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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선(바오로) 신부님

~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 가정 축일 / 오상선 신부님 ~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

 

제1독서

<주님을 경외하는 이는 아버지를 공경한다.>
▥ 집회서의 말씀입니다. 3,2-6.12-14
2 주님께서 자녀들로 아버지를 영광스럽게 하시고
아들에 대한 어머니의 권리를 보장하셨다.
3 아버지를 공경하는 이는 죄를 용서받는다.
4 제 어머니를 영광스럽게 하는 이는 보물을 쌓는 이와 같다.
5 아버지를 공경하는 이는 자녀들에게서 기쁨을 얻고
그가 기도하는 날 받아들여진다.
6 아버지를 영광스럽게 하는 이는 장수하고
주님의 말씀에 귀 기울이는 이는 제 어머니를 편안하게 한다.
12 얘야, 네 아버지가 나이 들었을 때 잘 보살피고
그가 살아 있는 동안 슬프게 하지 마라.
13 그가 지각을 잃더라도 인내심을 가지고
그를 업신여기지 않도록 네 힘을 다하여라.
14 아버지에 대한 효행은 잊히지 않으니
네 죄를 상쇄할 여지를 마련해 주리라.
주님의 말씀입니다.

 

제2독서

<주님과 함께하는 가정생활>
▥ 사도 바오로의 콜로새서 말씀입니다. 3,12-21
형제 여러분, 12 하느님께 선택된 사람, 거룩한 사람, 사랑받는 사람답게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동정과 호의와 겸손과 온유와 인내를 입으십시오.
13 누가 누구에게 불평할 일이 있더라도 서로 참아 주고 서로 용서해 주십시오.
주님께서 여러분을 용서하신 것처럼 여러분도 서로 용서하십시오.
14 이 모든 것 위에 사랑을 입으십시오. 사랑은 완전하게 묶어 주는 끈입니다.
15 그리스도의 평화가 여러분의 마음을 다스리게 하십시오.
여러분은 또한 한 몸 안에서 이 평화를 누리도록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감사하는 사람이 되십시오.
16 그리스도의 말씀이 여러분 가운데에 풍성히 머무르게 하십시오.
지혜를 다하여 서로 가르치고 타이르십시오.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느님께 시편과 찬미가와 영가를 불러 드리십시오.
17 말이든 행동이든 무엇이나 주 예수님의 이름으로 하면서,
그분을 통하여 하느님 아버지께 감사를 드리십시오.
18 아내 여러분, 남편에게 순종하십시오.
주님 안에 사는 사람은 마땅히 그래야 합니다.
19 남편 여러분, 아내를 사랑하십시오. 그리고 아내를 모질게 대하지 마십시오.
20 자녀 여러분, 무슨 일에서나 부모에게 순종하십시오.
이것이 주님 마음에 드는 일입니다.
21 아버지 여러분, 자녀들을 들볶지 마십시오. 그러다가 그들의 기를 꺾고 맙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복음

<아기와 그 어머니를 데리고 이집트로 피신하여라.>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2,13-15.19-23
13 박사들이 돌아간 뒤, 꿈에 주님의 천사가 요셉에게 나타나서 말하였다.
“일어나 아기와 그 어머니를 데리고 이집트로 피신하여,
내가 너에게 일러 줄 때까지 거기에 있어라.
헤로데가 아기를 찾아 없애 버리려고 한다.”
14 요셉은 일어나 밤에 아기와 그 어머니를 데리고 이집트로 가서,
15 헤로데가 죽을 때까지 거기에 있었다.
주님께서 예언자를 통하여, “내가 내 아들을 이집트에서 불러내었다.”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려고 그리된 것이다.
19 헤로데가 죽자, 꿈에 주님의 천사가 이집트에 있는 요셉에게 나타나서 말하였다.
20 “일어나 아기와 그 어머니를 데리고 이스라엘 땅으로 가거라.
아기의 목숨을 노리던 자들이 죽었다.”
21 요셉은 일어나 아기와 그 어머니를 데리고 이스라엘 땅으로 들어갔다.
22 그러나 아르켈라오스가 아버지 헤로데를 이어 유다를 다스린다는 말을 듣고,
그곳으로 가기를 두려워하였다.
그러다가 꿈에 지시를 받고 갈릴래아 지방으로 떠나,
23 나자렛이라고 하는 고을로 가서 자리를 잡았다. 이로써 예언자들을 통하여
“그는 나자렛 사람이라고 불릴 것이다.” 하신 말씀이 이루어졌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오늘의 말씀은 우리에게 가정을 포함한 모든 그리스도인 공동체의 중심을 제시합니다.

"일어나 아기와 그 어머니를 데리고 이집트로 피신하여..."(마태 2,13)

주님의 천사가 요셉의 꿈에 나타나 하느님의 뜻을 전합니다. 헤로데의 메시아 아기 살해 계획을 하느님께서 이미 알고 계셨으니까요. 그런데 아직 밤이었을텐데도 천사는 "날이 밝는 대로..."라고 하지 않습니다. 행간에 "지금 당장"이라는 조건이 붙은 듯합니다. 그만큼 긴박하다는 뜻이겠지요.

