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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스테파노) 신부님 말씀 강

~ 연중 제 28주간 금요일 / 양승국 신부님 ~

2023년 10월 20일 연중 제28주간 금요일


복음
<하느님께서는 너희의 머리카락까지 다 세어 두셨다.>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12,1-7
그때에 1 수많은 군중이 모여들어 서로 밟힐 지경이 되었다.
예수님께서는 먼저 제자들에게 말씀하기 시작하셨다.
“바리사이들의 누룩 곧 위선을 조심하여라.
2 숨겨진 것은 드러나기 마련이고 감추어진 것은 알려지기 마련이다.
3 그러므로 너희가 어두운 데에서 한 말을
사람들이 모두 밝은 데에서 들을 것이다.
너희가 골방에서 귀에 대고 속삭인 말은 지붕 위에서 선포될 것이다.
4 나의 벗인 너희에게 말한다.
육신은 죽여도 그 이상 아무것도 못하는 자들을 두려워하지 마라.
5 누구를 두려워해야 할지 너희에게 알려 주겠다.
육신을 죽인 다음 지옥에 던지는 권한을 가지신 분을 두려워하여라.
그렇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바로 그분을 두려워하여라.
6 참새 다섯 마리가 두 닢에 팔리지 않느냐?
그러나 그 가운데 한 마리도 하느님께서 잊지 않으신다.
7 더구나 하느님께서는 너희의 머리카락까지 다 세어 두셨다.
두려워하지 마라. 너희는 수많은 참새보다 더 귀하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내 죄악 내 머리칼보다도 많사오며...


저희 피정 센터를 찾는 형제자매님들 중에, 가끔 레지오나 반모임, 꾸르실료 등 본당 활동 중에 만난 형제자매들이 열두 서너 명 소규모로 피정을 오십니다. 얼마나 분위기가 좋은지 모릅니다. 깨가 쏟아지고 이박삼일이 순식간에 지나갑니다.


다른 것도 아니고 신앙 안에서 만나니 그렇게 우애가 깊은 듯합니다. 친형제 자매 ‘저리 가라.’ 입니다. 세월이 삼십 년 사십 년 흘러도 그 우정은 변함이 없습니다. 이래서 신앙이 좋은 것이로구나 새삼 확인하게 됩니다.


저희 수도 공동체 형제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랜만에 만나면 나이 불문하고 시간이 ‘순삭’입니다. 그동안 겪었던 이런저런 재미있는 이야기들, 그간 갈고 닦은 아재 개그들을 나누다 보면 금방 시계 바늘이 자정을 넘깁니다.


나름 수도 생활 연식이 오래된 형제들끼리 만나면 더 재미있습니다. 솜털이 보송보송하던 꽃미남 젊은 시절의 모습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이제는 영락없는 영감님들입니다.


아랫배도 불룩 튀어나오고, 머리도 희끗희끗, 무엇보다도 제일 큰 관심사요 대화 주제는 현저하게 줄어든 머리카락입니다. 그나마 아슬아슬 남아 있는 서로의 머리숱을 바라보며, ‘관리 좀 하지 어쩌다 이렇게 됐냐?’ ‘이 샴푸를 써보라.’ ‘저 피부과로 가보라.’ 의견이 분분합니다.


현저하게 머리숱이 결핍된 형제 중에 한 분은 대뜸 성경 구절을 들이대며 깔깔 웃습니다. “내 죄악 내 머리칼보다도 많사오며.” 자신은 머리숱이 적으니 그만큼 죄가 적다며, 위안을 삼습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예수님께서는 머리숱에 대해서 말씀하십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하느님께서는 너희의 머리카락까지 다 세어 두셨다. 두려워하지 마라. 너희는 수많은 참새보다 더 귀하다.”


예수님의 이 말씀은 새롭게 풀이하면 이렇습니다.


“그대의 삶은 분명 가치가 있습니다. 그대의 인생은 엄청난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대는 있는 그대로, 살아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내 사랑을 듬뿍 받고 있습니다. 그대는 존귀합니다. 그대는 일어서야 합니다.”


주변을 돌아보니 많은 분들이 힘겹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사방이 높은 벽으로 가로막힌 막다른 골목에 주저앉아 울고 있습니다. 울며 애통해하는데 그 누구 하나 위로하는 사람 없습니다.


예수님의 제자된 우리들, 그분의 사상, 가치관, 행동방식이 삶의 기준이 되어야 할 우리 그리스도인들입니다. 2천년 전 예수님께서 그러셨던 것처럼 손을 내밀어야겠습니다. 따뜻한 위로와 격려를 아끼지 말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