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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신부님들의 강론

~ 부활 팔일 축제 내 수요일 / 정인준 신부님 ~

4월 23일 부활 팔일 축제 내 수요일


제1독서
<내가 가진 것을 당신에게 주겠습니다. 예수님의 이름으로 말합니다. 일어나 걸으시오.>
▥ 사도행전의 말씀입니다.3,1-10
그 무렵 1 베드로와 요한이 오후 세 시 기도 시간에 성전으로 올라가는데,
2 모태에서부터 불구자였던 사람 하나가 들려 왔다.
성전에 들어가는 이들에게 자선을 청할 수 있도록,
사람들이 그를 날마다 ‘아름다운 문’이라고 하는 성전 문 곁에
들어다 놓았던 것이다.
3 그가 성전에 들어가려는 베드로와 요한을 보고 자선을 청하였다.
4 베드로는 요한과 함께 그를 유심히 바라보고 나서,
“우리를 보시오.” 하고 말하였다.
5 그가 무엇인가를 얻으리라고 기대하며 그들을 쳐다보는데,
6 베드로가 말하였다.
“나는 은도 금도 없습니다. 그러나 내가 가진 것을 당신에게 주겠습니다.
나자렛 사람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말합니다.
일어나 걸으시오.”
7 그러면서 그의 오른손을 잡아 일으켰다.
그러자 그가 즉시 발과 발목이 튼튼해져서
8 벌떡 일어나 걸었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성전으로 들어가면서,
걷기도 하고 껑충껑충 뛰기도 하고 하느님을 찬미하기도 하였다.
9 온 백성은 그가 걷기도 하고 하느님을 찬미하기도 하는 것을 보고,
10 또 그가 성전의 ‘아름다운 문’ 곁에 앉아 자선을 청하던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그에게 일어난 일로 경탄하고 경악하였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빵을 떼실 때에 예수님을 알아보았다.>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24,13-35
주간 첫날 바로 그날 예수님의 13 제자들 가운데 두 사람이
예루살렘에서 예순 스타디온 떨어진 엠마오라는 마을로 가고 있었다.
14 그들은 그동안 일어난 모든 일에 관하여 서로 이야기하였다.
15 그렇게 이야기하고 토론하는데,
바로 예수님께서 가까이 가시어 그들과 함께 걸으셨다.
16 그들은 눈이 가리어 그분을 알아보지 못하였다.
17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걸어가면서 무슨 말을 서로 주고받느냐?” 하고 물으시자,
그들은 침통한 표정을 한 채 멈추어 섰다.
18 그들 가운데 한 사람, 클레오파스라는 이가 예수님께,
“예루살렘에 머물렀으면서 이 며칠 동안 그곳에서 일어난 일을
혼자만 모른다는 말입니까?” 하고 말하였다.
19 예수님께서 “무슨 일이냐?” 하시자 그들이 그분께 말하였다.
“나자렛 사람 예수님에 관한 일입니다.
그분은 하느님과 온 백성 앞에서,
행동과 말씀에 힘이 있는 예언자셨습니다.
20 그런데 우리의 수석 사제들과 지도자들이 그분을 넘겨,
사형 선고를 받아 십자가에 못 박히시게 하였습니다.
21 우리는 그분이야말로 이스라엘을 해방하실 분이라고 기대하였습니다.
그 일이 일어난 지도 벌써 사흘째가 됩니다.
22 그런데 우리 가운데 몇몇 여자가 우리를 깜짝 놀라게 하였습니다.
그들이 새벽에 무덤으로 갔다가,
23 그분의 시신을 찾지 못하고 돌아와서 하는 말이,
천사들의 발현까지 보았는데
그분께서 살아 계시다고 천사들이 일러 주더랍니다.
24 그래서 우리 동료 몇 사람이 무덤에 가서 보니
그 여자들이 말한 그대로였고, 그분은 보지 못하였습니다.”
25 그때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아, 어리석은 자들아!
예언자들이 말한 모든 것을 믿는 데에 마음이 어찌 이리 굼뜨냐?
26 그리스도는 그러한 고난을 겪고서
자기의 영광 속에 들어가야 하는 것이 아니냐?”
27 그리고 이어서 모세와 모든 예언자로부터 시작하여
성경 전체에 걸쳐 당신에 관한 기록들을 그들에게 설명해 주셨다.
28 그들이 찾아가던 마을에 가까이 이르렀을 때,
예수님께서는 더 멀리 가려고 하시는 듯하였다.
29 그러자 그들은 “저희와 함께 묵으십시오.
저녁때가 되어 가고 날도 이미 저물었습니다.” 하며 그분을 붙들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그들과 함께 묵으시려고 그 집에 들어가셨다.
30 그들과 함께 식탁에 앉으셨을 때, 예수님께서는 빵을 들고 찬미를 드리신 다음
그것을 떼어 그들에게 나누어 주셨다.
31 그러자 그들의 눈이 열려 예수님을 알아보았다.
그러나 그분께서는 그들에게서 사라지셨다.
32 그들은 서로 말하였다.
“길에서 우리에게 말씀하실 때나 성경을 풀이해 주실 때
속에서 우리 마음이 타오르지 않았던가!”
33 그들이 곧바로 일어나 예루살렘으로 돌아가 보니 열한 제자와 동료들이 모여,
34 “정녕 주님께서 되살아나시어 시몬에게 나타나셨다.” 하고 말하고 있었다.
35 그들도 길에서 겪은 일과 빵을 떼실 때에
그분을 알아보게 된 일을 이야기해 주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정인준 파트리치오 신부의 강론말씀
 
 마음이 어찌 이리 굼뜨냐? 


