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경호(프란치스코) OFM

~ 서ㅏ순 제 1주간 화요일 / 기경호 신부님 ~

사순 1주 화요일/ 마태 6,7-15

 

제1독서

<나의 말은 내가 뜻하는 바를 이루리라.>
▥ 이사야서의 말씀입니다. 55,10-11
주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신다.
10 “비와 눈은 하늘에서 내려와 그리로 돌아가지 않고, 오히려 땅을 적시어 기름지게 하고 싹이 돋아나게 하여, 씨 뿌리는 사람에게 씨앗을 주고, 먹는 이에게 양식을 준다. 11 이처럼 내 입에서 나가는 나의 말도 나에게 헛되이 돌아오지 않고, 반드시 내가 뜻하는 바를 이루며, 내가 내린 사명을 완수하고야 만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너희는 이렇게 기도하여라.>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6,7-15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7 “너희는 기도할 때에 다른 민족 사람들처럼 빈말을 되풀이하지 마라. 그들은 말을 많이 해야 들어 주시는 줄로 생각한다. 8 그러니 그들을 닮지 마라. 너희 아버지께서는 너희가 청하기도 전에 무엇이 필요한지 알고 계신다.
9 그러므로 너희는 이렇게 기도하여라.
‘하늘에 계신 저희 아버지, 아버지의 이름을 거룩히 드러내시며, 10 아버지의 나라가 오게 하시며,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게 하소서. 11 오늘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12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도 용서하였듯이, 저희 잘못을 용서하시고, 13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저희를 악에서 구하소서.’
14 너희가 다른 사람들의 허물을 용서하면, 하늘의 너희 아버지께서도 너희를 용서하실 것이다. 15 그러나 너희가 다른 사람들을 용서하지 않으면, 아버지께서도 너희의 허물을 용서하지 않으실 것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게 하소서.”(마태6,10)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

 

우리가 묵상할 ‘주님의 기도’의 전반부는 하느님께서 주시는 선물인 구원을 갈망하면서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참된 삶과 언제 어디서나 흔들리지 않는 신앙으로 하느님께 향하는 실존적인 결단을 다짐하는 기도이다. 예수님께서는 당시로서는 매우 파격적인 호칭인 ‘아빠’(Abba)라는 호칭으로 하느님과의 친밀한 관계를 표명한다. 이로써 우리는 하느님을 아빠라고 부를 수 있게 되었고 하느님의 사랑받는 자녀요 예수님의 형제가 되었다. ‘아빠’이신 하느님은 “빛이시고 사랑이시며, 으뜸선이시고 영원한 선”이시다(성 프란치스코, 주님의 기도 묵상 2). 깊이 일치하려는 마음으로 긍정과 선 자체이신 하느님을 불러보자!

첫째 기원은 “아버지의 이름을 거룩히 드러내소서.”(6,9)이다. 성 프란치스코는 이 구절을 이렇게 묵상하였다. “하느님의 무한하고 영원한 지식이 우리 안에서 밝게 빛나, 당신의 은혜가 얼마나 넓고, 당신의 약속이 얼마나 길며, 위엄은 얼마나 높고, 판단은 얼마나 깊은지 우리가 깨닫게 하소서.”(주님의 기도 묵상, 3) 이 청원은 내 기도나 선업(善業)을 통해 하느님께서 거룩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이름이 우리 안에서 거룩하게 되도록 청하는 것’(치프리아누스)이다. 중요한 것은 빛이시고 지혜이신 그분이 내 안에서 빛나도록 마음을 열고, 비움으로써 빛이 타오르게 하는 ‘사랑의 등잔’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하느님의 거룩한 이름은 죽기까지 낮추시어 아버지의 뜻을 이루신 예수님 안에서 드러났다. 지금 이 순간 하느님의 빛과 거룩함이 내 안에서 밝게 빛나도록 내 몸과 마음과 영혼의 맑은 그릇을 준비하자!

둘째 기원은 ‘아버지의 나라가 오게 하소서.’(6,10)이다. 이 기원은 하느님의 다스림이 현존하실 신앙의 자리를 마련함으로써 하느님의 사랑과 구원이 실현되기를 비는 기도이다. ‘지금 그리고 여기에서’ 하느님의 사랑과 선이 실현될 수 있도록 회개와 신앙의 결단을 내리기를 촉구하는 것이다. 아버지의 나라에는 “당신께 대한 또렷한 바라봄이 있고, 당신께 대한 완전한 사랑이 있고, 당신과의 복된 사귐이 있으며, 당신의 영원한 누림이 있다.”(주님의 기도 묵상, 4) 이처럼 우리 안에 아버지의 나라가 이르면 현세의 그 무엇에 비할 수 없는 이 모든 것이 선물로 주어진다. 예수님께서 아버지의 나라를 보여주셨다. 따라서 우리도 아버지의 나라가 나와 이 사회에 오시도록 애착을 버리고, 고통과 시련, 박해와 모욕도 받아들이며 예수님과 철저히 동화되어야 할 것이다.

세 번째 기원은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게 하소서.”(6,11)이다. 이는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것을 하시라는 뜻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것을 우리가 행할 수 있게 해달라는 기도이다(치프리아누스). 아버지의 뜻은 당신 나라가 이루어지게 하시는 것이요, 인간을 구원하는 것이다.예수님께서는 겟세마니에서 죽음을 앞두고 “제 뜻이 아니라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게 하십시오.”(루카 22,42)라고 기도하셨다. 예수님의 낮춤과 비움과 작아짐을 통해 드러나고 이루어진 하느님의 뜻은 목숨 곧, 존재 전체를 내놓은 사랑이다.

주님, 당신의 뜻이 지금 여기, 내 안에, 우리 공동체와 사회 안에서 이루어지도록, 당신을 항상 생각하고, 항상 갈망하며, 모든 지향을 당신께 두고, 모든 것에서 당신의 영예를 찾음으로써 하느님을 사랑하며, 불행 중에 있는 이들의 고통에 함께 하고, 누구에게도 해를 입히지 않음으로써 우리 자신과 같이 우리 이웃을 사랑하게 하소서(주님의 기도 묵상, 5 참조). 주님! 하늘과 같은 땅이 되도록 사회적 사랑에도 눈뜨게 해주소서!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