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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스테파노) 신부님 말씀 강

~ 십자가의 성 요한 사제 학자 기념일 / 양승국 신부님 ~

2023년 12월 14일 목요일 십자가의 성 요한 사제 학자 기념일


복음
<세례자 요한보다 더 큰 인물은 나오지 않았다.>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11,11-15
그때에 예수님께서 군중에게 말씀하셨다.
11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여자에게서 태어난 이들 가운데
세례자 요한보다 더 큰 인물은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하늘 나라에서는 가장 작은 이라도 그보다 더 크다.
12 세례자 요한 때부터 지금까지 하늘 나라는 폭행을 당하고 있다.
폭력을 쓰는 자들이 하늘 나라를 빼앗으려고 한다.
13 모든 예언서와 율법은 요한에 이르기까지 예언하였다.
14 너희가 그것을 받아들이고자 한다면,
요한이 바로 오기로 되어 있는 엘리야다.
15 귀 있는 사람은 들어라.”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충만한 기쁨과 감사의 마음으로 십자가를!


오늘 우리 교회는 참으로 신비롭고 놀라운 성인, 십자가의 성 요한 학자(1542~1591) 기념일을 경축합니다. 그가 평생토록 추구했던 한 가지 삶의 노선이 있었는데, 그것은 십자가였습니다.


요한의 생애 전체는 십자가를 지고 골고타 언덕을 올라가신 예수님의 생애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그는 생애 내내 예수님의 십자가에서 눈을 떼지 않았습니다. 평생토록 십자가를 바라보고, 십자가를 꼭 끌어안고, 십자가를 묵상하고, 십자가의 삶을 선택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그의 삶은 십자가의 연속이었습니다. 잘 나가던 그의 가문은 아버지 때에 이르러 몰락하여, 어린 시절 큰 경제적 어려움을 겪어야 했습니다. 그의 아버지는 요한이 아직 어머니 태중에 있을 때 세상을 떠났습니다. 생활고에 쪼들린 어머니와 요한은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녔습니다. 어린 요한 역시 목수 보조, 양복점 점원, 조각가 조수, 간호사로 일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계속 다가오는 큰 십자가 앞에서 요한은 우리처럼 누군가를 원망하거나, 현실을 도피하거나, 불평불만을 늘어놓지 않았습니다. 어려운 현실을 극복하고자 백방으로 노력했고, 그런 와중에도 하느님의 일꾼이 되기를 꿈꿨습니다. 일하면서 기도했고, 시간을 쪼개어 신학 공부에 매진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가르멜 수도회에 입회하였습니다.


요한의 착복식 때, 수도명을 무엇으로 할 것인가? 라는 질문 앞에 그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십자가의 요한!을 선택했습니다. 요한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지신 십자가가 자신에게도 지워지기를, 그 십자가를 기쁘게 짊어짐을 통해 한없이 기울어져 가는 수도회와 교회와 세상을 일으켜 세우겠다는 거룩한 결심을 합니다.


당시 가르멜 수도회는 퇴폐한 시대사조의 영향을 받아 많이 기강이 많이 느슨해져 있었습니다. 완덕에 대한 열정도 찾아볼 수 없었고, 수도원을 복잡하고 골치 아픈 세상으로부터 탈출하는 도피처로 여겼습니다. 수도자들은 높은 수도원 담장 안에서 호의호식하며 경제적 풍요를 누리고 있었습니다.


보다 못한 요한은 또 다른 개혁 동지 예수의 성녀 데레사와 의기투합했습니다. 배부르고 등 따뜻한 수도자들과 결별하고 극단적 청빈의 삶을 추구했습니다.


다리도 쭉 뻗을 수 없을 정도로 좁고, 서 있기도 힘들 정도로 천장이 낮은 공동 침실에서 단체 생활을 하였습니다. 신발도 신지 않고 맨발로 마을을 돌아다니며 세례자 요한처럼 하느님께로 돌아오라고 외쳤습니다.


놀라운 일이 한 가지 있습니다. 그토록 열악한 삶을 살아가면서도 요한과 동료들의 얼굴을 세상 행복한 얼굴이었습니다. 기쁨과 감사로 가득 찬 마음으로 극단적 청빈과 고행을 즐겼습니다.


시기 질투심으로 가득한 동료 수도자들은 요한의 극단적 청빈생활과 원리 원칙을 견디다 못해 마침내 그를 독살시키려는 계획까지 세워 실행했지만, 마지막 순간 하느님의 은총으로 위기를 넘겼습니다. 때로 동료 수도자들은 그를 독방에 감금시키기도 했습니다.


이런 혹독한 고통과 십자가 속에서도 요한은 항상 초긍정 마인드로 일관했습니다. 자신에게 다가오는 십자가를 예수님의 십자가를 바라보며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십자가의 무게가 커지면 커질수록, 더욱 십자가를 꼭 끌어안았으며, 십자가 안에 유일한 구원의 길이 있음을 확신했습니다.


하느님께서 이토록 은혜롭고 신비스러운 성인을 우리에게 보내주심에 깊이 감사드리며, 매일 우리에게 다가오는 십자가를 보다 너그러운 시선으로 바라봐야겠습니다. 십자가는 우리를 주님께서 더욱 가까이 인도하는 도구임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양승국  신부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