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8일 연중 제25주간 목요일
제1독서
<집을 지어라. 그러면 나는 그 집을 기꺼이 여기리라.>
▥ 하까이 예언서의 시작입니다.1,1-8
1 다리우스 임금 제이년 여섯째 달 초하룻날,
주님의 말씀이 하까이 예언자를 통하여
스알티엘의 아들 즈루빠벨 유다 총독과
여호차닥의 아들 예수아 대사제에게 내렸다.
2 만군의 주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신다.
“이 백성은 ‘주님의 집을 지을 때가 되지 않았다.’고 말한다.”
3 주님의 말씀이 하까이 예언자를 통하여 내렸다.
4 “주님의 집이 무너져 있는데 너희가 지금 판벽으로 된 집에서 살 때냐?
5 ─ 만군의 주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신다. ─ 너희가 살아온 길을 돌이켜 보아라.
6 씨앗을 많이 뿌려도 얼마 거두지 못하고 먹어도 배부르지 않으며
마셔도 만족하지 못하고 입어도 따뜻하지 않으며
품팔이꾼이 품삯을 받아도 구멍 난 주머니에 넣는 꼴이다.
7 ─ 만군의 주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신다. ─ 너희가 살아온 길을 돌이켜 보아라.
8 너희는 산에 올라가서 나무를 가져다가 집을 지어라.
그러면 나는 그 집을 기꺼이 여기고 그것으로 영광을 받으리라.
─ 주님께서 말씀하신다. ─”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요한은 내가 목을 베었는데, 소문에 들리는 이 사람은 누구인가?>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9,7-9
그때에 헤로데 영주는 예수님께서 하신 7 모든 일을 전해 듣고 몹시 당황하였다.
더러는 “요한이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되살아났다.” 하고,
8 더러는 “엘리야가 나타났다.” 하는가 하면,
또 어떤 이들은 “옛 예언자 한 분이 다시 살아났다.” 하였기 때문이다.
9 그래서 헤로데는 이렇게 말하였다.
“요한은 내가 목을 베었는데, 소문에 들리는 이 사람은 누구인가?”
그러면서 그는 예수님을 만나 보려고 하였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오늘 미사의 말씀은 본질을 잡으라고 촉구하십니다.
"헤로데 영주는 예수님께서 하신 모든 일을 전해 듣고 몹시 당황하였다."(루카 9,7)
예수님에 대한 소문이 헤로데의 귀에까지 들어가자 그가 몹시 당황합니다. 자기가 목을 벤 세례자 요한이 다시 살아난 건 아닌지 걱정하는 것으로 보아 두려움이 영 없지 않은 것 같기도 하지요. 예수님의 인격과 가르침, 구마와 치유에 대한 백성의 놀라움, 기대, 희망이 헤로데에게는 썩 달갑지 않아 보입니다.
"'이 사람은 누구인가?' 그러면서 그는 예수님을 만나보려 하였다."(루카 9,9)
헤로데의 물음은, 하지만 진정한 앎을 향하고 있지 않습니다. 누군가를 진정으로 알고 싶고 또 만나고 싶다는 건, 그로 인해 자신이 변화되기를 허락하는 모험을 감수하겠다는 용기에서 시작됩니다. 그런데 헤로데에게서는 그런 지향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저 두려움이 더해진 얕은 호기심일 뿐이지요.
제1독서는 주님께서 하까이 예언자를 통해 성전 건립을 재촉하시는 대목입니다.
"너희가 살아온 길을 돌이켜 보아라."(하까 1,5.7)
이 말씀이 두 차례나 반복된 이유는, 성전 건립이라는 절대 과제 앞에서 백성들에게 먼저 지난 삶을 성찰해 보라는 강조하시기 위함입니다. 유배에서 돌아온 뒤 나름 사명감과 열정을 가지고 시작한 성전 건립이었지만, 그리 넉넉지 않은 귀향민들의 재정 형편과 사마리아 주민들의 방해로 중단된 상태였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성전 건립의 재개를 차일피일 미루면서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과 같은, 먹고살기 위한 일상에 매몰되어 버렸지요. 주님은 살아온 길을 돌이켜 보라고 하시면서, "씨앗을 많이 뿌려도 얼마 거두지 못하고, 먹어도 배부르지 않으며, 마셔도 만족하지 못하고, 입어도 따뜻하지 않으며, 품팔이꾼이 품삯을 받아도 구멍 난 주머니에 넣는 꼴"(하까 1,6)이지 않았느냐고 아주 구체적이고 적나라하게 일깨워 주십니다.
"너희는 산에 올라가서 나무를 가져다가 집을 지어라. 그러면 나는 그 집을 기꺼이 여기고 그것으로 영광을 받으리라."(하까 1,8)
주님께서는 더 이상 지체하지 말고 성전을 지으라고 촉구하십니다. 하느님 백성에게 성전을 짓는 일은 자기들의 정체성을 다시 세우고 그분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중요한 일입니다. 이 본질을 외면한 채로는, 아무리 세상사에 혈안이 되어 애를 쓴들 손에 바람을 잡듯 헛수고일 뿐이지요.
"산에 올라가서 나무를 가져다가 집을 지어라."
이 말씀을 재차 음미해 보면, "산"은 하느님 현존의 장소를, "나무"는 생명의 나무인 십자가를 떠올리게 해 줍니다. "집"은 문자적 해석으로는 당시 건립이 시급한 실제의 성전이지만, 그 이면에는 성령의 성전인 우리 존재를 담고 있습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돈도 좋고 인간 관계도 중요하고 신분과 스팩, 커리어도 필요하지만 우리 그리스도인에게는 그게 본질이 아닙니다. 그것들은 존재의 주인이신 분, 그 정수로 들어가는 과정 곳곳에 쌓여 있는 여러 층의 껍질들 정도일 듯합니다. 우리의 과제는 그 껍질들이 주는 풍요와 안위에 취해 거기서 멈추기보다, 그것들을 뚫고 본질로 들어가 거기 계신 주님을 알고 만나고 사랑하고 하나 되는 것입니다.
진정한 신앙은 심리적 두려움이나 기복적 청탁, 얕은 호기심이나 체면치레와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일입니다. 세례를 받고도 구원자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사랑의 갈망 없이 신앙과 데면데면 거리두기를 하고 있다면, 행여 신앙에 물들어 세속적 성공 대열에서 이탈하게 될까 봐 선을 긋고 있다면, 자칫 신앙 때문에 자신이 변화될까 봐 경계하고 있다면 아직 헤로데 차원의 헛된 물음만 남발하고 있는 건지도 모릅니다. 아직 영혼의 성전 건립은 시작조차 못한 거지요.
사랑하는 벗님! 이렇게 날마다 말씀을 중심으로 모이는 우리는 예수님이 어떤 분이신지 진심으로 궁금하고, 그분을 만나 그분 인격에 맞닿고 싶고, 그분과 일치하여 사랑이 되고픈 이들입니다. 이 사랑의 갈망이 나날이 뜨거워지고 열렬하지고 성숙해지길 기원합니다. 생명의 근원이시고 목적이시며 본질이신 분께 매일 조금씩 더,더,더 가까워지고 있는 우리 모두를 축복합니다.
작은형제회 오 상선 바오로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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