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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선(레오나르도) OFM

~ 사순 제 3주간 목요일 - 모든 경우에 하느님을 선택하는 / 김찬선 신부님 ~

내 편에 서지 않는 자는 나를 반대하는 자고,

나와 함께 모아들이지 않는 자는 흩어 버리는 자다.”

 

한 편에 섬으로써 많은 사람이 공동체를 깨는 잘못들을 범하니

똑바로 살겠다고 하는 사람이 나는 어느 편에도 서지 않겠다며

양비론 곧 양쪽 다 문제가 있다는 식의 비판하고는 합니다.

 

그런데 그것이 사람이나 진영에 매이지 않겠다는 것이라면

올바른 자세일 수 있지만 그런 것이 아닌 진리의 문제라면

분명히 어느 한쪽에 서야 하고 이때 양비론은 좋은 자세가 아닐 것입니다.

 

사실 양비론의 많은 경우 진리의 자세가 아니라

이쪽저쪽 다 글러 먹었어! 식의 교만,

곧 나만 옳다는 식의 교만일 가능성이 큽니다.

 

예를 들어 아무리 야당 지도자가 잘못이 있다고 해도

그리고 그를 극성으로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문제가 있다고 해도

계엄을 일으키고 지금 탄핵받는 대통령과 똑같이 나쁘다고 하고,

그를 지지하며 법원까지 부스는 자들과 똑같이 나쁘다고 해서는 안 되는 것이지요.

 

그러므로 이런 정치적인 사안이 아니더라도

더 큰 악과 더 큰 잘못이 있으면 그것이 더 큰 잘못과 악이라고 한 뒤

이것도 잘못이 없는 건 아니라고 해야지 잘못이 똑같다는 양비론은 안 됩니다.

 

더욱이 악령의 괴수 베엘제불과 하느님 사이에서 양비론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우리는 악의 세력과 악의 세력화에 대해 항상 경계하고 단호하게 물리쳐야 합니다.

 

나도 악하고 나도 죄인인데! 하는 자기반성은 겸손의 차원에서 옳은 태도이지만

나의 죄악에 대한 반성 때문에

악의 세력과 세력화에 단호한 태도를 지니지 못한다면 그것은 안 될 일입니다.

 

그러나 더 근본적으로 그리고 신앙적으로

우리가 취해야 할 태도는 하느님 편에 서는 것입니다.

 

우리가 인간적으로 이이제이(以夷制夷)하기도 하고,

최악 대신에 차악을 차선책으로 선택하기도 하지만

신앙인이라면 하느님을 선택하고 하느님 편에 서야 합니다.

이것이 광야에서 악마에게 유혹받으실 때 주님께서 취하신 태도입니다.

 

배고픈 주님을 빵으로 악마가 유혹할 때 주님께서는 네가 주는 빵은

먹지 않겠다는 식이 아니라 바로 하느님 말씀으로 살겠다는 최선의 선택을 하셨고

이어지는 악마의 유혹들에 대해서도 성경 말씀을 인용하시며 물리치셨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신앙인이라면 모든 경우에 하느님을 선택하고 하느님 편에 섭니다.

 

유혹당할 때 당하지 말고 하느님을 선택하고,

고통당할 때 당하지 말고 하느님을 선택하고,

두려움과 마주할 때 하느님을 선택하고,

악의 세력들과 마주할 때 더욱더 하느님을 선택하고 하느님 편에 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