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ww.catholic.or.kr 성가게시판에 실린 김종헌 신부님의 글을 HWP로 편집한 것입니다>
차 례
1. 미사곡의 선곡 요령
2. 라틴어로 된 미사곡의 연주법
3. 라틴어 발음의 모든 것
4. 트렌트 공의회와 교회음악
5. 지휘자와 악보 연구의 순서
6. 성가대 역할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
7. 사순시기 성가 선택의 요령
8. 성삼일 전례와 성가 선곡의 예
9. 자비송을 노래하는 법
10. 화답송(시편 응송)을 노래하는 법
11. 복음환호송을 노래하는 법
12. 환호송은 꼭 노래로
13. 대영광송을 노래하는 법
14. 봉헌성가를 노래하는 법
15. 거룩하시도다를 노래하는 법
16. 신앙의 신비여를 노래하는 법
17. 마침영광송과 아멘을 노래하는 법
18. 주님의 기도를 노래하는 법
19. 하느님의 어린양을 노래하는 법
20. 영성체 때에 성가 부르는 법
21. 감사침묵기도(영성체후 성가)를 노래하는 법
22. 퇴장 노래 부르는 법
23. 퇴장후의 가요 부르기
1. 미사곡의 선곡 요령
교회에서 가장 먼저 사용한 미사곡은 그레고리오 성가로 된 것이며, 우리가 그레고리오 성가집 (Liber Usualis)에서 볼 수 있듯이, Kyrie, Gloria, Sanctus, 그리고 Agnus Dei가 한 벌로 이루어져 있다. 여기에 Credo를 함께 넣어 우리는 이를 Ordinarium Missae(미사 통상문, Ordinary of Mass, 어느 미사에서나 변하지 않는 기도들을 말한다. 그러나 주일미사나 축일마다 변하는 기도문, 예를 들어 입당송, 화답송, 봉헌송, 영성체송, 영성체 후 기도를 Proprium Missae, 미사 고유문, Proper of Mass 라 한다). 14세기 때부터 몇 몇 작곡가들이 이 미사 통상문 중의 한 두 부분을 작곡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이 통상문 전체를 한 작곡가가 미사곡으로 작곡하지는 않았다. 이렇게 작곡된 미사통상문의 음악들이 “Old Hall Manuscript”에 보존되어 있는데, 그레고리오 성가나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형태, 즉 한 벌로 이루어진 미사곡은 아니다. 예를 들면 이 사본에는 Kyrie가 한 곡도 없다. 당시에는 Kyrie 만큼은 그레고리오 성가로 부르는 것을 서양교회에서는 장려하였다고 음악사가들은 생각한다.
그러다가 15세기 되어(초기 르네상스 시대) 모든 작곡가들이 적어도 한 곡 이상의 미사곡들을 작곡하기 시작하는데 그 이유는 당시 모든 작곡가가 신자였기도 했겠지만, 그보다 더 큰 이유는 음악적인 것으로서 미사라는 작곡형식이 서양 음악사에 나타난 최초의 다악장 형식의(the first large-scale multimovement form) 음악이었기 때문에 모든 작곡가들이 도전을 하게 된다.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미사곡의 형태, 즉 다섯 개의 미사 통상문을 한 벌로 묶은 미사곡(이를 영어로 Cyclic Mass라 함)은 Dufay에 의해 처음으로 시작되었다(약 1450년경). 전체 5개의 통상문의 미사곡에 일관성을 주기 위해 당시 작곡가들은 성무일도(Divine Office) 끝기도의 마지막 부분에 부르는 Marian antiphon(Salve regina, Alma redemptoris mater, Regina coelilaetare, Ave regina coelorum)의 선율을 차용해 작곡하였다. 그 후에는 전례문을 이용한 그레고리오 성가의 선율을 빌려와서 작곡하였다. 이렇게 빌린 선율을 정선율(Cantus firmus)이라 하였으며, 이를 이용해 만든 미사곡을 Cantus firmus Missa 라고 부른다. 또 선율은 늘 tenor part에 놓이게 되었기에 달리 Tenor Mass라고 한다. 작곡가들은 이 차용한 정선율, 가끔은 약간씩 변하는 경우도 있지만, 을 위의 5가지 기도문마다 꼭 한번씩 나오도록 작곡함으로써 하나의 미사곡으로서의 통일성을 주려 하였다. 참고로 미사곡의 이름을 살펴보면 그 정선율이 어디에서 온 것인지 잘 알 수 있을 때가 많다. 예를 들어, 미사곡 이름이 “Missa Ave maris stella”라면 그레고리오 성가의 Ave maris stella라는 곡에서 정선율을 빌려왔다는 것이고, Missa Pange lingua는 그레고리오 성가의 성체찬가에서 주제를 가져왔다는 이야기가 되는 셈이다. 가끔은 Missa Sine nomine라는 미사곡도 볼 수 있는데 이것은 출처를 밝힐 수 없는 세속곡에서 정선율을 따온 경우라 볼 수 있다.
