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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글과 언어

[스크랩] 글로리아 에반스 / 담(The W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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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Wall Written and Illustrated by Gloria Jay Evans

 


내가 언제부터 내 주위에 담을 쌓기 시작했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습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그것은 아마 내가 담을 쌓기만 하면
내가 싫어하는 사람들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을 하면서부터 시작된 것 같아요.
그 담이 경계가 되어 나를 보호해 줄 것이라고 생각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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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담은 그렇게 높지 않았습니다.
기껏해야 무릎높이 정도였으니까요.
이 담은 아주 멋있어 보였습니다.
그것은 대개가 내 삶 속에서 찾아낸
자연석으로 만들어졌었지요.

나이 담은 작고 낮았기 때문에
어떤 사람들은 담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더군요.
그래서 담에 부딪혀 넘어지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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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어떤 사람들은 담이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마구 넘어와서 나에게 아주 가까이 접근해 오더군요.
그럴 때마다 나는 몹시 부담스러웠어요.
그래서 나는 담을 더 높이 쌓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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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을 높이 쌓고 보니 전보다 훨씬 편했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뿐이었어요.
또다시 사람들이 찾아오더군요.
그들은 나와 이야기하면서 자기들의 팔을
나의 담 위에 올려놓았습니다.
그 중에는 지겨우리만큼 오래 머문 사람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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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내가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찾아 왔습니다.
그래서 나는 담 위에 날카롭고 뾰족한 돌을 올려놓았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별로 신경쓰는 것 같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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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어떤 사람이 담을 뛰어 넘어와
나의 뜰 안에 서 있었습니다.
나는 무척 화가 났습니다.
그래서 나는 담을 더욱 높이 쌓기로 결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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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을 높이 쌓으면 쌓을수록
내 마음은 더욱 편하고 만족스러웠습니다.
그리고 곧 그 어느 누구도 들여다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때서야 나는 알았습니다.
아무도 나와 이야기를 나누러 오지 않고 있다는 것을.. 

 

어떤 사람은 나와 담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듯
그냥 지나쳐 가버렸습니다.
또 어떤 사람들은 슬픈 표정으로 담 옆에 서서
내가 담 쌓는 것을 바라보았습니다.
나는 그들이 나의 담을 질투한다고 생각했지요.
결국 나는 그들 모두를 미워하게 되었습니다.

 
어떤 돌들은 너무나 귀중하게 생각되어
하루에도 몇 번씩 조심스럽게 닦아주곤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나는 이제는 담이 너무 높아졌기 때문에
사람들이 지나가는 것조차 볼 수 없게 되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의 소리 역시 더 이상 들리지 않았습니다.
모든 것이 적막할 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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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아무도 없나요?" 나는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그러나 아무런 대답도 없었습니다.
담 안쪽은 어두웠고 불쾌한 냄새까지 났습니다.
나는 오랫동안 혼자 앉아 있었는데
정말로 외로웠습니다.
오직 내 머리 속에서 여러 가지 추억들이
속삭이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누군가 담 밖에서 큰 소리를 질렀습니다.
"도대체 이 담은 지저분해서 못 봐 주겠어.
들쑥날쑥 엉망이고, 우중충한데다가 보기 흉한 꼴이라니!" 

나는 그런 말을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내 담을 사랑하고 있었기에...
사실, 내가 담을 쌓은 돌들 어떤 것은
나에게 무척 소중한 것이었습니다.  

