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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스테파노) 신부님 말씀 강

~ 연중 제 3 주간 목요일 / 양승국 신부님 ~

2025년 1월 30일  연중 제3주간 목요일


제1독서
<확고한 믿음으로 고백하는 희망을 굳게 간직하고 서로 자극을 주어 사랑하도록 주의를 기울입시다.>
▥ 히브리서의 말씀입니다.10,19-25
19 형제 여러분,
우리는 예수님의 피 덕분에 성소에 들어간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20 그분께서는 그 휘장을 관통하는 새롭고도 살아 있는 길을
우리에게 열어 주셨습니다.
곧 당신의 몸을 통하여 그리해 주셨습니다.
21 우리에게는 하느님의 집을 다스리시는 위대한 사제가 계십니다.
22 그러니 진실한 마음과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하느님께 나아갑시다.
우리의 마음은 그리스도의 피가 뿌려져 악에 물든 양심을 벗고 깨끗해졌으며,
우리의 몸은 맑은 물로 말끔히 씻겼습니다.
23 우리가 고백하는 희망을 굳게 간직합시다.
약속해 주신 분은 성실하신 분이십니다.
24 서로 자극을 주어 사랑과 선행을 하도록 주의를 기울입시다.
25 어떤 이들이 습관적으로 그러듯이
우리의 모임을 소홀히 하지 말고, 서로 격려합시다.
여러분도 보다시피 그날이 가까이 오고 있으니 더욱더 그렇게 합시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등불은 등경 위에 놓는다. 너희가 되어서 주는 만큼 되어서 받을 것이다.>
✠ 마르코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4,21-25
그때에 예수님께서 군중에게 21 말씀하셨다.
“누가 등불을 가져다가 함지 속이나 침상 밑에 놓겠느냐? 등경 위에 놓지 않느냐?
22 숨겨진 것도 드러나기 마련이고 감추어진 것도 드러나게 되어 있다.
23 누구든지 들을 귀가 있거든 들어라.”
24 예수님께서 다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새겨들어라.
너희가 되어서 주는 만큼 되어서 받고 거기에 더 보태어 받을 것이다.
25 정녕 가진 자는 더 받고 가진 것 없는 자는 가진 것마저 빼앗길 것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의 오늘묵상


우리 각자의 얼굴에는 스승 예수님의 얼굴이 반영되어야 합니다!


요즘에야 찾아보기가 힘들어 골동품 가게에서나 구경할 수 있는데, 전기가 들어오지 않던 시절, 중요한 가재도구 중에 하나가 밤을 밝히는 등잔이요 등잔을 얹어두는 등경이었습니다.


제 어린 시절 전기는 들어왔지만, 전력 수급이 여의치 않아 자주 정전이 되었습니다. 그럴 때 마다 선친께서는 다락방에서 등잔을 꺼내 불을 붙이고 높은 곳에 위치한 등경 위에 올려두었습니다.


하필 그럴 때, 라디오에서는 처녀 귀신, 몽달 귀신, 달걀 귀신 등 각종 귀신들이 총 출동하는 전설 따라 삼천리가 흘러나왔는데, 듣지 말아야지 하면서 듣다가 화장실도 못가고 끙끙대던 일이 엊그제 같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도 등불에 대해서 말씀하시는데, 무엇을 강조하고 계시는지, 조금 아리송합니다.


“누가 등불을 가져다가 함지 속이나 침상 밑에 놓겠느냐? 등경 위에 놓지 않느냐? 숨겨진 것도 드러나기 마련이고 감추어진 것도 드러나게 되어 있다. 누구든지 들을 귀가 있거든 들어라.”(마르 4,21-23)


예수님께서 강조하시는 등불은 다른 무엇에 앞서 메시아로 이 땅에 오신 당신 존재 자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따라서 당신께서는 거듭되는 박해와 살해의 위협 앞에서도 당신의 신원을 드러낼 수 밖에 없다는 말씀입니다. 또 다른 그리스도로 살아야 하는 우리도 마찬가지겠습니다.


우리가 예수님을 따르는 제자로서, 그분의 가르침으로 인해 어떤 소중한 깨달음이나 깊은 통찰을 얻게 되었다면, 그것은 나만 비밀스럽게 간직해야 할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내 안에 꽁꽁 숨겨 둬서도 안되는 것입니다. 그 소중한 은총을 동료 인간들, 그리고 세상과 나누고 공유해야 된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제자들은 그분께서 선물로 주신 복음, 즉 구원의 기쁜 소식을 자신 안에 붙들고 있어서는 안됩니다. 이 세상 만민 모두가 아무런 차별없이 골고루 혜택을 받도록 그분의 복음을 적극적으로 전파해야 마땅한 것입니다.


공생활을 시작하신 예수님께서는 비밀리에 가르치신 것이 아니었습니다. 회당에서, 광장에서, 공개석상에서, 공적으로 복음을 선포하셨습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그분 가르침의 진의(眞意)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분의 가르침이 종래의 지도자들과는 달리 판이하게 신선했고 파격적이었기 때문에 그랬을 것입니다.


열두 사도들 가운데서도 최측근 제자들과 아주 소수의 특정인들만 그분의 말씀을 이해했고, 하늘나라의 신비를 정확히 파악했습니다. 그러나 복음은 결코 소수의 특정한 사람들만의 것이 절대 아닙니다. 복음은 이스라엘을 넘어 온 세상에 전파되어야 할 보편적인 가르침입니다. 복음은 모든 인류에게 비춰져야 할 큰 빛입니다.


‘가톨릭’이라는 용어가 지니는 의미는 ‘공번되다.’ ‘보편적이다.’ ‘두루두루 광범위하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 가톨릭교회 공동체가 지향하는 바는 열린 교회입니다. 너그럽고 관대한 교회입니다.


가톨릭교회는 우리끼리, 마음에 드는 소수의 사람들끼리만 비밀리에 운영되는 공동체가 결코 아닙니다. 우리 교회는 세상과 완전히 단절되거나 파벌을 형성해서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우리 교회는 세상 속에서 하느님 현존의 구체적인 표지가 되어야 하며, 예수님의 인류 구원 사업을 증거해야 합니다.


주님으로부터 특별히 불림을 받은 제자들은 하느님 나라의 신비를 이해할 수 있는 선물을 받은 사람들이었습니다. 그것은 제자 자신들에게 큰 영예고 은총이지만, 그것을 자신들 안에 가둬두고 자신들의 영광으로만 돌린다면, 큰 죄악이 되고 맙니다.


하느님 나라의 신비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값진 보물입니다. 그러나 그 보물은 인류를 위해 사용하라고 맡겨놓은 보물입니다. 주님께서 주신 깨달음은 공동체와 인류를 위해 봉사하라고 주신 선물입니다.


따라서 제자들은 등불 같은 존재여야 마땅합니다. 활활 타올라야 하고, 동료 인간들의 어두운 삶을 환히 비춰줘야 합니다. 그들의 얼굴에는 스승 예수님의 얼굴이 반영되어 있어야 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양승국 신부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