불란서 작곡가인 Dufay에 이르러서 처음으로 세속음악의 선율이 정선율로 차용되기 시작하였다(Missa “Se la face ay pale”). 또 1500년 이후에는 Parody Mass가 등장하게 되는데 이것은 그때까지 불려지던 그레고리안 성가나 어떤 세속노래에서 한 성부만을 빌려오는 것이 아니고 이제는 몇 몇 성부를 한꺼번에 빌려와서 작곡한 미사곡을 말한다. 그후 후기 Renaissance에 이르러 로마악파의 Palestrina, Lasso 등에 이르기까지 계속 발전하는 미사곡은 앞에서 말한 기법들과 각 작곡가들의 고유한 작곡 기법이 사용된다. 후기 고딕음악 시대에 작곡되기 시작한 다성 미사곡은 1600년경에 이르러 이미 절정에 이른 것이다.
이상 초기 미사곡의 역사를 간단히 살펴보았다. 여기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가장 초기의 성가가 지금 우리 교회의 음악관계자들이 생각하듯이 set로 작곡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 교회에서 주일이나 대 축일에 미사곡을 고를 때 고려할 사항인 듯하다. 예를 들어 우리가 Mozart 작곡의 어떤 한 벌의 미사곡, 아니면 이문근 신부님이 작곡한 창미사곡 II를 골랐다면 그날의 미사곡은 반드시 그 한 벌 안에 있는 것 중에서 노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른 작곡가의 미사곡의 일부는 사용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제 이런 획일화된 생각에서 벗어나 좀 더 자유스럽게 미사곡을 선택했으면 좋겠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주일, 혹은 대 축일에 사용할 미사곡을 고를 때, Kyrie는 A의 곡, Gloria는 B의 곡, Sanctus는 C의 곡, Agnus Dei는 D 의 곡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본인이 참석하는 성당에서는 매 주 이런 식의 선곡을 하고 있다.
미사곡을 신자들과 함께 부르는 것은 한국 교회의 좋은 전통이다. 절대로 성가대나 합창단이 신자들 몫의 노래를 대신하거나 성가대만이 노래하는 법은 없어야 한다. 예를 들어 미사 중의 환호성 부분들, 주의 기도, 등등. 그렇다고 이런 미사 통상문을 노래 할 때 미사곡 전부를 반드시 신자들과 같이 노래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로 신자들의 적극적인 전례 참여의 한 방법으로써 개창을 많이 장려해 온 것도 사실이지만 미사곡을 전체가 같이 노래하지 않는다고 하여 신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안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단, 가능하면 미사곡 중의 “거룩하시도다” 만큼은 모든 신자가 참여할 수 있으면 좋겠다. 예를 들어 라틴말로 된 미사곡을 노래부르더라도 “거룩하시다” 만큼은 한국말로 된 쉬운 곡을 연주하면 좋겠다는 제안이다. 왜냐하면 옛날부터 이 기도는 전체 신자의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본다면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역시 옛 교회 전통을 따라 그레고리오 성가나 라틴말로 된 다성 음악도 이용 할 수 있겠다. 가끔은 이 기도는 노래로 하지 않고 참회예식 제2양식을 이용하는 것도 아주 좋은 방법이다. 왜냐하면 입당송, Kyrie, Gloria 등을 연속으로 부르면 신자들도 피곤하게 되고, 그보다는 위 세 곡 중에서는 Gloria의 비중이 가장 크다. 그래서 Kyrie를 노래하지 않는 것이 Gloria를 더 돋보이게 할 수 있다.
