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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신부님들의 강론

~ 연중 제 19주간 화요일 / 반영억 신부님 ~

연중 제19주간 화요일. 반영억 라파엘 신부님.
가장 큰 사람
 
 
 
“하늘나라에서는 누가 가장 큰 사람입니까?” 예수님께서는 어린이 하나를 불러 가운데 세우시고 “너희가 회개하여 어린이처럼 되지 않으면, 결코 하늘나라에 들어가지 못한다....누구든지 이 어린이처럼 자신을 낮추는 이가 하늘나라에서 가장 큰 사람이다”(마태18,4).하시고 “너희는 이 작은 이들 가운데 하나라도 업신여기지 않도록 주의하여라”(마태18,10).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는 어린이를 중심으로 말씀하신 것이 아니라, 어린이와 같이 되는 사람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 말씀은 결국 어린이와 같은 단순함과 순수한 마음, 어린이가 부모에게 전적으로 의지하듯 주님께 온전히 의탁하라는 말씀입니다. 많은 사람이 모인 곳에서, 미아 발생으로 부모의 애간장을 태우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보면 부모에게 전적으로 의지하지 못하는 어중간한 아이가 길을 잃고 헤맵니다. 그러므로 주님께 전적으로 의탁하는 믿음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세상에서는 많이 소유한 것이 위대하게 보이지만, 하늘나라에서는 가진 것 없는 사람, 자신을 낮추어 비우는 사람이 위대합니다. 애당초부터 가진 것이 없는 것이 자랑이 아니라 가진 것을 모두 버릴 줄 아는 사람이 되라는 가르침입니다.
 
 
 
“어리석은 사람은 자꾸만 더해서 많이 갖고, 현명한 사람은 자꾸만 덜어서 많이 갖습니다”(이규경). 노자도 “성인은 자기를 드러내지 않으므로 밝고, 자기를 옳다고 하지 않으므로 빛나고, 자기를 자랑하지 않으므로 공이 있고 자기를 뽐내지 않으므로 윗사람이 된다.”고 했습니다. 예수님께서 분명히 말씀하셨습니다.“어린이와 같이 하느님의 나라를 받아들이지 않는 자는 결코 그곳에 들어가지 못한다”(루카18,17). 회개하여 순진무구한 어린이의 마음으로 하느님께 전적으로 의탁할 때 우리는 하늘 앞에서 큰 사람이 될 것입니다.
 
 
 
우리가 하는 일은 많이 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사랑을 지니고 했느냐가 중요합니다. 주님께서는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사랑이 담긴 일을 보시고 기뻐합니다. 그러므로 “형제 여러분, 생각하는 데는 어린아이가 되지 마십시오. 악한 일에는 어린 아이가 되고 생각하는 데는 어른이 되십시오”(1고린14,20). 주님께서 참으로 기뻐하시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 천국에서 위대한 사람이 되길 바랍니다. 마음이 넓고, 속이 깊은 사람, 생각하는 차원이 높은 사람이 되려면 주님을 꼭 닮은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큰 사람은 키가 커서 큰 사람이 아니라 마음이 커서 큰 사람입니다. 하루를 허물로 누벼놓았어도 좌절하거나 실망하지 않고 주님 앞에 머리를 조아리며 자비를 구할 줄 아는 사람입니다. 길 잃은 한 마리 양을 찾아 나서시는 주님 품에 안길 줄 아는 사람입니다. 나의 자존심을 내려놓고 주님 안에서 큰 사람이 되길 기도합니다. 더 큰 사랑을 담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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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하늘의 선물이다
청주 내덕동 주교좌성당 반영억신부
 
 
 
시간은 하늘이 준 선물이다. 각 사람은 주어진 시간을 의미 있고, 가치 있게 사용하고자 애를 쓴다. 똑같이 주어진 시간이지만 맑은 정신으로 깨어 있는 사람에게는 매 순간이 소중하고 선을 행할 수 있는 더 좋은 기회이다. 허투루 낭비할 수 없는 보물이다.
 