"요셉은 일어나 밤에 아기와 그 어머니를 데리고..."(마태2,14)

요셉은 즉각 행동을 개시합니다. 밤은 길 떠나기에 좋은 시간이 아닙니다. 게다가 갓난아기와 산모까지 보호하며 움직여야 했지요. 하지만 요셉은 기꺼이 순종합니다.

"말씀이 이루어지려고 그리된 것이다"(마태 2,15).

요셉의 순종은 성자의 생명을 구할 뿐만 아니라 과거 예언자를 통해 하신 하느님의 말씀이 이 땅에서 이루어지도록 협력한 것입니다. 이는 이집트로 떠날 때만이 아니라, 헤로데가 죽은 뒤 이집트를 떠나 나자렛에 정착하기까지의 과정에서도 동일하게 이루어지지요.

오늘의 복음 안에서 하느님과 요셉의 손발이 얼마나 착착 맞는지 감탄이 나옵니다. 먼저 하느님 입에서 말씀이 떨어지고, 곧 요셉이 순종하고, 그로써 기록된 말씀이 이루어집니다. 오늘 복음은 그것도 세 차례(마태 2,14.21.22)나 반복해서 보여주지요!

요셉은 하느님께 순종하고, 마리아는 요셉을 통해 움직이시는 하느님께 대한 믿음으로 요셉을 따릅니다. 순종의 뿌리에는 상호적 믿음과 존중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하느님과 하느님 백성은 신랑과 신부로 비유되지요. 하느님과 요셉도 그렇게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신랑이신 하느님과 신부인 요셉, 두 존재 사이에 오가는 신뢰와 따름과 이루어짐의 역동은 혼인의 축복으로 엮인 모든 부부들에게 선사된 관계의 원형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다른 시각에서 보면, 하느님과 하느님 백성은 아버지와 자녀 관계입니다. 그렇다면 마찬가지로 아버지 하느님과 아들 요셉의 관계를 통해 세상의 모든 부모-자녀 관계를 관상할 수 있습니다. 요셉과 성모자의 안전을 염려하고 개입하시는 아버지 하느님과, 그분께 대한 무한한 신뢰로 그분 뜻을 듣는(행동으로 옮기는) 아들 요셉. 여기서도 믿음이 우선입니다. 서로에 대한 헌신과 존중, 공경과 사랑의 뿌리는 믿음입니다.

제1독서는 부모와 자녀 관계를 이야기합니다.

"주님의 말씀에 귀 기울이는 이는 제 어머니를 편안하게 한다"(집회 3,6).

말씀에 귀 기울이는 것은 경외심에서 나오는 행동입니다. 하느님을 경외하는 이는 인간을 경외합니다. 그의 안에 하느님께서 존재하심을 믿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 하느님을 경외하는 것과 사람을 경외하는 것은 한 뿌리입니다.

"행복하여라. 주님을 경외하는 사람. 그분의 길을 걷는 모든 사람 ... 너는 행복하여라. 너는 복을 받으리라"(화답송).

그래서 화답송은 제1독서에 대한 응답으로 주님을 경외하는 이들이 받는 축복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제2독서 안에는 가정생활 안에서뿐만 아니라 세상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선사된 덕목들이 나열됩니다. 읽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흐뭇해지는 아름다운 말씀들이지요.
"선택된, 거룩한, 사랑받는, 동정, 호의, 겸손, 온유, 인내, 용서, 평화, 감사, 지혜, 순종..."

"그리스도의 말씀이 여러분 가운데에 풍성히 머무르게 하십시오"(콜로 3,16).

사도 바오로는 그리스도인 가정과, 더 나아가 모든 교회 공동체의 본질을 이야기합니다. 바로 "말씀"입니다. 오늘 말씀 안에 드러난 모든 아름다운 덕목들은 이 "말씀"을 중심으로 살아가는 이들에게서 피어나는 꽃들이고 "말씀"이 맺은 열매들입니다.

말씀이 우리 안에 머무를 때 요셉처럼 우리도 하느님의 말씀이 이루어지고 완성되도록 돕는 협력자가 됩니다. 하느님과 요셉이 손발을 착착 맞추어 주거니 받거니 한 역동적 교감이 우리의 것이 될 수 있습니다. 사람 사이에서도 그렇게 쿵짝이 잘 맞으면 신명이 나는데, 말씀과 그런 역동 안에 살아간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입 꼬리가 귀에 걸릴 만큼 행복하지 않습니까? 그런 길 안에 들어선 여러분 모두를 축하하고 존경합니다!

여러분의 가정과 공동체가 나자렛 성가정처럼 이렇게 말씀(예수님)이 중심이 되어 신명나는 자리가 되길 축원합니다!

 

 

 ▶ 작은형제회 오 상선 바오로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