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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스테파노) 신부님 말씀 강

~ 연중 제 6주간 화요일 / 양승국 신부님 ~

2025년 2월 18일 (녹) 연중 제6주간 화요일



제1독서
<내가 창조한 사람들을 이 땅 위에서 쓸어버리겠다.>
▥ 창세기의 말씀입니다.6,5-8; 7,1-5.10
5 주님께서는 사람들의 악이 세상에 많아지고,
그들 마음의 모든 생각과 뜻이 언제나 악하기만 한 것을 보시고,
6 세상에 사람을 만드신 것을 후회하시며 마음 아파하셨다.
7 그래서 주님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창조한 사람들을 이 땅 위에서 쓸어버리겠다.
사람뿐 아니라 짐승과 기어다니는 것들과 하늘의 새들까지 쓸어버리겠다.
내가 그것들을 만든 것이 후회스럽구나!”
8 그러나 노아만은 주님의 눈에 들었다.
7,1 주님께서 노아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네 가족들과 함께 방주로 들어가거라.
내가 보니 이 세대에 내 앞에서 의로운 사람은 너밖에 없구나.
2 정결한 짐승은 모두 수놈과 암놈으로 일곱 쌍씩,
부정한 짐승은 수놈과 암놈으로 한 쌍씩 데려가거라.
3 하늘의 새들도 수컷과 암컷으로 일곱 쌍씩 데리고 가서,
그 씨가 온 땅 위에 살아남게 하여라.
4 이제 이레가 지나면, 내가 사십 일 동안 밤낮으로 땅에 비를 내려,
내가 만든 생물을 땅에서 모두 쓸어버리겠다.”
5 노아는 주님께서 명령하신 대로 다 하였다.
10 이레가 지나자 땅에 홍수가 났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바리사이들의 누룩과 헤로데의 누룩을 조심하여라.>
✠ 마르코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8,14-21
그때에 14 제자들이 빵을 가져오는 것을 잊어버려,
그들이 가진 빵이 배 안에는 한 개밖에 없었다.
15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너희는 주의하여라.
바리사이들의 누룩과 헤로데의 누룩을 조심하여라.” 하고 분부하셨다.
16 그러자 제자들은 자기들에게 빵이 없다고 서로 수군거렸다.
17 예수님께서는 그것을 아시고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어찌하여 빵이 없다고 수군거리느냐?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고 깨닫지 못하느냐? 너희 마음이 그렇게도 완고하냐?
18 너희는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고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하느냐?
너희는 기억하지 못하느냐?
19 내가 빵 다섯 개를 오천 명에게 떼어 주었을 때,
빵 조각을 몇 광주리나 가득 거두었느냐?”
그들이 “열둘입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20 “빵 일곱 개를 사천 명에게 떼어 주었을 때에는,
빵 조각을 몇 바구니나 가득 거두었느냐?”그들이 “일곱입니다.” 하고 대답하자,
21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아직도 깨닫지 못하느냐?”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의 오늘묵상
 
깨닫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빵이 없다고 수군거리는 제자들의 모습을 묵상할 때 마다 아스라이 옛생각이 떠오릅니다. 젊은 형제들의 선생 노릇을 할 때였습니다. 매일 수업만 하면 지루해하지 월 한번 씩 야외로 소풍을 다녔습니다.


보통 라면을 챙겨가 끓여먹고 오는데, 그날은 대축일인지라 삼겹살을 구워먹기로 했습니다. 형제들이 다들 잘 준비하는 것 같아 안심하고 소풍 장소에 도착했습니다. 그러나 웬걸, 가장 중요한 준비물인 가스버너를 안 챙겨왔더군요. 쫄쫄 굶고 돌아왔습니다.


다음번 갈 때였습니다. 이번에는 각별히 당부도 했습니다. 다들 대답들은 시원시원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도착해보니, 이번에는 현관 앞에 둔 고기를 또 깜빡하고 안 가져왔더군요. 이번에는 라면만 잘 끓여 먹고 왔습니다.


오늘 제자들도 비슷한 체험을 했습니다. 배를 저어 호수 한 가운데로 나오고 나서야 빵을 안 가져온 것을 알았습니다. 제자들은 자신들의 ‘수련장’인 예수님으로부터 야단맞을까봐 지레 겁부터 먹고 자기들끼리 이걸 어쩌지 하고 수군거렸습니다. 그런데 하필 그때 예수님께서는 이런 말씀을 던지셨습니다.


“너희는 바리사이들의 누룩과 헤로데의 누룩을 조심하여라.”


그 순간 제자들은 ‘누룩이라! 스승님께서 빵 안 챙겨 온 것을 아셨구나. 이제 혼 좀 나게 생겼구나.’며 혼 날 마음의 준비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자기들끼리 “빵 담당자, 넌 도대체 정신을 어디다 두고 다니냐? 이게 벌써 몇 번째냐? 정신 좀 차려라.”며 웅성거리고 있었습니다.


참으로 코믹한 상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실 예수님께서 하신 누룩과 관련된 말씀은 전혀 다른 차원의 말씀이었기 때문입니다. 제자들은 완벽하게 오해하고 있는 것입니다.


누룩은 반죽을 부풀리게 만드는 역할을 하지요. 이 문맥상 ‘바리사이의 누룩’ ‘헤로데의 누룩’이란 말의 의미는 다분히 부정적인 의미입니다. 여기서 누룩은 ‘악한 기운’ ‘악한 세력’ ‘부정적 영향력’등을 의미합니다. 빵과 관련된 말도 전혀 아니었던 것입니다.


바리사이들과 헤로데가 지니고 있는 악한 기운, 악한 세력, 부정적 영향력을 조심하라는 말씀인 것입니다. 사실 그들은 속 빈 강정 같은 사람들이었습니다. 겉은 그럴듯하게 꾸미고 다녔지만 내면은 형편없었습니다. 실제로는 ‘쥐뿔도 아닌’ 사람들이었는데, 엄청 자신들을 부풀린 사람들이었습니다.


겉으로는 하느님의 율법을 외치고 다녔지만 실제 삶은 하느님 사랑과 반대되는 율법지상주의, 사악, 교만, 거짓, 죄로 얼룩져있었던 것입니다.


남은 빵조각을 모은 광주리 숫자처럼 일곱 광주리, 열두 광주리, 예수님의 가르침은 더할나위 없이 완전하고 완벽합니다. 그분의 가르침은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제자들의 깨우침의 길은 멀고도 먼 길이었습니다. 일곱입니다, 열둘입니다, 대답은 시원시원하게 잘 합니다만, 가르침의 핵심, 진수는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습니다.


깨닫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이겠습니까? 완고함 때문입니다. 수용성 부족 때문입니다. 경청하는 능력의 부족 때문입니다. 자신을 낮추고 낮춰, 갈고 또 갈아, 마음의 문을 열고 또 열어, 최선을 다해 하느님 말씀에 귀 기울이는 하루가 되면 좋겠습니다.

-양승국 신부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