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8일 주일 (홍) 성령 강림 대축일
제1독서 <그들은 모두 성령으로 가득 차, 다른 언어들로 말하기 시작하였다.> ▥ 사도행전의 말씀입니다.2,1-11 오순절이 되었을 때 사도들은 1 모두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2 그런데 갑자기 하늘에서 거센 바람이 부는 듯한 소리가 나더니, 그들이 앉아 있는 온 집 안을 가득 채웠다. 3 그리고 불꽃 모양의 혀들이 나타나 갈라지면서 각 사람 위에 내려앉았다. 4 그러자 그들은 모두 성령으로 가득 차, 성령께서 표현의 능력을 주시는 대로 다른 언어들로 말하기 시작하였다. 5 그때에 예루살렘에는 세계 모든 나라에서 온 독실한 유다인들이 살고 있었는데, 6 그 말소리가 나자 무리를 지어 몰려왔다. 그리고 제자들이 말하는 것을 저마다 자기 지방 말로 듣고 어리둥절해하였다. 7 그들은 놀라워하고 신기하게 여기며 말하였다. “지금 말하고 있는 저들은 모두 갈릴래아 사람들이 아닌가? 8 그런데 우리가 저마다 자기가 태어난 지방 말로 듣고 있으니 어찌 된 일인가? 9 파르티아 사람, 메디아 사람, 엘람 사람, 또 메소포타미아와 유다와 카파도키아와 폰토스와 아시아 주민, 10 프리기아와 팜필리아와 이집트 주민, 키레네 부근 리비아의 여러 지방 주민, 여기에 머무르는 로마인, 11 유다인과 유다교로 개종한 이들, 그리고 크레타 사람과 아라비아 사람인 우리가 저들이 하느님의 위업을 말하는 것을 저마다 자기 언어로 듣고 있지 않는가?”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제2독서 <우리는 모두 한 성령 안에서 세례를 받아 한 몸이 되었습니다.> ▥ 사도 바오로의 코린토 1서 말씀입니다.12,3ㄷ-7.12-13 형제 여러분, 3 성령에 힘입지 않고서는 아무도 “예수님은 주님이시다.” 할 수 없습니다. 4 은사는 여러 가지지만 성령은 같은 성령이십니다. 5 직분은 여러 가지지만 주님은 같은 주님이십니다. 6 활동은 여러 가지지만 모든 사람 안에서 모든 활동을 일으키시는 분은 같은 하느님이십니다. 7 하느님께서 각 사람에게 공동선을 위하여 성령을 드러내 보여 주십니다. 12 몸은 하나이지만 많은 지체를 가지고 있고 몸의 지체는 많지만 모두 한 몸인 것처럼, 그리스도께서도 그러하십니다. 13 우리는 유다인이든 그리스인이든 종이든 자유인이든 모두 한 성령 안에서 세례를 받아 한 몸이 되었습니다. 또 모두 한 성령을 받아 마셨습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처럼 나도 너희를 보낸다. 성령을 받아라.> ✠ 요한이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20,19-23 19 그날 곧 주간 첫날 저녁이 되자, 제자들은 유다인들이 두려워 문을 모두 잠가 놓고 있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오시어 가운데에 서시며, “평화가 너희와 함께!” 하고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20 이렇게 말씀하시고 나서 당신의 두 손과 옆구리를 그들에게 보여 주셨다. 제자들은 주님을 뵙고 기뻐하였다. 21 예수님께서 다시 그들에게 이르셨다. “평화가 너희와 함께!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처럼 나도 너희를 보낸다.” 22 이렇게 이르시고 나서 그들에게 숨을 불어넣으며 말씀하셨다. “성령을 받아라. 23 너희가 누구의 죄든지 용서해 주면 그가 용서를 받을 것이고, 그대로 두면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큰 수술을 받기 전에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 있습니다. 보호자의 동의와 서명입니다. 수술대에 오르는 환자 입장에서 보호자가 옆에 있다는 것, 얼마나 마음 든든한 일이겠습니까? 사고뭉치 아이들과 동고동락할 때의 일들이 기억납니다. 제 마음은 어떻게든 아이들을 잘 보호해줘야겠다는 사명감으로 불타올랐습니다. 