들은 신앙생활을 겉꾸미는 신앙생활을 하면서 남에게 대우받기를 원하면서도 뒤로는 “과부들의 가산을 등쳐먹는다.(40). 이렇게 위선에 가득 찬 율법학자들과 단순하고도 충만한 과부의 믿음을 비교하고 있다그 과부는 생계를 꾸려나가기 위하여 꼭 필요한 것까지도 바쳤다.

 

과부의 헌금은 그 무게가 아니라 그것을 봉헌한 선한 마음으로 재어진다즉 예수께서는 과부가 봉헌한 돈의 양에는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시고그 여인의 아낌없는 마음만 보셨다얼마 안 되는 것으로 최선을 다하여 충실히 응답하는 이들은더 많은 것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한 귀퉁이만으로 응답하는 이들보다 더 깊은 신앙을 표현하는 것이다마르코는 은총에 호응하지 못하는 율법학자들과조건 없이 단순하고 기꺼운 마음으로 응답하는 과부를 비교하고 있다.

 

자선을 베푸는 데 필요한 것은 마음가짐뿐이다비록 지독하게 가난한 사람들 틈에서 살아가면서도 동전 두 닢을 넣는다면 우리는 힘자라는 대로 모든 일을 다 한 것이다보리빵 한 조각밖에 없으면서도 그것을 나눈다면 우리는 자선 행위의 가장 중요한 것을 행하는 것이다가난한 사람이 냉수 한 잔으로 하늘나라를 얻는 것과 같으니 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오늘 헌금을 한 과부의 모습을 통하여 자비로운 마음과 믿는 마음을 즉 신앙으로 자기의 모든 것을 바친 것과 하느님 아버지의 뜻을 따라 당신의 모든 것을 즉 당신 자신을 온전히 바치신 예수 그리스도를 볼 수 있어야 한다그리스도의 사제직에 참여한다는 것은바로 나 자신을 온전히 하느님께 봉헌할 수 있는 삶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을 오늘의 독서를 통해서 우리는 알아들을 수 있어야 한다이러한 자비로운 마음과 신앙을 우리에게 주시도록 청하여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