다음에 시간이 나면 전례에 사용하는 음악을 선곡하는 기준에 대해 말씀드려 보겠다. 그 기준은 3가지로서 음악적, 전례적, 사목적인 기준이다. 아무튼 지금까지 말씀드린 바대로 어느 한 작곡가의 미사곡 전체를 한 미사 안에서 꼭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생각하고, 조금은 자유스럽게, 음악적으로 훌륭하고 전례적이며 그리고 사목적으로 신자들에게 유익한 여러 미사곡 중에서 다양하게 곡을 골라서 사용했으면 좋겠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평일미사 때나 주일 혹은 축일 때에 위에 언급한 미사곡 이외의 다른 찬미가들(입당, 봉헌, 영성체, 퇴장)을 고를 때에는 성가 선곡자들이 먼저 그 날의 독서와 복음을 읽어보고 그 주제에 맞는 곡들을 선곡하여야겠다. 그날 주제에 맞는 사제의 강론과 성가의 선택, 그리고 그날 주제에 맞는 신자들의 기도는 미사에 참여한 신자들에게 그날 미사의 주제를 명확히 기억하게 해 준다. 그렇게 되면 신자들이 그 주제에 맞추어 한 주간을 살 수 있도록 큰 도움을 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2. 라틴어로 된 미사곡의 연주법
전례 시기중 큰 대축일이 되면 많은 본당의 성가대들이 특별한 미사곡을 준비하는 것 같다. 성가대들은 평소에 사용하지 않던 미사곡을 연주하고 싶고 또 한편으로는 워낙 한국으로 된 미사곡이 부족하다 보니 고르게 되는 대부분이 라틴어로 된 미사곡이다(라틴어 미사곡의 사용이 과연 우리 한국어 미사에서 사용하는 것이 옳은가 하는 문제는 토론실로 갈 문제이기에 여기서는 생략). 14세기 말엽부터 작곡되기 시작한 라틴어로 된 다성부 미사곡은 지금까지도 외국에서는 라틴어로 꾸준히 작곡되고 있다. 그러나 바티칸 제2차 공의회 이전과 이후의 미사곡의 구성이 다르다(Sanctus와 Benedictus의 구성). 공의회 이후의 미사곡은 현행 미사 순서에 따라 작곡된 것이기에 연주상 어려움이 없으니 생략하기로 하고 여기서는 공의회 이전까지 Tridentine 미사 순서에 따라 작곡된 미사곡에 대해 설명하면서 한국어 미사곡의 사용에 대해서도 조금 언급하고자 한다.
먼저 미사곡의 종류에 대해 말씀드리는 것이 여러분의 이해를 도울 것 같다.
미사곡은 Missa brevis(짧은 미사)와 Missa Solemnis / longa(장엄 혹은 긴 미사)로 나누게 되는데, Missa brevis는 미사통상문의 각 요소가 한 악장으로 처리된다. 따라서 미사 한 곡이 Kyrie, Gloria, Credo, Sanctus(Benedictus), Agnus Dei의 5악장으로 구성되어 있어 연주 시간이 짧은 편이다(한국어 미사곡은 전적으로 이 짧은 미사곡 뿐이다). 그러나 Missa Solemnis는 미사통상문의 각 요소(기도문)가 한 악장으로서가 아니라 여러 악장으로 구성되어 있어 상당히 긴 음악이 된다. 특별히 Credo(나는 믿나이다) 같은 경우 기도문의 매 절마다 특별한 악장을 요구하게 된다. 바하의 B 단조 미사같은 경우 25개의 악장으로 되어 있다. 우리가 들을 수 있는 거의 대부분의 연주용 미사곡이 여기에 속한다.
이제 라틴어 미사곡의 연주법과 한국어 미사곡의 사용에 대해 이야기하겠다.
Kyrie : 문제될 것이 없다고 본다.
Gloria : 선창 문제이다. 현행 한국어 미사곡에서도 마찬가지이지만 이 부분을 주례사제에게 강요할 필요가 전혀 없다(힘들어 하시는 분들도 계신다). 성가대원이나 신자 중 그 누구라도 선창할 수 있다.