예수님의 제자들을 위한 미래 준비는 적중하셨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수난과 죽음 앞에서 보여준 연약하고 무기력한 제자들이 아닙니다.

사도 베드로는 예수님에 대한 증언을 할 뿐만 아니라 주님께서 하셨던 치유 활동도
하는 것입니다.

성전으로 기도하러 올라가는 성전 문 곁에 태생 불구자가 앉아 있었습니다.

그는 그곳에서 사람들에게 구걸를 하고 있었는데 베드로는 그를 보고 말합니다.

“나는 은도 금도 없습니다. 그러나 내가 가진 것을 당신에게 주겠습니다. 나자렛 사람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말합니다. 일어나 걸으시오.”(사도 3,6)

그가 그 병자의 오른 손을 잡아 일으키자 그는 벌떡 일어나 걷는 것입니다.
주위에 있던 사람들은 치유의 기적을 보면서 감탄합니다.

루카 복음사가는 엠마오라는 행선지로 걸어가는 주님의 두 제자와 도중에 합세하신
주님과의 동행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습니다.

루카 복음사가는 두 제자 중에 하나의 이름이 ‘클레오파스’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엠마오는 예루살렘에서 예순스타디온 거리에 있다고 설명하고 있는데 약 10km의
거리라고 할 수 있지만 정확히 어느 위치인지에 대해서는 밝여진 것이 없습니다.

다만 일부 학자는 '암와스'(Amwas)라고 또 다른 학자는 '칼로니에'(Kaloniye)라고
주장합니다.

주님의 제자라고 했는데, 12제자는 아니고 주님을 따라다니던 넓은 의미의 제자들이라고
판단 됩니다. 왜냐하면 적어도 12제자 였다면 주님을 못 알아 볼 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두 제자는 그들이 희망을 두고 따랐던 예수님께서 무참히 돌아가시자 예루살렘을 떠나는
것으로 표현됩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의 대화에 자연스럽게 끼어 드십니다.

제자들이 주님의 수난과 십자가의 죽음에 대해서 설명은 하면서 아직 부활에 대해서 완전히
못하는 것을 주님께서 보시고 말씀하십니다.

"아, 어리석은 자들아! 예언자들이 말한 모든 것을 믿는 데에 마음이 어찌 이리 굼뜨냐?
그리스도는 그러한 고난을 겪고서 자기의 영광 속에 들어가야 하는 것이 아니냐?"(루카 24,25)

그리고 주님께서는 율법서와 예언서를 들어 당신에 관한 사실을 그들에게 설명해주십니다.
두 제자는 마을에 도착하자 숙소로 들어가 주님과 함께 식탁에 앉아 빵을 나눕니다.

그때서야 그 제자들은 주님을 알아보았지만 주님께서는 사라지시는 것입니다.
그제야 그들은 고백합니다.

“길에서 우리에게 말씀하실 때나 성경을 풀이해 주실 때 속에서 우리 마음이
타오르지 않았던가!”(32절)

루카가 전해주는 엠마오의 제자들이 전해주는 내용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예수님의 제자들이 겪었던 스승의 무덤에서 예수님의 부활을 잘 알아듣지 못했던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엠마오로 가는 도중 제자들도 주님을 알아 보지 못했다가
여행이 끝나는 때에 부활하신 주님을 알아본 것입니다.

주님의 부활과 관련되어 무덤에서 서성이던 제자들과 여인들, 그리고 엠마오로 가는 여행길에서
주님과 함께 걷던 제자들에게서 부활이란 지식으로 얻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줍니다.

지식이 신앙에 도움이 되지만 그리스도의 부활에서는 주님의 도우심이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제자들도 스승의 말씀이 있었지만 처음에는 부활을 이해하지 못하다가 몇 차례 예수님께서
나타나시고 또 그들과 지내시면서 점차 부활에 참여하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엠마오의 제자들도 그들이 길을 걸을 때 까지만 해도 주님의 부활을 받아들이지
못했지만 주님께서 함께 걸으시며 성경을 설명하고 빵을 나누실 때에 비로소 주님 부활을
깨닫게 되는 것입니다.

주님 부활이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주님께서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또한 배우게 됩니다.

주님 부활 사건은 또한 우리가 변함없이 주님을 사랑하고 믿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해줍니다.

엠마오의 두 제자는 다시 예루살렘으로 되 돌아가서 열한 제자와 동료들에게 그들이
길에서 겪은 일과 빵을 나누며 주님을 만나게 된 사실을 이야기 해줍니다.

부활하신 주님께서는 제자들의 한계를 아십니다.
그래서 사랑하는 제자들에게 나타날 실 뿐 아니라 넓은 의미의 제자들에게까지 나타나셔서
당신 부활을 증명하시며 미래의 교회를 세우시는 것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정인준 신부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