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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경호(프란치스코) OFM

~ 대림 2주간 월요일 / 기경호 신부님 ~

대림 제2주간 월요일 / 35,1-10: 루카 5,17-26 


제1독서
<하느님께서 오시어 너희를 구원하신다.>
▥ 이사야서의 말씀입니다. 35,1-10
1 광야와 메마른 땅은 기뻐하여라. 사막은 즐거워하며 꽃을 피워라. 2 수선화처럼 활짝 피고 즐거워 뛰며 환성을 올려라. 레바논의 영광과, 카르멜과 사론의 영화가 그곳에 내려, 그들이 주님의 영광을, 우리 하느님의 영화를 보리라.
3 너희는 맥 풀린 손에 힘을 불어넣고, 꺾인 무릎에 힘을 돋우어라. 4 마음이 불안한 이들에게 말하여라. “굳세어져라, 두려워하지 마라. 보라, 너희의 하느님을! 복수가 들이닥친다, 하느님의 보복이! 그분께서 오시어 너희를 구원하신다.”
5 그때에 눈먼 이들은 눈이 열리고, 귀먹은 이들은 귀가 열리리라. 6 그때에 다리저는 이는 사슴처럼 뛰고, 말못하는 이의 혀는 환성을 터뜨리리라. 광야에서는 물이 터져 나오고, 사막에서는 냇물이 흐르리라.
7 뜨겁게 타오르던 땅은 늪이 되고, 바싹 마른 땅은 샘터가 되며, 승냥이들이 살던 곳에는 풀 대신 갈대와 왕골이 자라리라.
8 그곳에 큰길이 생겨 ‘거룩한 길’이라 불리리니, 부정한 자는 그곳을 지나지 못하리라. 그분께서 그들을 위해 앞장서 가시니, 바보들도 길을 잃지 않으리라.
9 거기에는 사자도 없고 맹수도 들어서지 못하리라. 그런 것들을 볼 수 없으리라. 구원받은 이들만 그곳을 걸어가고, 10 주님께서 해방시키신 이들만 그리로 돌아오리라. 그들은 환호하며 시온에 들어서리니 끝없는 즐거움이 그들 머리 위에 넘치고, 기쁨과 즐거움이 그들과 함께하여 슬픔과 탄식이 사라지리라.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우리가 오늘 신기한 일을 보았다.>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5,17-26
17 하루는 예수님께서 가르치고 계셨는데, 갈릴래아와 유다의 모든 마을과 예루살렘에서 온 바리사이들과 율법 교사들도 앉아 있었다. 예수님께서는 주님의 힘으로 병을 고쳐 주기도 하셨다.
18 그때에 남자 몇이 중풍에 걸린 어떤 사람을 평상에 누인 채 들고 와서, 예수님 앞으로 들여다 놓으려고 하였다. 19 그러나 군중 때문에 그를 안으로 들일 길이 없어 지붕으로 올라가 기와를 벗겨 내고, 평상에 누인 그 환자를 예수님 앞 한가운데로 내려보냈다. 20 예수님께서 그들의 믿음을 보시고 말씀하셨다. “사람아, 너는 죄를 용서받았다.”
21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은 의아하게 생각하기 시작하였다. ‘저 사람은 누구인데 하느님을 모독하는 말을 하는가? 하느님 한 분 외에 누가 죄를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
22 예수님께서는 그들의 생각을 아시고 대답하셨다. “너희는 어찌하여 마음속으로 의아하게 생각하느냐? 23 ‘너는 죄를 용서받았다.’ 하고 말하는 것과 ‘일어나 걸어가라.’ 하고 말하는 것 가운데에서 어느 쪽이 더 쉬우냐? 24 이제 사람의 아들이 땅에서 죄를 용서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음을 너희가 알게 해 주겠다.” 그러고 나서 중풍에 걸린 이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너에게 말한다. 일어나 네 평상을 가지고 집으로 가거라.”
25 그러자 그는 그들 앞에서 즉시 일어나 자기가 누워 있던 것을 들고, 하느님을 찬양하며 집으로 돌아갔다.
26 이에 모든 사람이 크게 놀라 하느님을 찬양하였다. 그리고 두려움에 차서 “우리가 오늘 신기한 일을 보았다.” 하고 말하였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일어나 네 평상을 가지고 집으로 가거라.”(루카 5,24) 