 

내가 울기 시작한 것은
내 발 앞에 아름다운 꽃 한 송이가 떨어지던 바로 그 날부터였습니다.
나는 도대체 누가 나에게 이 꽃을 던져주었는지
보고 싶어서 담 위로 올라갔습니다.
그러나 막상 담 위에 올라가 보니 아무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나는 꽃이 있는 곳으로 돌아와
그 꽃의 아름다움을 바라보면서 오랫동안 앉아 있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나는
어리석고 추한 나의 담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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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릎을 꿇고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아, 그동안 나는 얼마나 외로웠던가!
나의 담은 너무 높았고 모순 투성이였으며 보기에도 무척 흉했었구나.
이제 나에게 남은 것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지 않은가.
제발 누군가 나를 도와주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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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이상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오래 전 행복했던 시절의 추억 같은
그 무엇인가가 내 속에서 꿈틀거리고 있었습니다.
나의 꿈이 깨어져버린 후의
적막함 속에서 나는 나를 사랑하는 누군가가
나와 함께 계신다는 것을 온 몸으로 느끼게 되었습니다.
내가 지금껏 내가 알고있던 세상이 무너져 내린
그 곳에 축복을 주시는 하느님께서 와 계셨습니다.
그렇게 하느님께서 내게로 오시자
나의 어둠 속으로 한 줄기 은총의 빛이 스며들었습니다.
나는 그 자리에 행복하게 서있었습니다.


깨닫고 보니
그분은 내가 담을 쌓는 모습을 쭉 지켜보고 계셨던 것입니다.
그리고 담을 쌓는 일이 헛되다는 사실을
내가 스스로 깨달을 때까지
오랫동안 참고 기다려 주신 것이었습니다.

 

어느 날 나는 내 담이 왜 그렇게 추한지
그 분은 잘 아실 거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그래서 여쭈어 보았더니 그 분의 나의 실수를 가르쳐 주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그 돌들의 이름까지 알려 주셨습니다. 
"이 돌은 질투라는 돌이란다. 네가 반드시 치워야 할 돌이지."
하지만 나는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그 돌은 내가 가장 아끼는 돌이었으니까요.
아주 오랫동안 나는 그 돌을 특별히 간직하며
아주 소중히 여겨 왔기 때문이었습니다.


마침내 내가 결심하고 준비가 되자
그분은 내가 돌을 치우는 것을 도와주셨습니다.
(나는 돌들을 하나하나 치우기 시작했습니다.
때로는 하느님의 도움으로 그리고 때로는 낯선 사람들의 도움을 받으며
질투라는 이름의 돌과  환멸, 원한과 분노, 유치함, 완고한 마음이라는
이름의 돌들을 치우기 시작했습니다.) 

 

하느님과 내가 힘을 합쳐 더 많은 돌들을 치우자
빛이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나는 그 작은 틈바구니를 통해서
나에게 내미는 어떤 낯선 손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그 손을 내민 낯선 방문자는 나에게
자신의 벽을 헐고 하느님께 나아가자고 말했습니다.


나는 그에게 고백했습니다.
내가 그동안 얼마나 이 담 때문에 수많은 고통을 받아왔는지
그리고 내가 쌓은 담 안에서 얼마나 쓸쓸함을 느껴왔는지..
또 나는 그 고독함을 결코 잊을 수 없을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러자 그가 말했습니다.
"그래요, 자기 자신을 스스로를 불쌍하다고 생각하며
동정하는 것만큼 괴로운 일은 없어요."


그가 떠나간 후,
나는 내 담 속에서 내가 만든 자기연민의 돌들을 보았습니다.
그 돌들은 내가 흘린 눈물들로 인해 흠뻑 젖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그 돌들을 골라내어 말린 후 다른 돌들과 함께 두었다가
담에서 돌들을 치우기 시작했습니다.


하느님께서 나를 위해 행하신 모든 일들과
하느님께서 가르쳐 주신 것들로 인하여 크게 놀란 나는
남아있는 커다란 돌 위에 서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그분께서 나를 위해 무슨 일을 하셨는지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무척 놀랐습니다.
그 어느 누구도 나의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나는 다른 사람들이 열심히 담들을 쌓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래서 그들에게 달려가 담쌓기를 그만 두라고 간청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나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나는 너무나 실망해서 내가 서있던 돌 위에 얼굴을 대고 엎드렸습니다.
그 돌은 무척 크고 매우 윤기가 있었습니다.
내가 서있던 그 큰돌은 내가 가장 사랑하던 돌이었습니다.
사실 그 돌은 내가 내자신보다 더 소중하게 생각하던 돌이었습니다.


