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님, 영원한 빛을 그에게 비추소서!
♡ 추모의 시: 어머니를 위하여 ♡
이해인(클라우디아) 수녀
'김순옥 할머니 드디어 세상을 떠났다고
곧 소문이 나겠네? 하늘나라에 갈 적엔
몸도 마음도 미소지으며 가고 싶은데
뜻대로 될까 모르겠네'
'자면서도 아프면서도 자꾸만
기도가 나오는 게 신기해' 어느날 병상에서
어머니는 이렇게 말씀 하셨지요?
9월 8일, 성모 성탄 축일에
가을하늘, 가을바람
유난히 아름다운 아침에
길을 떠나신 어머니.
참으로 어머니의 일생은
하느님을 향한 감사의 기도이고
가족과 이웃을 향한
사랑의 노래였습니다.
성모님을 닮은
겸손과 순결의 찬가였습니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어머니
병석에서도 즐겨 드시던
콩나물처럼 맑고 담백한 향기로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맑고 고운 어머니를 그리워할 것입니다.
다시는 어머니의 소녀같은
그 웃음소리를 들을 수 없고
하늘하늘한 원피스에
스카프로 멋을 내시고
예쁜 모자를 쓰고 외출하시던
아담한 그 모습을 만날 수 없고
지독히 야윈 손이나마 잡아 볼 수도 없는
슬픔에 가슴이 미어지지만
어머니께서 그토록 사랑했던
아들과 며느리
딸들과 손자 손녀
친척과 친지들은
하느님을 믿는 사람답게
이제는 좀 더 의연한 마음으로
먼 길을 보내드려야지요?
그러나 어머니를 보내드리는
마지막 이별의 예식에서조차
다시는 어머니를 뵐 수 없다는
현실을 부정하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힘든 일이 있을 땐 무엇이든
예수님께 부탁하면 돼...
너무 힘들적엔
'나 예수야' 하는 그분의 목소리를
나는 직접 들었지' 하시던 어머니
우리도 이제 어머니처럼 열심히
예수님 성모님을 부르며 섬기며 사는
기도의 사람들이 될게요.
알록달록한 털실을 직접 사다가
가족들에게 마지막 선물로
떠 놓고 가신 따뜻한 털목도리처럼
다른 사람들의 슬픔과 외로움을
따스하게 감싸안는
사랑의 사람들이 될게요.
어머니가 즐겨 빚으시던
아름다운 꽃골무처럼
섬세한 손끝으로
우리 각자의 삶을 수놓는
기쁨의 사람들이 될게요.
어머니 안녕히 가십시오!
고통도 아픔도 슬픔도 없는
평화의 나라에서
맑은 물로 흐르는 평화의 노래가 되고
하늘빛을 닮은 사랑의 새가 되어
영원의 나라에서 편히 쉬십시오.
세상에서 못다 이루신 일 다 잊으시고
자식들이 잘못한 것들
모두 용서한다 하셨지만 더 많이
용서해 주시며 잊을 것 다 잊으시고
이제는 어머니를 사랑하는 이들의
가슴 속에서 한 점 별이 되어
기도로 떠올라 주십시오.
우리의 끝나지 않는
눈물이고 그리움인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를 한번 만난일이 있는 사람들은
강원도의 산 같은 그 모습 잊을 수 없어
우리 "모두의 어머니"라고 부르는 어머니.
세상에서 함께 해주신 시간들
정말 감사했습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 2007년 순교성인 성월에 -
- 故 김순옥(펠리치따) 어머님의 평안한 안식을 빕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