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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신부님들의 강론

~ 대림 1주일 / 반영억 신부님 ~

대림 제1주일 (루카21,25-28,34-36) / 반영억 라파엘 신부


복음
<너희의 속량이 가까웠다.>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21,25-28.34-36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25 “해와 달과 별들에는 표징들이 나타나고,
땅에서는 바다와 거센 파도 소리에 자지러진 민족들이 공포에 휩싸일 것이다.
26 사람들은 세상에 닥쳐오는 것들에 대한 두려운 예감으로 까무러칠 것이다.
하늘의 세력들이 흔들릴 것이기 때문이다.
27 그때에 ‘사람의 아들이’ 권능과 큰 영광을 떨치며
‘구름을 타고 오는 것을’ 사람들이 볼 것이다.
28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하거든 허리를 펴고 머리를 들어라.
너희의 속량이 가까웠기 때문이다.
34 너희는 스스로 조심하여, 방탕과 만취와 일상의 근심으로
너희 마음이 물러지는 일이 없게 하여라.
그리고 그날이 너희를 덫처럼 갑자기 덮치지 않게 하여라.
35 그날은 온 땅 위에 사는 모든 사람에게 들이닥칠 것이다.
36 너희는 앞으로 일어날 이 모든 일에서 벗어나
사람의 아들 앞에 설 수 있는 힘을 지니도록 늘 깨어 기도하여라.”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너 어디 있느냐?」


찬미 예수님. 사랑합니다. 하느님께서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을 사랑하십니다. 우리에 대한 사랑 때문에 인간으로 이 세상에 오셨습니다. “예수님은 인간을 혼자 두지 않으시려고 이 땅에 오신 임금이십니다.” 대림 시기는 하느님의 오심을 기다리는 시간이며 그분 앞에 설 수 있는 힘을 지니도록 늘 깨어 기도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대림(Avvento)이라는 말은 라틴어 아드벤투스(Adventus)에서 유래했으며 ‘현존’, ‘도착’, ‘오심’을 의미합니다. 그리스도인은 그리스도께서 인간에게 오심을 간절히 기다립니다.


그렇다면 어떤 마음으로 기다려야 할까요? 바오로 사도는 주님께서 마음의 힘을 북돋아 주시어 “여러분이 하느님 우리 아버지 앞에서 흠 없이 거룩한 사람으로 나설 수 있게 되기를 빕니다”(테살3,13).하고 기도합니다. 그리고 “모든 사람과 평화롭게 지내고 거룩하게 살도록 힘쓰십시오. 거룩해지지 않고는 아무도 주님을 뵙지 못할 것입니다. 여러분은 아무도 하느님의 은총을 놓쳐 버리는 일이 없도록 조심하십시오”(히브12,14-15). 하고 말합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모상을 닮은 인간으로, 하느님의 숨을 받은 사람이요, 특별히 세례성사를 통해서 거룩한 사람으로 축성된 사람입니다. 따라서 거룩함을 잘 지키고 보존해야 합니다. 예수님은 말씀하십니다. “사람의 아들 앞에 설 수 있는 힘을 지니도록 늘 깨어 기도하여라”(루카21,36). 우리는 깨어 기도 함으로써 늘 함께하시는 임마누엘 주님의 현존을 감사하고 기뻐해야 해야 합니다.


예레미야서를 보면 “보라, 그날이 온다…그때에 나는 이스라엘 집안과 유다 집안에게 한 약속을 이루어 주겠다”(예레33,14).고 했습니다. 주 하느님께서는 약속을 꼭 지키시는 분입니다. 우리를 잊어버리거나 저버리는 분이 아니십니다. 우리를 영원한 생명으로 부르시고 꼭 주십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느님 마음에 들 수 있는지”(1테살4,1) 깊이 생각해야 합니다. 사실 일상 안에서 철저히 준비하면 종말이 오더라도 두려워할 것이 없습니다.


준비된 사람에게는 종말이 영원한 상급이 주어지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해와 달과 별들에는 표징이 나타나고…민족들이 공포에 휩싸일 것이고 …사람들은 …두려운 예감으로 까무러칠 것이다”(루카21,26). “그때에 사람의 아들이 권능과 큰 영광을 떨치며 구름을 타고 오는 것을 사람들이 볼 것이다”(루카21,27)라고 했듯이 두려움과 공포 중에도 준비된 사람은 영광의 모습 안에 머물게 될 것입니다. 늘 깨어 기도하는 사람은 어떻게 주님을 맞이할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하는지 알게 됩니다.


