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대 바실리오와 나지안조의 성 그레고리오 주교 학자 기념일. 반영억 라파엘 신부님.
예수님을 전하는 이의 태도
가끔 ‘주객이 전도되었다’는 말을 씁니다. 경중이나 선후가 서로 바뀌었다는 의미입니다. 예수님을 전하는 요한을 메시아로 착각한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요한은 서슴지 않고 단호하게 말합니다. “나는 그리스도가 아니다” 그러자 사람들이 다시 ‘메시아가 아니라면 그리스도를 준비하는 엘리야인지 묻습니다. 이 질문에 역시 “아니다” 라고 말합니다. 사람들은 다시 ’예언자‘인지를 묻습니다. 그러자 요한은 이사야 예언자가 말한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에 불과하다고 말하면서 자신의 뒤에 오시는 분, 곧 메시아가 계시는데 자신은 그분의 신발 끈을 풀어 드리기에도 합당하지 않다고 자신을 한껏 낮추며 곧 다가오실 예수님의 신원을 알립니다. 만약 요한이 인기에 영합하여 자신을 내세웠다면 그야말로 주객이 전도된 것입니다.
요한은 자신이 누구이며 자신이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 알고 있었기에 항상 있어야 할 자리를 지켰습니다. 오늘 우리의 삶의 여정에서도 요한의 모범은 감동을 줍니다. 겸손으로 자신을 인정하는 가운데 주님께 대한 갈망과 사랑이 커갈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우리가 자랑해야 할 분, 전해야 할 분은 우리의 구세주 예수님이십니다. 우리는 다만 주님의 도구로 쓰임을 받을 뿐입니다. 우리가 그분의 자리를 차지할 수는 없습니다.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길 소망한다면서도 내심 칭찬과 인정을 바라는 모습들을 봅니다. 진정으로 하느님의 영광을 위하여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킬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하느님으로부터 사랑을 받는 존재이니 그것으로 만족하여 감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나를 자랑하는 말이 아니라 삶으로 그리스도를 드러낼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나의 삶을 통하여 예수님의 모습을 발견하는 사람이 있다면 주님이 얼마나 기뻐하실까요?
오늘 기억하는 바실리오 성인은 말합니다. “여러분에게 자랑할 것은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습니다. 여러분의 자랑과 희망을 하느님께 두십시오.” 우리 자신에 대해 자랑하지 않고 주님을 자랑할 수 있는 겸손함이 요구되는 때입니다.
우리나라의 상황을 보십시오. 너무도 어렵고 힘든 처지에 놓여 있습니다. 남보다 내가 낫다는 생각으로는 이 어려움을 헤쳐 나갈 수 없습니다. 겸손함이 없는 지식은 한껏 부풀어 오른 풍선이 터지는 것과 같은 사태를 빚어내고 말 것입니다. 겸손의 그림자를 가진 사람이 아니라 그 덕을 가진 이들이 이 나라의 안정과 평화를 위해 일할 수 있길 간절히 기도합니다. 더 큰 사랑을 담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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