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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선(레오나르도) OFM

~ 성주간 수요일 - 제자의 귀와 입과 얼굴 / 김찬선 신부님 ~

오늘 이사야서는 주님의 종의 세 번째 노래인데

참 제자란 어떤 존재인지에 대해 얘기합니다.

 

우선 제자의 혀를 가진 사람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제자의 혀는 어떤 혀입니까?

 

우리는 혀를 흔히 세 치 혀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 세 치 혀로 사람을 들었다 놨다 한다고도 하고,

그러므로 혀를 함부로 놀려서는 안 된다고도 합니다.

 

사실 혀는 세 치밖에 안 되지만

치명적인 독을 뿜어내는 뱀의 혀가 될 수도 있고,

사람의 기를 살리는 제자의 혀가 될 수도 있지요.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제자의 혀를 가질 수 있겠습니까?

제자의 혀는 스승이신 주 하느님께서 주시는 것이고,

제자의 귀로부터 혀도 있는 것입니다.

 

주 하느님께서는 나에게 제자의 혀를 주시어 지친 이를 말로 격려할 줄

알게 하시고, 내 귀를 일깨워 주시어 내가 제자들처럼 듣게 하신다.”

 

매일 귀로 주 하느님의 말씀을 제자들처럼 들어서

마음을 채울 때 그때 제자의 혀가 되고 그 혀에서

지친 이를 격려하는 말이 나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하느님의 말씀을 경청하는 제자가 되는 것이 우선입니다.

이 제자가 되지 않으면 아무리 조심한다 해도 근본적으로 안 됩니다.

 

제가 자주 인용하는 스님의 말이 있지요.

우음수성유(牛飮水成乳) 사음수성독(蛇飮水成毒)이라는 말 말입니다.

소는 물을 먹어 젖을 만들고 뱀은 그 물을 먹어 독을 만든다는 뜻입니다.

 

같은 물을 먹는데 그 물이 소에게는 사람을 살리는 젖이 되고,

뱀에게는 사람을 죽이는 독이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존재가 바뀌어야 하는 것이고,

존재가 바뀌지 않으면 안 되기에

우리는 우선 제자가 되어야 합니다.

 

오늘 주님의 종 노래는 제자의 입과 귀에 이어 얼굴을 얘기합니다.

나는 모욕과 수모를 받지 않으려고 내 얼굴을 가리지도 않았다.

그러나 주 하느님께서 나를 도와주시니 나는 수치를 당하지 않는다.

그러기에 나는 나의 얼굴을 차돌처럼 만든다.”

 

제자의 얼굴은 모욕과 수모와 관련해서는 차돌과 같다는 말입니다.

모욕과 수모를 아무리 받아도 수치를 당하지 않는 것입니다.

 

제가 자주 얘기하듯 누가 아무리 상처를 줘도 내가 받지 않는 것입니다.

우리는 준다고 다 받지 않습니다.

받고 안 받고는 내가 할 수 있습니다.

 

내가 받아놓고는 줘서 받았다고 남 탓을 할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 받기 싫은 상처나 모욕을 내가 받는 것은

그것을 거절할 힘이 내 안에 없기 때문일 겁니다.

 

내면의 힘,

그것이 왜 없습니까?

 

참사랑이 없기 때문이고,

참 자기 사랑이 없기 때문이며,

하느님으로부터 그 사랑을 받지도 배우지도 않았기 때문입니다.

 

기도를 매일 하지만 하느님의 사랑을 받는 기도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고,

제자의 귀를 가지고 하느님 말씀을 듣는 기도를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제자의 혀와 귀와 얼굴을 가지고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