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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신부님들의 강론

~ 성 요셉 대축일 / 한창현 신부님 ~

성 요셉 대축일. 한창현 모세 신부님.

 

 

 

히브리인들의 문화에서 약혼은 혼인에 포함된 중요한 과정입니다.

일단 약혼하면 남편과 아내로 불릴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정식으로 혼인할 때까지, 적어도 일 년은 남녀가 각자 자신의 집에 머물렀습니다.

그러한 상황에서 자기와 함께 살지 않았던 마리아가 잉태하였다는 것은, 요셉의 처지에서는 마리아가 율법에서 금하는 행동을 하였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성경은 요셉이 의로운 사람이라고 전합니다. 히브리인에게 ‘의롭다’는 말은 곧 율법을 곧이곧대로 지키는 것을 뜻합니다.

율법에 따르면 요셉은 마리아가 잉태한 사실에 실제로 마리아에게 죄가 있는지 따져 보았어야 합니다(신명 22,23-27 참조).

그러나 요셉은 의로운 사람이었음에도 율법에 따라 마리아의 죄를 따져 묻는 대신, 마리아가 잉태한 사실을 세상에 드러내지 않기로 합니다.

어쩌면 요셉은 마리아의 잉태 과정에 율법에서 금하는 죄가 있으면 어쩌나 걱정하였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사실을 마주할 용기가 없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주님의 천사는 이러한 요셉이 하느님 구원의 신비를 꿈에서 마주하고, 이미 자신이 하느님 구원의 역사 안에 있다고 깨달을 기회를 주셨습니다.

우리의 영적 여정에서도 자신의 상황을 마주하지 못하고 요셉처럼 외면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우리가 차마 용기가 없어 외면하고 있는 우리의 외적인 상황과 내적인 상태를 바라볼 기회가 온다면, 요셉 성인처럼 그 안에 함께하시는 하느님의 자비에 겸손하게 머물 수 있는 은총을 청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