그때 하느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너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알고 싶으냐?"
"그렇다면 너의 머리를 들고 지금 네가 엎드려있는 그 돌을 바라보렴."
나는 머리를 들고 그 큰 돌덩어리에 비추어진
내 자신의 참모습을 찾아보려고 무척 애썼습니다.
그때서야 나는 알았습니다.
나는 그 돌이 허영에 찬 나의 교만이었다는 것을..
그래서 하느님과 나는 조용히 그 돌덩어리를 옮겨놓았습니다.


그리고 나서 하느님은 이상한 말씀을 하셨습니다.
"자, 이제 너는 떠나가라. 내가 너와 함께 가리라.
그리고 또한 나는 이곳에 머물러 있을 것이다."
나는 그 말에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여기에는 아직도 치울 돌들이 많이 있어요.
당신과 함께 저는 이곳에 계속 머무르고 싶어요."
(그러자 그분이 다시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너와 함께 갈 것이라고 말했느니라."
너는 기억하지 못하느냐? 언젠가 네 발 앞에 던져졌던 꽃과
네 손을 꼭 잡아주던 손과 네가 스스로를 불쌍하게 여기며
동정하던 모습을 너에게 일깨워 준 그 낯선 나그네를."


"아 그럼요, 기억하고 말고요."
"그렇다면 너도 가야만 한단다. 그리고 그들처럼 행해야 한단다.
왜냐하면 많이 받은 사람은 많이 주어야 할 책임이 있기 때문이란다.
네가 어디로 가던지 나는 너와 함께 갈 것이고
또 네가 다시 담을 쌓고 싶은 유혹을 받아 여기로 돌아오든지,
아니면 남은 돌들을 치워버리기 위해 돌아오든지
나는 너를 위해 항상 여기에 있을 것이란다."


나는 나의 담을 빠져나왔습니다.
그래서 나는 다른 사람들의 담들을 볼 수 있었고
내가 할 수 있는 한 나는 그들의 담 너머로 꽃을 던져주었고
내 손을 돌 틈바구니 사이로 내밀어 주었습니다.
그 담들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추한 것이었습니다.
나는 그 담들 뒤쪽에서 들려오는 고통스러운 흐느낌 소리를 들었고
그럴 때마다 나의 가슴은 찢어지는 듯 아파왔습니다.
그래서 나는 어느 날 하느님에게 울부짖었습니다.
"하느님 제발 이 사람들을 도울 수 있게 해주세요."

얼마 후에 나는 다시 나의 담이 있는 곳으로 돌아왔습니다.
하느님은 축복과 함께 그곳에 계셨습니다.
나는 하느님과 함께 두려움의 돌과 의심의 돌
그리고 무관심의 돌들을 옮겨 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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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하느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자, 이제야 너는 사랑이 무엇인지 이해하게 되었단다.
너에게 사랑이 없다면, 내가 너에게 일러준 모든 일들은
아무런 의미도 가지지 못한단다.
이제 너는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고
그동안 네가 너와는 다르다고 생각해온
네 주위의 모든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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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일이 있은 후에, 나는 누군가의 손을 잡아주려고
나의 담을 빠져나왔습니다.
어떤 때는 담 옆에서 마냥 기다렸고
어떤 때는 꽃을 던져주기도 했으며
또 어떤 때는 손을 잡아주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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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언제부터 내 주위에 담을 쌓기 시작했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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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아마 내가 담을 쌓기만 하면
내가 싫어하는 사람들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을 하면서부터 시작된 것 같아요.
그 담이 경계가 되어 나를 보호해 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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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글로리아 에반스 / 담(The Wall)
글쓴이 : ♥보니파시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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