Credo : 미사 때에는 연주하기가 힘들 것 같다. 시간적으로나 기도문의 성격상 한국어로 모든 신자들이 큰 소리로 외우는 것이 낫겠다. 참고로 한국어로 된 Credo는 최병철 작곡의 한 곡뿐인 것 같다.
Sanctus와 Benedictus : 이 두 부분은 상당한 주의를 요하는 부분이다. 먼저 바티칸 공의회 이전의 미사 구성에 대해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 1565년 경부터 1963년까지 사용된 트렌틴 미사에서는 성찬 제정(성변화)을 전후하여 성변화 이전에는 Sanctus(거룩하시도다), 성변화 이후에는 Benedictus(주님의 이름으로 오시는 이여 찬미받으소서)를 노래하게 되어있었다. 그래서 그때 작곡된 악보를 살펴보면 두 부분이 제목을 달리하여 따로 나누어져 작곡된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현행 미사에서는 이 두 부분이 합해져서 성변화 전례 전에 부르도록 되어있다. 따로 분리되어 있는 두 곡을 연달아 연주하도록 해야 한다. 르네상스 시대의 미사곡은 모두가 무반주로 되어 있어, 연주상의 어려움은 없다. 그러나 그 후의 미사곡들은 반주가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럴 경우 두 곡의 전후에 붙어 있는 전주와 후주의 연주가 문제가 된다. 성탄 때 한국 교회에서 즐겨부르는 Alfred Desauge의 “Noel”곡의 경우를 생각해 보면 이해가 쉽게 될 것 같다. Bene-dictus의 Tenor 독창이 나오기 전의 오르간 독주는 미사 주례자 및 참석자들이 견디기 힘들만큼(?) 길다. 이럴 때의 권하고 싶은 연주법은 Sanctus 끝의 긴 반주부분 그리고 Benedictus 앞에 붙어있는 긴 반주부분을 생략한 채로 연주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보통 Sanctus가 끝나면 주례사제는 노래가 끝난 줄 알고 미사를 계속하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에 Benedictus가 곧 따라 연주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도록 하면서 노래를 재빨리 이어나가야겠다. 어떤 본당에서는 노래가 길다고 Benedictus(주님의 이름으로 오시는 분 찬미받으소서, 높은 데에서 호산나) 부분을 생략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기도문을 중간에 마치는 경우이기 때문에 있을 수 없는 일이다(저는 이 ‘거룩하시도다’ 부분만큼은 한국말로 전 신자들이 노래에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 가장 올바른 방법이라고 생각하며 꼭 장려되어야 한다고 늘 생각합니다).
Agnus Dei : 먼저 제가 올린 “하느님의 어린 양을 노래하는 법”을 참조하시길 바란다. 101번(성가 게시판)에서 김종우님께서 르네상스 미사(Palestrina의 Missa Brevis라 하심)에서 Agnus Dei가 두 개인 경우가 있는데 이것 역시 빵을 나누는 시간과 관계가 있느냐는 질문을 하셨다. 그렇다고 생각한다. 악보를 분석해 본 결과 이 미사 이외에도 Palestrina는 자신의 거의 모든 미사곡에서 Agnus Dei I과 Agnus Dei II를 꾸준하게 사용하고 있다. 가사를 잘 살펴보면 Agnus Dei I은 언제나 “miserere nobis”로 끝나고 있으며 II는 “Dona nobis pacem”으로 끝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때 I은 fraxio Panis의 시간에 따라 여러 번 반복될 수 있겠다. 보통 음악회에서 I을 두 번 연주하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같은 시대의 Orlando di Lasso는 언제나 “Mise-rere nobis”를 노래하여 “Dona nobis pacem”은 한번도 사용하지 않고 있다(적어도 본인이 살펴본 많은 미사곡에서는). Victoria는 두 가지 방법으로 노래하는 데, 한 방법은 “Miserere nobis” 한 번으로 노래를 끝마치는 경우(이 경우 Lasso와 같이 여러 번 반복이 가능하다고 본다)와 또 다른 방법으로는 “Miserere nobis” 한 번과 “Dona nobis pacem” 한 번으로써 곡을 마치는 경우이다.
