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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마을

[스크랩] 오늘 하루 / 도종환

    오늘 하루 / 도종환

                                                                              

                                                                       


    어두운 하늘을 보며 저녁 버스에

    몸을 싣고 돌아오는 길

    생각해보니 오늘 하루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이 더 많았다

    이것저것 짧은 지식들은 많이 접하였지만

    그것으로 생각은 깊어지지 않았고

    책 한권 며칠씩 손에서 놓지 않고 깊이 묻혀

    읽지 못한 나날이 너무도 오래 되었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지냈지만

    만나서 오래 기쁜 사람보다는

    실망한 사람이 많았다

    - 나는 또 내가 만난 얼마나

    많은 사람을 실망시켰을 것인가

    미워하는 마음은 많았으나

    사랑하는 마음은 갈수록 작아지고

    분노하는 말들은 많았지만

    이해하는 말들은 줄어들었다

    소중히 여겨야 할

    가까운 사람들을 오히려 미워하며

    모르게 거칠어지는 내 언어만큼

    거칠어져 있는 마음이

    골목을 돌아설 때마다 덜컹거렸다

    단 하루를 사람답게 살지 못하면서

    오늘도 혁명의 미래를 꿈꾸었다.

     

출처 : 오늘 하루 / 도종환
글쓴이 : 안개꽃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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