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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신부님들의 강론

~ 부활 제 3주간 금요일 / 조재형 신부님 ~



제1독서
<그는 민족들에게 내 이름을 알리도록 내가 선택한 그릇이다.>
▥ 사도행전의 말씀입니다.9,1-20
그 무렵 1 사울은 여전히 주님의 제자들을 향하여 살기를 내뿜으며 대사제에게 가서,
2 다마스쿠스에 있는 회당들에 보내는 서한을 청하였다.
새로운 길을 따르는 이들을 찾아내기만 하면
남자든 여자든 결박하여 예루살렘으로 끌고 오겠다는 것이었다.
3 사울이 길을 떠나 다마스쿠스에 가까이 이르렀을 때,
갑자기 하늘에서 빛이 번쩍이며 그의 둘레를 비추었다.
4 그는 땅에 엎어졌다. 그리고 “사울아, 사울아, 왜 나를 박해하느냐?” 하고
자기에게 말하는 소리를 들었다.
5 사울이 “주님, 주님은 누구십니까?” 하고 묻자 그분께서 대답하셨다.
“나는 네가 박해하는 예수다. 6 이제 일어나 성안으로 들어가거라.
네가 해야 할 일을 누가 일러 줄 것이다.”
7 사울과 동행하던 사람들은 소리는 들었지만
아무도 볼 수 없었으므로 멍하게 서 있었다.
8 사울은 땅에서 일어나 눈을 떴으나 아무것도 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그의 손을 잡고 다마스쿠스로 데려갔다.
9 사울은 사흘 동안 앞을 보지 못하였는데,
그동안 그는 먹지도 않고 마시지도 않았다.
10 다마스쿠스에 하나니아스라는 제자가 있었다.
주님께서 환시 중에 “하나니아스야!” 하고 그를 부르셨다.
그가 “예, 주님.” 하고 대답하자 11 주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일어나 ‘곧은 길’이라는 거리로 가서,
유다의 집에 있는 사울이라는 타르수스 사람을 찾아라.
지금 사울은 기도하고 있는데, 12 그는 환시 중에 하나니아스라는 사람이 들어와
자기에게 안수하여 다시 볼 수 있게 해 주는 것을 보았다.”
13 하나니아스가 대답하였다.
“주님, 그 사람이 예루살렘에서 주님의 성도들에게 얼마나 못된 짓을 하였는지
제가 많은 이들에게서 들었습니다.
14 그리고 그는 주님의 이름을 받들어 부르는 이들을 모두 결박할 권한을
수석 사제들에게서 받아 가지고 여기에 와 있습니다.”
15 주님께서 그에게 이르셨다.
“가거라. 그는 다른 민족들과 임금들과 이스라엘 자손들에게
내 이름을 알리도록 내가 선택한 그릇이다.
16 나는 그가 내 이름을 위하여 얼마나 많은 고난을 받아야 하는지
그에게 보여 주겠다.”
17 그리하여 하나니아스는 길을 나섰다.
그리고 그 집에 들어가 사울에게 안수하고 나서 말하였다.
“사울 형제, 당신이 다시 보고 성령으로 충만해지도록 주님께서,
곧 당신이 이리 오는 길에 나타나신 예수님께서 나를 보내셨습니다.”
18 그러자 곧 사울의 눈에서 비늘 같은 것이 떨어지면서 다시 보게 되었다.
그는 일어나 세례를 받은 다음
19 음식을 먹고 기운을 차렸다.
사울은 며칠 동안 다마스쿠스에 있는 제자들과 함께 지낸 뒤,
20 곧바로 여러 회당에서 예수님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시라고 선포하였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내 살은 참된 양식이고 내 피는 참된 음료다.>
✠ 요한이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6,52-59
그때에 52 “저 사람이 어떻게 자기 살을 우리에게
먹으라고 줄 수 있단 말인가?” 하며,
유다인들 사이에 말다툼이 벌어졌다.
53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사람의 아들의 살을 먹지 않고 그의 피를 마시지 않으면,
너희는 생명을 얻지 못한다.
54 그러나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을 얻고,
나도 마지막 날에 그를 다시 살릴 것이다.
55 내 살은 참된 양식이고 내 피는 참된 음료다.
56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사람 안에 머무른다.
57 살아 계신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셨고 내가 아버지로 말미암아 사는 것과 같이,
나를 먹는 사람도 나로 말미암아 살 것이다.
58 이것이 하늘에서 내려온 빵이다.
너희 조상들이 먹고도 죽은 것과는 달리,
이 빵을 먹는 사람은 영원히 살 것이다.”
59 이는 예수님께서 카파르나움 회당에서 가르치실 때에 하신 말씀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찬미예수님


며칠 전, 집 축성 겸 반 모임에 다녀왔습니다. 그날 반 모임의 형식은 ‘복음 나누기 7단계’였습니다. 이 방식은 단순한 신심 활동을 넘어서, 말씀을 삶으로 실천하는 아주 귀한 여정입니다. 저는 이 방법과 오랜 인연이 있습니다. 1991년 서울대교구는 2000년대를 준비하며 ‘복음화’를 위한 길을 모색했고, 저는 그 중심에 있었던 ‘복음 나누기 7단계’를 필리핀에서 배우고 실습할 기회를 가졌습니다. 