이와 같이 르네상스 시기 말기의 3대 작곡가들이 서로 다른 형식으로 Agnus Dei를 작곡한 것은 그들이 어디에서 음악 활동을 했는가에 달려있는 것 같다. 바티칸 2차 공의회 전까지 로마 전례에서는 성 목요일에는 “Dona nobis pacem” 없이 노래하였고, 라테란 대성전에서는 일년 내내 “Dona nobis”를 노래하지 않았다고 한다.
100번(성가 게시판)의 기사와 오늘 기사를 종합해 볼 때, 라틴어로 된 Anus Dei건 한국어로 된 “하느님의 어린 양”이든 “Miserere nobis” 한 번과 “Dona nobis pacem” 한 번으로 연주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법일 것 같다.
3. 라틴어 발음의 모든 것
비록 바티칸 제2차 공의회가 모국어의 사용을 허락했지만 아직까지도 교회의 공식 전례 용어는 라틴어이다(전례헌장 36항). 따라서 미사 중에 라틴말로 노래를 하는 성가대원은 이 말의 정확한 발음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여야겠다. 본인의 합창 지휘 경험을 통해서 몇 십 년간을 성가대원으로 활동했다는 분들도 엉터리 발음을 하고 있음을 알고 있으며, 가끔은 구제 불능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다. 가르쳐도 못 한다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우리 성가대원들은 외국어도 잘 하시는 만큼 이 기회에 제대로 배워 사용하도록 했으면 좋겠다.
먼저 라틴어의 모음을 두 가지 종류로 모아 익히는 것이 발음을 익히는 데나 사용에 편리할 것 같다.
1) a, o, u.
2) e, i, (y)
A : 단모음일 때는 문제가 없을 것이고, 다음에 e가 따라와서 중모음이 될 때 문제가 발생한다. 이런 때는 우리말의 ‘ㅔ’로 발음한다. 예를 들면 caelum (coelum) = ‘첼룸’ aeternum = 에떼르눔.
그러나 e 위에 "이 붙으면 중모음이 되지 않고 독립된 두 개의 모음이 된다. 따라서 aër = ‘아에르’로 발음한다.
C : 위의 제 1군의 모음이 붙으면 약한 “ㄲ” 의 발음이 된다. casa = 까사; co = 꼬; cu=꾸. 위의 제2군 모음이 붙으면 ‘ㅊ’의 발음이 된다. Cicero = 치체로; civis = 치비스; caelum= 첼룸. 뒤에 ‘h’가 붙어 약한 ‘ㅋ’처럼 발음된다. Christus = 크리스투스; chorus; 코루스.
E : 한국말의 ‘ㅔ’와 같이 발음한다. Deum = 데움; Dies : 디에스.
F : 영어의 F와 같이 아래 입술을 물고 발음하는 것을 잊지 말 것. femina; fabula.
G : 모음 제 1군이 붙으면 약한 ‘ㄱ’ 소리가 나고; Gallia = 갈리아; Gasbal = 가스발. 모음 제 2군이 붙으면 ‘ㅈ’ 소리가 된다: Gemma = 젬마; Gemini = 제미니.
조심 : g와 n의 중자음은 뒤에 모음이 따라와 gna(냐); gni(니); gno(뇨)로 발음된다. Agnus = 아뉴스; magnum = 마늄; lingua = 링과. 그러나 독일권에서는 아그누스, 마그눔으로 발음한다. 우리 교회는 이태리식의 발음을 따른다.
H : 한국 말의 ‘ㅎ’로 발음하면 된다. 단 h 앞에 c, p, 혹은 r가 올 때도 있으며, 이 때 Ch는 ‘ㅋ’로 발음 Christus = 크리스투스. ph는 ‘f’로 발음. Philosophia(Ph와 f 발음은 아랫입술을 문다).
J : ‘l’로 발음. Jesu = 예수; justum = 유스뚬.
K : 드물게 사용하는 글자로 ‘ㄱ’ 혹은 ‘ㅋ’으로 발음, Kyrie = 기리에 혹은 키리에.
L : 반드시 혀를 입천장에 부친다는 것을 잊지 말 것. 그렇지 않으면 r 발음이 된다.
N : 우리말의 ‘ㄴ’과 같이 발음. 그러나 뒤에 c가 따르는 경우, 한국말의 ‘ㅇ’이 된다. sanctus = 상뚜스(상크뚜스가 아님).
