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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스테파노) 신부님 말씀 강

~ 연중 제 32주간 금요일 / 양승국 신부님 ~


2024년 11월 15일 (녹) 연중 제32주간 금요일



제1독서
<이 가르침 안에 머물러 있는 이라야 아버지도 아드님도 모십니다.>
▥ 요한 2서의 말씀입니다.4-9
선택받은 부인이여,
4 그대의 자녀들 가운데, 우리가 아버지에게서 받은 계명대로
진리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는 것을 보고 나는 매우 기뻤습니다.
5 부인, 이제 내가 그대에게 당부합니다.
그러나 내가 그대에게 써 보내는 것은 무슨 새 계명이 아니라
우리가 처음부터 지녀 온 계명입니다. 곧 서로 사랑하라는 것입니다.
6 그리고 그 사랑은 우리가 그분의 계명에 따라 살아가는 것이고,
그 계명은 그대들이 처음부터 들은 대로
그 사랑 안에서 살아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7 속이는 자들이 세상으로 많이 나왔습니다.
그들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사람의 몸으로 오셨다고 고백하지 않는 자들입니다.
그런 자는 속이는 자며 ‘그리스도의 적’입니다.
8 여러분은 우리가 일하여 이루어 놓은 것을 잃지 않고
충만한 상을 받을 수 있도록 자신을 살피십시오.
9 그리스도의 가르침 안에 머물러 있지 않고
그것을 벗어나는 자는 아무도 하느님을 모시고 있지 않습니다.
이 가르침 안에 머물러 있는 이라야 아버지도 아드님도 모십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그날에 사람의 아들이 나타날 것이다.>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17,26-37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26 “사람의 아들의 날에도 노아 때와 같은 일이 일어날 것이다.
27 노아가 방주에 들어가는 날까지
사람들은 먹고 마시고 장가들고 시집가고 하였는데,
홍수가 닥쳐 그들을 모두 멸망시켰다.
28 또한 롯 때와 같은 일이 일어날 것이다.
사람들은 먹고 마시고 사고팔고 심고 짓고 하였는데,
29 롯이 소돔을 떠난 그날에
하늘에서 불과 유황이 쏟아져 그들을 모두 멸망시켰다.
30 사람의 아들이 나타나는 날에도 그와 똑같을 것이다.
31 그날 옥상에 있는 이는 세간이 집 안에 있더라도 그것을 꺼내러 내려가지 말고,
마찬가지로 들에 있는 이도 뒤로 돌아서지 마라.
32 너희는 롯의 아내를 기억하여라.
33 제 목숨을 보존하려고 애쓰는 사람은 목숨을 잃고,
목숨을 잃는 사람은 목숨을 살릴 것이다.
34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그날 밤에 두 사람이 한 침상에 있으면,
하나는 데려가고 하나는 버려둘 것이다.
35 두 여자가 함께 맷돌질을 하고 있으면,
하나는 데려가고 하나는 버려둘 것이다.”
(36)·37 제자들이 예수님께, “주님, 어디에서 말입니까?” 하고 묻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시체가 있는 곳에 독수리들도 모여든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자신이 어디에 서 있는지 수시로 확인합시다!


로마 유학 시절, 나폴리를 거쳐 폼페이로 소풍을 자주 갔었습니다. 구 도시 유적지의 역사가 흥미롭기도 했지만, 폐허 사이를 산책하고 있노라면 아주 좋은 하루 피정이 되곤 했습니다.


자주 가다 보니 나중에는 관광객들을 위한 폼페이 가이드 역할도 몇 번 했었습니다. 폼페이는 대도시 나폴리에서 대중교통으로 30분정도 걸리는 곳에 위치해있습니다. 이 도시는 한때 잘 나가던 도시였습니다. 그러나 기원후 79년경 발생한 베수비오 화산의 강력한 폭발로 인해, 도시 전체가 순식간에 매몰되어, 역사 속에서 사라져버리고 말았습니다.


폼페이 사람들은 언제나 그랬듯이 먹고 마시고, 웃고 즐기다가, 하늘로부터 내려온 엄청난 화산재에 순식간에 파묻혀버렸습니다. 사람이나 짐승이나,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든 것이 순식간에 그 자리에서 정지되어버렸습니다. 일하다가, 잠자다가, 식사를 하다가, 고기를 자르다가, 별의 별 짓을 다 하다가 그 상태 그대로 멈춰 화석이 되고 만 것입니다.


창세기에 등장하는 죄와 타락의 도시 소돔과 고모라도 폼페이와 흡사한 스토리를 지니고 있습니다. 끝까지 회개하지 않고, 끝까지 계명을 무시하며, 인간이기를 포기한 사람들의 머리 위로, 주님께서는 엄청난 양의 유황과 불을 퍼부으셨습니다. 얼마나 강력했던지 사람은 물론 모든 가축들, 생명체들이 순식간에 녹아버려 형체를 알 길이 없었습니다.


수많은 소돔과 고모라 시민들은 단체로 제삿날을 맞이한 것입니다. 단 그 도시 안에 유일한 의인이었던 롯과 그 가족만 주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인 탓에 살아서 빠져나왔습니다. 일말의 미련과 아쉬움이 남아있던 롯의 아내는 자꾸 뒤를 돌아보다가 소금기둥이 되고 말았습니다.


부정(不淨)한 도시, 타락한 도시, 짐승들의 도시, 죽음의 도시에서는 최대한 빨리 빠져나오는 것이 상책입니다. 어떤 모임이나 공동체에 갔었는데, 비릿한 냄새가 진동한다면, 비정상 집단이라고 여겨진다면 빨리 빠져나오는 것이 필요합니다.


빨리 빠져나와서 주님께서 운행하시는 생명의 배, 구원의 배 위로 재빠르게 승선하는 것이 살길입니다. 우리 교회 공동체가 바로 그런 역할을 수행해야 마땅합니다.


그리 길지도 않은 우리네 인생, 인간 존재 자체가 늘 나약하고 부족하기에 언제나 이리저리 흔들립니다. 우리가 원치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탄 배는 자주 폭풍우 속으로 들어가 전후좌우로 심하게 요동칩니다.


높은 파도와 폭풍우 속에서도 우리는 늘 자신이 어디에 서 있는지 수시로 확인해야겠습니다. 천국으로 향하는 안전한 배에 올라타 있는지? 집단적 멸망을 향해 가는 죽음의 배에 타고 있는지 말입니다. 주님께서 늘 거처하시는 거룩한 도시 예루살렘에 머물고 있는지? 환락과 타락의 도시 소돔과 고모라에 머물고 있는지 말입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멸망과 죽음의 사이비 종교로 빠져들고 있는지 모릅니다. 사람들을 유혹하는 요즘 집단들의 특징은 대단한 고단수라는 것입니다. 던지는 미끼가 얼마나 달콤한지 모릅니다. 어쩌다 실수로 덜컥 미끼를 무는 순간, 그걸로 우리의 영혼과 정신, 우리의 인생 전체가 끝장나는 것입니다.


뿐만 아닙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웃기지도 않은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 죽음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지 모릅니다. 불행하게도 나름 가방끈 길다고 자랑하는 사람들, 그래도 한때 잘 나갔다며 으쓱대는 사람들, 썩은 동아줄인줄도 모르고 끝까지 잡고 있는 사람들, 빨리 그 길에서 돌아서서 하느님의 길로 돌아서길 희망합니다.
-양승국 신부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