자유와 해방과 참 행복으로 오시는 주님  


이사야는 하느님께서 오시는 구원의 날을 선포합니다. 주님께서는 이스라엘을 구원하시어 “눈먼 이들은 눈이 열리고, 귀먹은 이들은 귀가 열리며, 다리저는 이는 사슴처럼 뛰고, 말 못하는 이의 혀는 환성을 터뜨리리라. 끝없는 즐거움이 그들 머리 위에 넘치고, 기쁨과 즐거움이 그들과 함께하여 슬픔과 탄식이 사라지리라.”(이사 35,4-5.10) 
 
예수님께서는 자유와 해방과 영원한 생명을 주시려고 오신 메시아이십니다. 그분께서는 소문을 듣고 온 많은 군중들, 바리사이들과 율법 교사들을 가르치시고(루카 5,17), 하느님의 능력으로 병을 고쳐주고 계셨습니다(5,17ㄴ). 이렇게 우리를 행복으로 인도하는 자유와 해방과 참 행복의 문은 늘 열려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그 문 안으로 들어갈 수 있을까요? 자유와 행복은 하느님 편에서 보면 거저 주어지는 선물임이 분명합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아무런 의식도 없이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채 받으려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다음 몇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겠습니다. 
 
자유와 해방의 문으로 들어가려면 먼저 깨어 있어야 합니다. 내가 주님 앞에 있음을 자각하고, 주님께서 사랑 안에서 하나 되기를 원하시며 오심을 알아차리며, 주님이 원하시는 것을 실행하려는 준비를 하는데 집중해야 함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주님께서 내 안에 오시어 활동하시도록 내 이성과 지성의 활동을 멈추고 기다릴 줄 알아야겠지요. 우리는 자신이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일을 위해 몰두하곤 합니다. 나아가 자신의 능력과 창의성을 낭비하며 사람 냄새 나는 인간관계보다는 사이버 공간을 거닐며 시간을 보내는 때도 많습니다. 대림절은 그런 움직임을 멈추고 고요 가운데서 주님의 말씀을 음미하며 주님께 초점을 맞추는 때입니다. 
 
오늘 복음에 나오는 중풍병자의 치유 이야기에서도 자유와 참 행복의 열쇠를 찾을 수 있습니다. 중풍병자를 예수님께 데려가 치유 받게 하려는 이들은 군중 때문에 예수님께 다가갈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그런 상황에서 체념하거나 포기해버리는 숙명론자나 운명론자들과는 달리 기와를 벗겨내고 예수님 앞 한가운데로 내려 보내어 치유 받게 했습니다(5,19). 
 
자유와 참 행복으로 가는 길에서 중요한 것은 체념이나 불신이 아닌 진지한 믿음과 사랑의 인내입니다. 그 하느님의 사랑이야말로 어떤 인간 권력보다도 깊고 힘이 있으며 영원한 생명을 위해 봉사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는 그 믿음을 지녀야겠습니다. 이 믿음을 지닐 때 나날의 순간이 바로 ‘신기한 일’의 연속이 될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 시대의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은 불신과 자신들의 신념과 고정된 습관, 인간이 만들어놓은 제도들에 얽매여 살았습니다. 오늘 이 땅에서도 후안무치, 약자능멸, 금전만능이라는 몰상식의 덫에 걸려 사익을 추구하고 권력을 사유화하며 사는 가련한 권력가들과 자본가들을 봅니다. 
 
오늘도 우리는 그런 고정된 틀과 의식들에서 벗어나 자유와 참 생명을 맞아들이기 위해, 중풍병자의 친구들처럼 ‘지붕 위’곧 하느님께로 눈과 마음을 향해야겠습니다. 하느님을 볼 수 없게 하고 내 영혼을 흐리게 하는 수많은 현실의 걸림돌 저 너머, 저 위에서 들려오는 주님의 음성에 귀 기울여야 할 때입니다. 
 
나아가 하느님의 자비와 정의와 선을 품고 예수님과 함께 하는 삶의 ‘한가운데로’ 내려와, 참 자유와 해방을 품고 “일어나 평상을 가지고 집으로 가야겠습니다.”(5,24) 이사야 예언자가 전하는 주님만이 주실 수 있는 '끝없는 기쁨' 안에 머물기 위하여 온갖 굴레와 족쇄를 벗어던져버리고 참 자유와 행복을 나누고 선포했으면 합니다.

- 작은형제회 기경호 신부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