P : 이태리어와 독일어(미국)의 발음이 약간 다르다: 이태리식을 따른다. 이태리어에서는 가벼운 “ㅃ”으로 발음하고 영어나 독일어에서는 ‘ㅍ’으로 발음. Panis = 빠니스; pange = 빤제 ; apostolus = 아뽀스똘루스.
Q : Q는 항상 뒤에 u가 같이 따른다. usque = 우스꿰; qua = 꽈; quo vadis? = 꿔 바디스.
R : 영어에서와 같이 절대 혀를 입천장에 부치지 말라.
S : 우리말의 초성으로서의 ‘ㅅ’ 소리와 같이 발음; Sabula = 사불라; sane = 사네. 이 발음을 독일에서는 ‘ㅈ’로 발음하는 경우가 있는 데 우리는 이를 피하자. 예를 들면 Bizet의 Agnus를 들으면 ‘미제레레 노비스’라고 발음한다. S 다음에 c가 따라오고 모음이 붙을 때(이 때의 발음은 C의 발음을 참조)조심해야 한다. schola = 스콜라; scala = 스깔라; scu = 스꾸. 제 2군의 모음이 따라오면 Sci = 쒸; sce = 쒜; scientia = 쒸엔씨아; Scena = 쒜나.
아마 라틴말 성가 노래에서 가장 무시당하고 있는 발음일 것이다. 제일 마지막 음절에 ‘s’가 오면 거의 발음하지 않고 있다. 언제나 발음해야 한다. Deus meus = “데우스 메우스”를 “데우 메우”로 발음하는 성가대원들이 거의 대부분이다. 그러나 마지막 음절의 이 발음, 즉 ‘스’ 소리는 나야 하지만 강하게 발음하면 절대로 안 된다. 왜냐하면 강하게 발음할 경우 ‘스’라는 음절이 하나 더 생기기 때문이다. 마치 “데웃스 메웃스” 하듯이 마지막 음절에서 입을 다물고 발음하면 절대로 마지막 ‘스’에서 입을 열 수도 없고 강하게 발음할 수도 없을 것이다. 이런 식 아니면 이런 느낌으로 발음하도록 하자.
T : 이 발음도 독일어군, 이태리어권이 다르게 발음한다. 이태리식의 약한 “ㄸ”으로 발음하자. toccare = 똑까레; tono = 또노; tonsura = 똔수라. T 다음에 모음이 따라올 때 조심해야 한다(지금 성가 게시판의 179 혹은 180의 질문이기도 하다). 한국말로 설명이 약간 곤란하지만(왜냐하면 발음을 말로 표현하는 것은 옳지 않다). ‘씨’로 발음하기로 하되 이 ‘씨’는 입을 조금 다물고 혀로 아래 이빨 뒤에 대고 발음하면 되겠다. gratia = 그라씨아 그러나 그랏씨아 같은 기분; scientia = 쒸엔씨아. 문제는 또 한 가지. 그러나 ti의 i가 액센트를 받거나 그 앞에 s, x, t가 오는 경우 이 때에는 원래 발음인 ‘ㄸ’로 한다. 예를 들면 짐승이라는 bestia는 베스띠아이다. hostia = 호스띠아(성체). 따라서 곽일수님의 질문의 답은 지휘자가 아닌 곽일수님의 답이 옳다. 그 다음, 180번(성가 게시판) 이주상 님의 질문. 철자는 맞는 데 tibi는 또 다른 단어인고로 띄워 쓰셔야 하겠다. “Gratias agimus tibi”의 경우에 위의 S 발음에서와 언급한 바와 같이 마지막 음절에 붙은 s도 발음해야 한다. 그러나 절대 강하게 발음하면 안 된다. Gratias agimus의 이 가사에서 ‘스’를 발음하면서는 절대로 ‘아지무스’의 ‘아’ 발음을 만들어 낼 수 없다. 만약 그라씨아에서 숨을 쉬고, 아지무스를 다시 시작한다면 몰라도(그러면 악보와는 다른 쉼표가 생긴다) 그냥 연결시켜 노래하면 자연스럽게 ‘그라씨아사지무스’가 될 것이다. “그라시아스 아지무스” 내지는 “그라시아스 사지무스”가 아닌 것을 살펴 주셔야겠다. ‘스’와 ‘아’가 합해져서 ‘스아’ 내지는 ‘사’로 변했다. 틀림없다.
