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중 제 31주간 수요일 / 정인준 신부님 ~

연중 제31주간 수요일 복음 <자기 소유를 다 버리지 않는 사람은 내 제자가 될 수 없다.>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4,25-33 그때에 25 많은 군중이 예수님과 함께 길을 가는데,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돌아서서 이르셨다. 26 “누구든지 나에게 오면서 자기 아버지와 어머니, 아내와 자녀, 형제와 자매, 심지어 자기 목숨까지 미워하지 않으면, 내 제자가 될 수 없다. 27 누구든지 제 십자가를 짊어지고 내 뒤를 따라오지 않는 사람은 내 제자가 될 수 없다. 28 너희 가운데 누가 탑을 세우려고 하면, 공사를 마칠 만한 경비가 있는지 먼저 앉아서 계산해 보지 않느냐? 29 그러지 않으면 기초만 놓은 채 마치지 못하여, 보는 이마다 그를 비웃기 시작하며, 30 ‘저 사람은 세우는 일을 시작만 해 놓고 마치지는 못하였군.’ 할 것이다. 31 또 어떤 임금이 다른 임금과 싸우러 가려면, 이만 명을 거느리고 자기에게 오는 그를 만 명으로 맞설 수 있는지 먼저 앉아서 헤아려 보지 않겠느냐? 32 맞설 수 없겠으면, 그 임금이 아직 멀리 있을 때에 사신을 보내어 평화 협정을 청할 것이다. 33 이와 같이 너희 가운데에서 누구든지 자기 소유를 다 버리지 않는 사람은 내 제자가 될 수 없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누구든지 제 십자가를 짊어지고” 사람의 공통점은 가족이라면 ‘꾸뻑’한다는 것입니다. 이 말은 사실입니다. 왜냐하면 교회도 가정을 ‘작은 교회’라고 했고 사실 모든 사람들이 태어나면서 사회적인 면을 교육받으며 자라기 때문입니다. 가족은 가정의 구성원이면서도 서로 관계를 맺는 최초이면서도 가장 가까운 이웃입니다. 부모와 자식은 세상 어떤 것보다도 소중하고 이 관계에서 지금의 내가 존재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소중한 것이 선으로 향할 때는 좋은 결실을 맺지만 이 가족이 악으로 향할 때에는 한 삶의 가치관도 송두리째 날라 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한 사령관의 전설같은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청렴하기로 대쪽 같은 성품의 이 사령관은 자신 뿐 아니라 어떠한 부정도 용납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설날에 부하 군인들이 쌀 한가마니를 집에 배달한 적이 있습니다. 부인은 그렇지 않아도 추상같은 남편 밑에서 살림을 꾸리는 것도 어려운데 모처럼 선물을 받고 기뻤습니다. 저녁에 퇴근한 사령관에게 이 사실을 알렸더니 남편은 선물을 한 부하들을 문책하고 헌병대에 연락해서 그것을 받았다는 이유로 부인을 사령부 감옥에 가두라는 명령을 내렸던 것입니다. 이 사실을 전해 받은 사람들은 다 같이 ‘아무리 그래도 부인을 감옥에 가두냐?’하고 걱정을 했다고 합니다. 예수님의 말씀을 얼핏 들으면 냉정하시고 가족을 밑으로 내려놓으시는 것 같습니다. “누구든지 나에게 오면서 자기 아버지와 어머니, 아내와 자녀, 형제와 자매, 심지어 자기 목숨까지 미워하지 않으면, 내 제자가 될 수 없다. 누구든지 제 십자가를 짊어지고 내 뒤를 따라오지 않는 사람은 내 제자가 될 수 없다.”(루카 14,26-27) 그런데 더 자세히 보면 가족 뿐 아니라 ‘자기 목숨까지도 미워해야’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미워해야 한다는 것은 반대로 말하면 거슬러야 한다는 뜻도 되겠지요. ‘인간의 정’으로 ‘인간의 욕심’으로 흐르는 것을 막아야한다는 의미로 우리는 알아듣습니다. 우리는 흔히 정치인들이나 기업인들이 자기 자식들 때문에 돈을 축적하고 뇌물을 받은 죄로 하루 아침에 명예가 곤두박질하는 아픈 현상을 보곤합니다. 자기의 가장 소중한 생명이나 가족을 거슬러 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고통이고 십자가일 수 있습니다. 진정으로 애국하는 사람들의 삶을 보면 자기 일신상의 기쁨은 헌신처럼 여겼고 오로지 나라 일을 걱정했습니다. 유명한 장수도 그랬고 충신들도 또한 그랬습니다. 그들도 인간이기에 왜 고통과 눈물이 없었겠습니까? 주님께서 말씀을 통하여 우리도 나 개인적인 영화나 기쁨을 따르지 말고 하느님 나라를 위해서 헌신할 사람을 구하고 계시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너희 가운데에서 누구든지 자기 소유를 다 버리지 않는 사람은 내 제자가 될 수 없다.”(33절)이라고 말씀하시는 주님의 뜻을 새길 줄 알아야 하겠습니다. 교회의 봉사자는 하느님과 그 의를 위해서 모든 것을 희생하고 버릴 줄 알아야 알아야 할 것입니다. 어쩌다가 이 반대의 모습들을 성직자나 수도자에게서 볼 때가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교우들 중에서도 신앙보다는 일신상의 영화를 더 누리며 또 그것을 얻기 위해 혼신을 다해 노력하는 분들도 만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잘 살려고 하는 사람들에게는 적지 않는 실망과 고통을 주기도 합니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당신을 닮고 또 복음과 교회를 사랑하는 봉사자들과 늘 함께 하시고 그들에게 세상이 주지 못하는 큰 기쁨과 보람을 주시는 것입니다. 매일 우리도 우리에게 다가오는 십자가를 사랑해야 할 것입니다. 때로 힘들고 어렵더라도 주 님께서 함께 해 주실 희망을 안고 열심히 살도록 합시다. -정인준 신부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