 
 
어느 수도원에서 보리농사를 지었는데 장상은 두 형제에게 보리를 베어 단으로 묶어 놓으라고 했단다. 보리밭 양쪽에서 보리를 베고 있는데 한 형제가 보기에 상대는 열심히 하지도 않으면서 중간중간 쉬는 것이 보였다. “좀 성실하게 일하지. 도대체 뭐 하는 거야!” 은연중에 화가 나서 불평불만 하였는데 저녁에 마무리할 때 보니, 쉬지 않고 열심히 일한 자기보다 더 많은 양의 일을 해 놓은 것이 아닌가! 깜짝 놀라 그 비결을 물었더니 그 형제가 하는 말, “나는 틈이 날 때마다 낫을 갈았네!”
 
 
 
시간을 관리하면서 사는 사람과 시간에 쫓기면서 사는 사람의 미래는 다르다. 게으르면서 늘 바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열심히 일하면서도 여유가 있는 사람이 있다. 우리에게는 시간에 끌려다니지 않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렇다고 편안하고 한가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최선은 아니다. 그것은 자칫 게으름의 늪에 빠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시간을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지각없는 자들과는 시간을 줄이고, 사려깊은 이들과는 시간을 늘려야 한다” (집회27,12). 자기주장이 커가는 시끄러운 세상에서 의미 있는 시간의 여유를 갖기를 소망해 본다.
 
 
 
파리 올림픽 경기가 끝나면서 기쁨과 안타까움의 순간이 마무리되었다. 메달을 획득한 사람이나, 그렇지 못한 사람이나 이날을 기다리며 혼신의 노력을 다한 수고와 땀은 값지고 소중하다. 혹독한 훈련을 통해 단련되었던 시간은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자산이다. 자신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었고, 세계의 넓은 벽을 실감한 순간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메달을 통해 돈방석에 앉은 사람을 기억할지 모르지만 땀의 가치를 아는 사람은 늦추어진 성공을 기약하며 또다시 정열을 쏟는다. 다음 기회가 올 수 있다는 희망으로 오늘을 가꾼다. 실패는 좋은 경험이고 승리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가르침이며 성공을 위한 최상의 연습이다. 내일을 희망하는 만큼 오늘은 활력을 얻는다.
 
 
 
시간의 흐름 속에 우리는 나이가 들어간다. 그러나 어느 가수가 노래하였듯이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것이다.” 깨어 있는 영혼에는 나이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예순의 청춘이 있을 수 있고, 스물에도 청춘이 아닐 수 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의 마음이 어디 있는가? 살피는 것이 필요하다. 어르신이 되는 것은 특권이고, 어르신의 지혜는 소중한 자산이다.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해야 하는 일을 우선하면서 오늘을 낭비하지 않는다면 우리 삶은 늘 청춘이다. 나의 고유한 빛깔을 내면서 품격을 지키는 이 순간은 참 아름답다.
 
 
 
사람에게 시간은 유한하고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다. 그리고 지나간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고 낭비한 시간은 복구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마치 시간이 무한정 있는 것처럼 살아간다. 사실 ‘과거는 흘러간 역사이니 하늘의 자비에 맡기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은 신비이니 하늘의 섭리에 맡기며 오늘은 주어진 선물이니 이 순간을 사랑으로 살아야 한다.’ 매 순간순간을 알차게 살아가는 것은, 하늘이 준 선물에 대한 감사이고, 동시에 하늘의 축복을 받는 비결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지금 이 순간을 소중히 살아야 한다.
 
 
 
“할 일이 생각나거든 지금 하라. 오늘 하늘은 맑지만, 내일은 구름이 보일는지 모른다. 어제는 이미 당신의 것이 아니니 지금 하라”(로버트 해리). 지금 아니면 내일은 이미 늦을지 모른다. 그러니 지금 시간을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다. 하고자 하는 일을 지금 시작하라. 그리고 최선을 다하라.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