아이들의 든든한 언덕이 되어주고, 아이들의 기를 살려주고, 끝까지 동행해줘야겠다는 책임감도 확고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파출소나 경찰서를 참 많이 들락거렸습니다. 죄송하다고, 앞으로는 잘 보살피겠노라고, 이번 한 번만 선처해주시라고 애걸복걸하며 탄원서도 참 많이 썼습니다. 따지고 보니 보호자란 말이 참 좋습니다. 생각만 해도 마음이 든든해집니다. 혹시 지금 누구의 보호를 받고 있습니까? 아니면 누구를 보호해주고 있습니까? 인간 세상에서의 보호자, 노력한다고 하지만 아무래도 한계가 있습니다. 그가 나를 영원히 보호해줄 것 같지만 결코 영원하지 않습니다. 이런 면에서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참으로 큰 행운아들입니다. 세상 사람들은 완벽하지 않고 흔들리는 보호자로 인한 근심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닌데, 우리에게는 세례를 통해 더할 나위 없이 든든하고 완벽한 보호자를 얻게 됩니다. 이 세상에서는 물론 또 다른 세상에서도, 오늘도 내일도 영원히, 우리를 안전하게 보호해줄 보호자 성령께서 늘 우리와 동행하시기 때문입니다. 그분은 진리의 영이십니다. 혼돈과 무질서 속에 살아가는 우리, 늘 흔들리고 방황하는 우리에게 어느 길이 참된 길, 생명의 길, 영원한 길, 구원의 길인지를 명확히 알려주시는 영이십니다. 성령께서 우리 안에 힘차게 활동하실 때 기적 같은 변화를 직접 우리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지옥 같은 현실이 살아볼 만한 현실로 변화될 것입니다. 미움 덩어리였던 이웃이 사랑 덩어리로 변화될 것입니다. 그런데 뜻밖의 선물인 성령의 도움은 아무런 노력 없이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목숨 걸고 열심히 기도해야 주어집니다. 충만한 영성 생활의 가장 큰 독소들인 용서하지 못하는 마음, 분노, 질투심, 완고함, 물질만능주의를 극복해야 가능합니다. 주님의 성령께서 우리 내면을 가득 채울 때 우리는 이 세상 그 어디서도 얻지 못할 참 평화를 누릴 수 있게 됩니다. 이 세상 그 어떤 것에도 흔들리지 않는 삶, 바람이 일어도 바람에 넘어가지 않는 안정된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천국은 이 세상이 끝난 뒤에 시작되는 곳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천국은 성령께서 주시는 깨달음의 결과인 잔잔한 평화와 은은한 기쁨, 진정한 화해와 용서, 일치와 나눔이 이루어지는 내 안에서 시작됩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두려움에 잔뜩 사로잡힌 나머지 문까지 닫아걸고 숨어있던 제자들에게 나타나셔서 보여 주신 일련의 행동들이 참으로 은혜롭습니다. 제가 스승이었다면 가장 필요한 순간 줄행랑을 놓은 제자들을 보자마자 치밀어오르는 배신감에, 너희들이 대체 불벼락을 내렸을 것입니다. “너희들이 인간의 탈을 쓰고 그게 할 짓이냐? 그러고도 어떻게 밥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냐?”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조금도 다그치지 않으십니다. 조목조목 잘못을 따지지도 않으십니다. 늘 그러하셨듯이 먼저 제자들에게 다가가셔서 유다인들의 관습에 따른 평화의 인사를 건네십니다. “평화가 너희와 함께!” 이어서 아직도 굵은 못 자국이 선명한 당신의 두 손과 옆구리를 제자들에게 보여주십니다. 아직도 당신 부활에 대한 의구심을 버리지 못하고 긴가민가하는 제자들에게 당신의 부활이 참된 것임을 확증시켜주십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양승국 신부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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