그 다음의 글자들은 여러분이 다 아시리라 믿는다. U는 ‘ㅜ’로, V는 영어의 v(따라서 아래 입술을 물어야), Y는 ‘ㅣ’로, Z는 우리말의 ‘ㅈ’을 강하게 발음하면 된다.
<라틴말 성가(그레고리오 성가 포함)의 연습법>
라틴말 가사에는 언제나 단어 위에 액센트가 있는 것을 아시는지? 말의 액센트와 멜로디가 가장 잘 어울리는 음악이 라틴말 성가라는 의미가 여기에 있다.
1) 성가대는 제일 먼저 이 액센트 부분을 최대한으로 강조하면서 라틴말 가사를 몇 번이고 읽어본다(노래하는 것이 절대 아님).
2) 다소 과장되리 만큼 액센트 부분을 강조하여 읽어 가다보면 금방 선율선이 머리 속에 떠오르게 되고, 읽을 때의 기분으로 노래하게 된다.
3) 그 다음 멜로디를 익힌 뒤 가사를 부치면 상상을 초월한, 효과있는 음악을 만들 수 있다.
액센트를 살려 가사 읽기를 많이 하지 않고 연주하는 라틴말 성가는 제대로 될 리가 없다. 한 마디로 엉터리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명심해 주시라.
한국노래이건 외국노래이건 간에 음악을 만들 때 모음은 최대한으로 길게, 울리는 목소리로 노래하고, 자음은 음악의 싯가 마지막에 어쩔 수 없이 부치는 기분(안 그러면 뜻 전달이 불가함)으로 노래해야 하는 것을 잘 아시리라 믿는다. 한국 가곡을 예로 들어보겠다. “초여니 쓰을고가안 기이픈 계곡” 비목의 앞부분이다. 이런 기분의 발음으로 노래를 불러 보자. 발음을 똑똑히 한다고 하면서 한 음, 한음을 노래하면 모음 발성이 다 부서져 버린다.
그 다음, 일단 모음을 노래했으면 그 모음에 ‘ㅎ’ 소리를 섞지 않도록 노력하라. 다시 말하면 모음의 색깔을 달리하지 말라는 말이다. 산들바람의 마지막 부분이다. “아 아하 너허도 가며헌 이히 마흠 어이히해”라고 노래하지 말라. “아 아아 너어도 가아며언 이이 마음 어어어이 해” 같이 노래해 보자.
4. 트렌트 공의회와 교회음악
Martin Luther로부터 시작한 프로테스탄트 교회들이 설립된 후, 교황 바울로 3세는 갈려나간 교회와의 마찰로 인해 발생되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프로테스탄트 교회와의 화해를 시도해 보았다. 그러나 양 교회의 지도자들이 모인 1541년의 회의가 허사로 돌아가자 교황께서는 방향을 돌려 가톨릭 교회 안에서의 개혁을 시도하게 된다(Counter-Reformation). 1542년 교황께서는 트렌트공의회의 첫 회합을 소집하셨다. 1545년에서 1563년까지 열린 이 공의회에서 다룬 교회 음악에 관한 것은 아주 작은 분량이었지만 1564년 Pius IV 교황에 의해 공포되었다.
교회 음악으로 다룬 주제들은 당시 교회음악의 문제점 모두를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1) 교회 음악의 세속화 문제이다. 성가 게시판 93번에서도 잠깐 다루었지만 음악사상 처음으로 미사통상문 전체가 작곡되기 시작하면서 유럽의 유명한 작곡가들은 그레고리오 성가의 선율을 이용하거나 심지어는 세속노래, 특히 샹송을 미사곡의 정선율로 선택하여 미사곡으로서의 통일성을 이루려 하였다. 특히 Josquin desPrez에 이르면 그는 대부분의 정선율을 세속곡으로 대치하였고 이제는 한 선율뿐만이 아니라 세 성부 모두를 빌려와서 작곡하게 된다(이를 Parody 미사라 한다). 물론 당시의 한 작곡사조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이런 과도한 세속곡의 이용은 교회음악의 속화를 초래하였다.
