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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신부님들의 강론

~ 연중 제 21주간 금요일 / 조재형 신부님 ~




제1독서
<우리는 십자가에 못 박히신 그리스도를 선포합니다. 그리스도는 사람들에게는 걸림돌이지만 부르심을 받은 이들에게는 하느님의 지혜이십니다.>
▥ 사도 바오로의 코린토 1서 말씀입니다.1,17-25
형제 여러분,
17 그리스도께서는 세례를 주라고 나를 보내신 것이 아니라
복음을 전하라고 보내셨습니다.
그리고 이 일을 말재주로 하라는 것이 아니었으니,
그리스도의 십자가가 헛되지 않게 하려는 것입니다.
18 멸망할 자들에게는 십자가에 관한 말씀이 어리석은 것이지만,
구원을 받을 우리에게는 하느님의 힘입니다.
19 사실 성경에도 이렇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나는 지혜롭다는 자들의 지혜를 부수어 버리고
슬기롭다는 자들의 슬기를 치워 버리리라.”
20 지혜로운 자가 어디에 있습니까? 율법 학자가 어디에 있습니까?
이 세상의 논객이 어디에 있습니까?
하느님께서 세상의 지혜를 어리석은 것으로 만들어 버리지 않으셨습니까?
21 사실 세상은 하느님의 지혜를 보면서도
자기의 지혜로는 하느님을 알아보지 못하였습니다.
그래서 그분께서는 복음 선포의 어리석음을 통하여
믿는 이들을 구원하기로 작정하셨습니다.
22 유다인들은 표징을 요구하고 그리스인들은 지혜를 찾습니다.
23 그러나 우리는 십자가에 못 박히신 그리스도를 선포합니다.
그리스도는 유다인들에게는 걸림돌이고
다른 민족에게는 어리석음입니다.
24 그렇지만 유다인이든 그리스인이든 부르심을 받은 이들에게
그리스도는 하느님의 힘이시며 하느님의 지혜이십니다.
25 하느님의 어리석음이 사람보다 더 지혜롭고
하느님의 약함이 사람보다 더 강하기 때문입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신랑이 온다. 신랑을 맞으러 나가라.>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25,1-13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이런 비유를 들어 말씀하셨다.
1 “하늘 나라는 저마다 등을 들고 신랑을 맞으러 나간
열 처녀에 비길 수 있을 것이다.
2 그 가운데 다섯은 어리석고 다섯은 슬기로웠다.
3 어리석은 처녀들은 등은 가지고 있었지만 기름은 가지고 있지 않았다.
4 그러나 슬기로운 처녀들은 등과 함께
기름도 그릇에 담아 가지고 있었다.
5 신랑이 늦어지자 처녀들은 모두 졸다가 잠이 들었다.
6 그런데 한밤중에 외치는 소리가 났다.
‘신랑이 온다. 신랑을 맞으러 나가라.’
7 그러자 처녀들이 모두 일어나 저마다 등을 챙기는데,
8 어리석은 처녀들이 슬기로운 처녀들에게
‘우리 등이 꺼져 가니 너희 기름을 나누어 다오.’ 하고 청하였다.
9 그러나 슬기로운 처녀들은
‘안 된다. 우리도 너희도 모자랄 터이니
차라리 상인들에게 가서 사라.’ 하고 대답하였다.
10 그들이 기름을 사러 간 사이에 신랑이 왔다.
준비하고 있던 처녀들은 신랑과 함께 혼인 잔치에 들어가고,
문은 닫혔다.
11 나중에 나머지 처녀들이 와서
‘주인님, 주인님, 문을 열어 주십시오.’ 하고 청하였지만,
12 그는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나는 너희를 알지 못한다.’ 하고 대답하였다.
13 그러니 깨어 있어라. 너희가 그 날과 그 시간을 모르기 때문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궁합’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의미가 무엇인지 궁금해서 ChatGPT(챗지피티)에게 물어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이렇게 알려 주었습니다. “한국 전통에서 두 사람의 운명이나 성격이 얼마나 잘 맞는지 판단하기 위해 주로 결혼을 앞두고 서로의 사주팔자를 비교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궁합은 상대방과의 조화를 보려는 목적으로 사용되며, 서로의 생년월일과 시간을 바탕으로 하여 여러 가지 요소들을 분석합니다. 이러한 분석은 서로의 성격, 운명, 건강, 재물운, 자녀운 등을 포함하여, 결혼 생활에서의 조화와 성공 가능성을 평가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궁합은 특히 전통적인 결혼 문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오늘날에도 일부 사람들은 이를 참고하여 결혼을 결정하는 데 사용하고 있습니다. 다만, 현대 사회에서는 궁합뿐만 아니라 서로의 사랑과 이해, 상호 존중 등의 요소가 결혼 생활의 성공에 더욱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습니다.” 궁합에는 동양의 철학과 사상이 들어있습니다. 신앙인들은 궁합을 삶의 방향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를 이끄시는 분은 하느님이시기 때문입니다.
 