기도하면, 불필요한 많은 일들로 산만해 지거나 불평 불만하지 않으면서 주님을 맞이하는 마음, 주님의 사랑과 용서, 그분의 말씀, 그분의 식탁에 다가가고 기도할 공간을 찾고,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환대하고 그들의 요청에 앞서 찾아갈 수 있는 마음을 지닐 수 있을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대림시기 동안 우리의 나태함을 떨쳐버리고 잠에서 깨어나도록 합시다! 스스로에게 물어봅시다. ‘나는 내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잘 알고 있는가? 나는 깨어 있는가?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있는가? 나는 일상적인 상황 안에 계시는 하느님의 현존을 알아보려고 노력하고 있는가? 아니면 세상사에 정신이 팔려있는가?


오늘 그분의 오심을 깨닫지 못한다면, 마지막 때에 그분께서 다시 오시더라도 우리는 준비되어 있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형제 여러분, 깨어 있으십시오! 주님께서 오시길 기다리고, 주님께서 우리에게 가까이 다가오시길 기다리도록 합시다. 왜냐하면, 그분께서 거기에 계시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깨어 기다리도록 합시다. 대림은 우리 가운데 계시며, 우리 곁을 지나시는 주님을 깨어 기다리는 여정입니다”(2022,11).


우리는 깨어 있어야 합니다. 깨어 있다는 것은 지금 내가 무엇을 하고 있으며 그것을 왜 하고 있는가를 아는 것입니다. 우리가 하고 모든 것이 주님의 마음에 쏙 들도록 노력하는 대림절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사실 마음을 바꾸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내가 바뀌면 세상이 아름답고, 모든 사람이 아름답게 보이지만 내가 바뀌지 않은 채 남이 바뀌기를 바라면 설사 남이 바뀌어도 아름답게 보이지 않습니다. 나는 변할 생각을 하지 않으면서 다른 이가 바뀌기를 바란다면 안타까운 일입니다. 마음의 문은 꼭꼭 닫아 둔 채로 다른 사람을 변화시키려 하기 전에 “내 마음을 변화시켜 주십시오” 하고 기도해야 하겠습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참으로 많은 사연을 안고 있으며 어렵고 힘든 일이 많지만, 내색도 못할 때가 있습니다. 하루를 살아가는 것이 너무도 고달프고 어려울 때가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기도 시간을 갖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것처럼 보입니다. 그렇지만 이때야말로 기도할 때입니다. 우리가 신앙을 가졌다고 해서 힘든 게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일반 사람들과 다른 즐거운 인생을 살 수 있는 것은, 우리의 삶에 주님께서 함께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리도 주님께 집중해야 합니다.


아담과 하와가 죄를 짓고 부끄러워 숨었을 때 “너 어디 있느냐?”(창세3,9) 찾아 나서시며 당신의 현존을 보여주신 분이 우리의 하느님이십니다. 카인에게 “네 동생 아벨은 어디 있느냐?” 하시며 자신의 마음을 보도록 하셨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을 이집트의 종살이에서 구하고자 모세를 선택하시고(탈출3장) 낮에는 구름 기둥 속에서 길을 인도하시고, 밤에는 불기둥 속에서 비추어 주셨습니다 (탈출13,22).


그분은 “여인이 자기 젖먹이를 어찌 잊으랴! 어미는 혹시 잊을지 몰라도 나는 결코 너를 잊지 아니하리라”(이사 49,15) 약속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간음하다 잡힌 여인에게 “여인아, 그자들이 어디 있느냐? 너를 단죄한 자가 아무도 없느냐?”(요한8,10). 물으시며 용서해 주셨습니다. 오늘 우리의 처지와 여건 안에서도 주님은 함께 하시면서 물으십니다. “너 어디 있느냐?” 지금은 실망과 좌절에서 허리를 펴고 머리를 들어야 할 때입니다.


우리가 주님을 기다리기에 앞서 우리보다 먼저 애타게 기다리며 “너 어디 있느냐?” 물으십니다. 더 큰 사랑을 담아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