그로부터 30여 년이 지난 지금, 여기 미국 달라스에서도 여전히 이 방식이 살아 있다는 사실에 깊이 감동하였습니다. 복음 나누기 7단계는 말씀이라는 밭에서 내 마음을 움직이는 보물을 찾는 일입니다. 그리고 그 보물을 ‘선포’하고 나누는 것입니다. 반 모임에서 교우들은 직접 복음을 필사했고, 각자가 발견한 말씀의 보물을 나누었습니다.
 
한 형제님은 "많은 병자를 고쳐주셨다"라는 말씀을 나누었습니다. 미국에 와서 큰 병을 앓았지만, 교우들의 기도와 도움으로 회복되었고, 이제는 자신도 어려운 이들을 돕고 있다고 고백했습니다. 복음이 단순한 글이 아니라, 삶을 변화시키는 생명의 말씀임을 보여주는 증언이었습니다. 


또 한 어르신은 “사탄아, 물러가라”라는 말씀을 나누며 1967년 세례받을 때의 경험을 들려주셨습니다. 집안 어르신 중 무당이 있어서, 세례를 받는 것 자체가 무서운 일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본당 신부님의 한마디 “사탄아, 물러가라!”라는 말씀에 힘을 얻었고, 그때부터 평화를 되찾았다고 합니다. 말씀 하나가 인생을 바꾸고, 두려움을 이긴 것입니다. 


집 축성 후 음식을 나누는 것도 참 따뜻하고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깊은 양식은, 함께 나눈 말씀이었습니다. 음식은 배를 채웠고, 말씀은 우리의 마음을 채웠습니다. 우리도 일상에서 복음이라는 밭을 갈고, 그 속에서 나만의 보물을 찾는 신앙인이 되면 좋겠습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도 바로 그런 변화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바로 사울의 회심, 바오로 사도의 이야기입니다. 그는 원래 교회를 박해하던 사람이었습니다. 예수님을 믿는 이들을 잡아가려고 다마스쿠스로 가는 길에 있던 그때, 하늘에서 이런 소리를 듣습니다. “사울아, 사울아, 너는 왜 나를 박해하느냐?” 그리고 눈이 멀고, 그는 다시 태어나듯이 새로운 길을 걷게 됩니다. 


박해자는 복음의 사도로, 파괴자는 생명을 전하는 사람으로 완전히 변화됩니다. 이 장면은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나는 지금 누구의 목소리를 듣고 있는가? 나는 무엇에 이끌려 살아가고 있는가?” 말씀은 우리를 변화시킵니다. 바오로 사도처럼, 우리도 하느님의 말씀 앞에 귀를 열고 마음을 열면, 인생의 방향이 바뀌게 됩니다. 병든 몸이 치유되고, 얽매였던 마음이 해방되고, 어둠 속에 있던 삶이 빛을 향해 나아가게 됩니다.
 
프랑스의 철학자 파스칼은 이런 말을 했습니다. “하느님은 인간의 마음에만 말씀하신다. 그리고 마음이 열려 있을 때 그 말씀은 역사가 된다.” 성경 말씀은 우리 삶을 해석하는 가장 깊고도 참된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복음을 나누는 이유는, 단지 신앙을 유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삶의 진실을 발견하고, 그것을 서로 나누기 위해서입니다. 


작은 공동체에서 구역, 반, 혹은 친구들 모임 속에서 함께 말씀을 나눌 수 있다면, 그 자리는 곧 작은 성전이 될 것입니다. 말씀은 살아 있고, 힘이 있으며, 우리 삶을 해석해 주고, 치유해 주며, 길을 밝혀 줍니다. 이 부활의 시기, 말씀 속에서 나의 부활을 다시 한번 체험하는 시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복음이라는 밭에서 여러분만의 보물 찾으시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그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함께 나누시기를 바랍니다. 그 나눔 속에서, 우리는 서로의 부활을 확인하게 될 것입니다. “사울은 며칠 동안 다마스쿠스에 있는 제자들과 함께 지낸 뒤, 곧바로 여러 회당에서 예수님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시라고 선포하였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조재형 신부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