궁합이 인간관계를 파악하는 동양적인 방법이라면 서양에는 Enneagram(애니어그램)과 MBTI(앰비티아이)가 있습니다. 2002년 사목국에 있을 때입니다. 신부님들의 성격이 다르고, 때로 서로 의견 충돌이 있었습니다. 당시 국장 신부님은 서로를 잘 이해하기 위해서 애니어그램, 앰비티아이 프로그램을 해 보자고 제안했습니다. 애니어그램은 사람의 성격을 9가지의 범주로 파악합니다. 앰비티아이는 사람의 성격을 16가지의 범주로 파악합니다. 저는 궁합을 본 적은 없지만 애니어그램과 앰비티아이 검사는 받아 보았습니다. 


애니어그램 검사에서 저는 ‘협조자형이고, 감성적인 성격’으로 파악되었습니다. 앰비티아이 검사에서 저는 ‘동정심이 많고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쏟으며, 나눔과 베풂을 중시하며, 타고난 협력자로서 동료애가 많고 친절하며 능동적인 구성원’이라고 파악되었습니다. 애니어그램, 앰비티아이를 믿는 건 아니지만, 저와 타인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저는 직관적인 사람과 논리적인 사람과 대화할 때면 어려움이 있습니다.
 
5대째 천주교를 믿는 집에서 태어났습니다. 결혼의 조건은 궁합도 아니고, 애니어그램이나 앰비티아이도 아니었습니다. ‘신앙의 유무’가 결혼의 조건이었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직업, 재물, 능력을 결혼의 조건으로 볼 수 있겠지만, 어르신들은 그것보다 먼저 ‘신앙’을 보았습니다. 어머니도 아버지와 결혼하기 전에 먼저 세례를 받았습니다. 형수님도 형님과 결혼하기 전에 먼저 세례를 받았습니다. 부득이하게 세례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면 ‘관면혼배’를 하였습니다. 나중에라도 꼭 세례를 받아야 했습니다. 


오늘 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우리 신앙인들이 가야할 방향을 명확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방향은 성공도, 명예도, 권력도 아니라고 이야기합니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방향은 예수님께서 전해 주신 ‘복음’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는 ‘십자가’를 기꺼이 지고 갈 수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그 복음이 그리스인들에게는 어리석음으로 보일지라도, 그 복음이 유다인들에게는 걸림돌로 보일지라도 우리 신앙인들은 ‘복음과 십자가’를 삶의 방향으로 삼아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세례를 주라고 나를 보내신 것이 아니라 복음을 전하라고 보내셨습니다. 그리고 이 일을 말재주로 하라는 것이 아니었으니, 그리스도의 십자가가 헛되지 않게 하려는 것입니다. 멸망할 자들에게는 십자가에 관한 말씀이 어리석은 것이지만, 구원을 받을 우리에게는 하느님의 힘입니다. 유다인들은 표징을 요구하고 그리스인들은 지혜를 찾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십자가에 못 박히신 그리스도를 선포합니다. 


그리스도는 유다인들에게는 걸림돌이고 다른 민족에게는 어리석음입니다. 그렇지만 유다인이든 그리스인이든 부르심을 받은 이들에게 그리스도는 하느님의 힘이시며 하느님의 지혜이십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등잔에 담아야 할 ‘기름’을 말씀하십니다. 그 기름은 타인과 나눌 수 없다고 하십니다. 그 기름이 있어야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있다고 하십니다.
 
그 기름은 무엇일까요? 그렇습니다. 그리스인들에게는 어리석게 보이고, 유다인들에게는 걸림돌이 되는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입니다. 복음은 무엇입니까? 예수님께서 선포하신 하느님 나라입니다.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말씀과 표징입니다. 예수님께서 지고가신 십자가입니다.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받아들여, 그 복음을 살아야 합니다. “그러니 깨어 있어라. 너희가 그 날과 그 시간을 모르기 때문이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조재형 신부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