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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경호(프란치스코) OFM

~ 연중 제 10주간 목요일 - 한 걸음 더 나아가는 영성 생활 / 기경호 신부님 ~

한걸음 더 나아가는 영성생활

 

 

 

“너희의 의로움이 그들의 의로움을 능가하지 않으면, 결코 하늘나라에 들어가지 못할 것이다.”(마태 5,20)

 

 

연중 10주 목요일  마태 5,20-26

 

예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너희의 의로움이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의 의로움을 능가하지 않으면, 결코 하늘나라에 들어가지 못할 것이다.”(5,20) 곧 살인하지 말라는 십계명(탈출 20,13) 준수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분노, 증오, 멸시, 혐오(집회 28,11)와 같은 더 작은 것들도 삼가, 하느님의 뜻을 따라야 한다는 것입니다.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은 율법을 중요하게 여겼기에 엄격하게 지켰습니다. 율법에 정해진 것을 지키면 의로워진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위선과 형식주의에 빠져버렸습니다. 그들은 안이함에 젖어 정해진 최소한의 것을 지키는 것으로 만족하였고, 하느님이 아닌 자신을 드러내고 섬기는 착각을 하였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나의 기준과 가치판단에 따라 얻어지는 바리사이의 의로움을 넘어서라 하십니다. 그 의로움은 하느님에게서 오는 의로움으로서 예수님께서 사랑으로 완성하고자 하시는 율법에 대한 제자들의 충실성을 가리킵니다. 그것은 종말 구원을 뜻하지 않고 사회 정의만도 아닙니다. 그것은 정의의 뿌리가 되는 '행위의 의로움'이요, 사랑 실천으로 드러나는 의로움입니다.

따라서 바리사이의 의로움을 능가하려면, 살인과 같은 큰 잘못을 하지 않는데 그쳐서는 안 될 것입니다. 또 문자로 표현된 말씀이나 율법규정을 지키는 것으로 만족할 것이 아니라, 문자의 정신인 자비와 선을 섬세하게 살아내도록 힘써야겠지요.

예수님의 제자들은 의로움을 안고 자비를 향하여 ‘한걸음 더 나아가야’ 합니다. 살인하지 않는 것으로 만족할 것이 아니라 말로도 상처를 주지 말아야 합니다. 형제에게 분노하거나 '머리가 텅빈 사람', '하느님도 모르는 사람'이라 욕하지 말아야 합니다. 주님께 드리는 경배도 중요하지만 먼저 형제와 화해해야 합니다.

진정한 의로움은 영(靈)이신 주님의 자비로부터 우러나옵니다. 사랑하지 않고, 화해하지도 않고, 마음에 미움의 그림자를 지니고 있으면서 의로움의 집으로 들어갈 수 없을 것입니다. "주님의 영이 계신 곳에는 자유가 있습니다.”(2코린 3,17) 그러나 “이 세상의 신은 불신자들의 마음을 어둡게 하여, 그리스도의 영광을 선포하는 복음의 빛을 보지 못하게 합니다.”(4,4)

우리는 그렇게 주님의 영과 세상의 신(神)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곤 합니다. 세상 신들의 유혹과 불신과 불의의 손길을 쉽게 뿌리치지 못하지요. 그래서 의로움을 향해 한걸음 더 나아가지 못하고 뒷걸음질 치거나 제자리에 머뭅니다. 사랑 실천이나 정의를 추구함에 있어서도 소극적인 태도를 보입니다. 이 정도면 그럭저럭 잘 살고 있다고 스스로를 합리화하고 자만자족하며 살아갑니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성경의 문자에 갇혀 몇 가지를 실행하는 것으로 만족해서는 안 됩니다. 악을 행하지 않고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것에 안주하지 말고, 좀 더 적극적으로 응답하며 하느님께 나아가야겠지요. 지금보다 더 헌신적으로 서로를 섬기고, 불평등의 해소를 위해 더 적극적으로 연대하고 행동해야 합니다.

심판을 피하거나 규정의 완벽한 준수를 위해서가 아니라, 사랑을 위하여 한걸음 더 나아가도록 힘써야 할 것입니다. 위선과 형식의 너울을 과감히 벗어던지고, 세상 신의 저항에 적극적으로 맞서야겠습니다. 섬세한 사랑과 민감한 영적 감각으로, 율법을 완성하기 위하여 의로우신 주님께 한걸음 더 나아가는 우리이길 희망합니다.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