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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연신부님의 글

~ 연중 제 11주간 화요일 / 조명연 신부님 ~

2025년 6월 17일 연중 제11주간 화요일

 

 

지금까지 반백 년도 훨씬 넘게 살았습니다. 아직도 새파란 젊은이 같은데, 제 나이를 돌아보니 이제 좀 연식이 되었구나 싶습니다. 신학생 때, 교수 신부님의 은경축을 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사제 생활을 25년이나 하셨다니 ‘정말로 오랜 시간을 사제로 사셨구나.’라고 생각했고, 이제 할아버지 신부님이라고 친구들과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그때의 신부님보다 나이가 더 많은 것입니다.

 

저 역시 객관적으로 볼 때 늙은 것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결코 피부로 느껴지지 않습니다. 너무나 다행스럽다고 생각되는 부분인데, 저 혼자 나이를 먹는 것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 즉 저와 함께하는 사람들도 같이 나이를 먹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렸을 때, 새해가 되어 나이 한 살 더 먹었다고 한 살 더 많은 형과 동갑이 되는 줄 알고 반말했다가 혼났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그런 일이 생기지 않은 것이 얼마나 다행일까요? 저만 홀로 나이를 먹는다면 정말로 끔찍할 것입니다.

 

함께할 이웃이 있기에 나이를 먹어도 괜찮았습니다. 그들도 나이를 먹고, 이런 그들과 함께하면서 늙음을 잘 느끼지 못하게 됩니다. 젊게 살 수 있게 됩니다. 그렇다면 무한대의 시간 안에 계신 주님과 함께하면 어떨까요? 더 젊게 살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분명히 주님의 뜻을 따르면서 살아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네 이웃을 사랑하고 네 원수는 미워하여라.’고 이르신 말씀을 너희는 들었다.”(마태 5,43)라고 말씀하십니다. ‘네 이웃을 사랑하라’는 레위 19,18의 율법입니다. 그런데 사실 ‘원수를 미워하여라.’는 구절은 율법에 없습니다. 이는 비공식 관행으로 이방인, 죄인, 로마인 등에 대한 적대감을 반영한 표현이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진짜 하느님의 뜻을 밝혀주십니다. 즉, 원수를 사랑하고 박해하는 자들을 위해 기도하여 하느님의 사랑을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악인에게도 또 선인에게도 해와 비를 내려주시는 것처럼, 하느님의 사랑은 조건 없이 주어진다고 하십니다. 우리도 이렇게 살아야 하느님의 자녀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사랑의 대상을 계속해서 선별하고 있습니다. 그들 역시 함께할 이웃이고, 나를 더 잘 살 수 있도록 만드는 이웃인데도 사랑의 대상에서 제외하곤 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조건 없는 사랑으로 우리에게 다가오십니다. 우리도 그 사랑을 따르고, 또 그 사랑을 이웃에게 전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하느님의 자녀가 되어 더 젊게 살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오늘의 명언: 좋은 일을 생각하면 좋은 일이 생긴다. 나쁜 일을 생각하면 나쁜 일이 생긴다. 여러분이 온종일을 생각하고 있는 것 바로 그것이다(조셉 머피).

 

사진설명: 너희는 원수를 사랑하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