2) 많은 성부를 이용한 다성음악은 신자들로 하여금 가사를 알아듣지 못하게 하고 의미를 파악하지 못하도록 하였다.
3) 너무나 많은 전례음악들의 변형들이 등장하였다. 그 예를 우리는 Sequences(부속가, 성가게시판 121번 참조)들에서 보게 된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많은 부속가들이 지방마다 다르게 등장함으로써 교회 음악의 혼란을 주게 되었다.
4) 교회 전례 안에서의 과도한 악기사용, 특별히 “시끄러운 악기”를 사용하는 것이 문제가 되었다.
5) 전례 때에 취하는 가수들의 불경스러운 태도, 빈약한 발음이나 창법이 교회음악의 문제점으로 등장하게 되었다.
이런 문제들에 대해 공의회의 즉각적인 대응은 다분히 전례적이었다. trope의 사용을 금하고(성가 게시판 104번 참조) 부속가의 사용도 단지 네 개만을 허용하였다(성가게시판 121번 참조). 그 외의 조치는 각 교구마다 시행하도록 권한을 주었다. 또 공의회는 성가의 작곡 때에 외설적이고 세속적인 소재의 사용을 금함으로써 진실로 “하느님의 집이 기도의 집이 되도록” 조치하였다. 이때 지시되고 이루어진 음악 형식, 제정된 트렌트미사는 1963년 바티칸 제2차 공의회 때까지 사용되어왔다.
Palestrina를 포함한 작곡가들은 이제 자신들이 작곡하는 미사곡 내지는 작품의 서문에 ‘트렌트공의회 정신을 따라 작곡한 것’임을 밝힐 정도로 교회음악의 순수성을 간직하려고 노력하였다. 아래의 사항들이 많은 작곡가들이 순수한 교회음악을 위해 고려한 사항들이다.
1) 멜로디 선율과 일치하는 음악 형식을 살리는데 노력하였다. 다시 말해 도약적인 진행을 피하고 근접 진행을 함으로써 노래부르기 쉽고 자연스러운 언어의 흐름을 강조하였다.
2) 가식없는 대위법적인 음악을 구사하였다. 과도한 장식이나 선율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대위법적인 음악으로 한 곡을 구성하는 것이 아니고 중간 중간에 화성적인 음악(Homophonic music)도 포함시켰다.
3) 반음계 사용의 금지. 화성학적으로 꼭 필요한 musica ficta를 제외한 반음계의 사용은 금하였다.
4) 복잡하지 않고 규칙적인 리듬의 사용
5) 이해하기 쉬운 가사의 구성
이런 노력으로 인해 이제 교회음악은 음악의 미적인 것만을 추구하는 것에서 벗어나 전례와 관련된 음악으로서의 기능을 생각하는데 그 강조점을 두게 되었다. Palestrina와 당시대 로마학파의 작곡가들은 이러한 규범들을 잘 수행하였다. Palestrina의 음악은 그 당 시대에서부터 지금에 이르도록 트렌트 공의회가 바라는 교회음악의 진수를 잘 보여주고 있으며 특별히 세속적인 것과 완전히 절연된 영적인 가치를 추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위의 글을 적으면서 언뜻 생각하게 되는 것이 지금 우리 한국 교회음악의 현실이다.
당시 교회가 문제로 삼았던 교회음악의 세속화, 잦은 반음계의 사용, 가수들의 엉터리 발음내지는 발성법, 난해하고 잦은 리듬의 변화, 전문 성악인들도 초견으로 부를 수 없을 정도의 도약적인 선율들, 등등의 현상이 작년부터 부쩍 우리 한국 교회 음악에 들어온 듯하다.
다음에 한국 교회음악, 특별히 복음성가에 대해 한번 더 연재를 하고 여러분을 토론실로 초대하여 의견을 나누어 보고자 합니다. 많이 생각해 두시고 좋은 토론의 장을 만들어 보십시다. 감사합니다.
5. 지휘자와 악보 연구의 순서
요사이 조금 바빠서 옛날에 써 두었던 기사를 그냥 올립니다. 조금 쉽게 풀어 쓰지 못하여 죄송합니다. 성가대 지휘자들의 건투를 빕니다.
어떤 음악 작품에 잠재되어 있는 감정을 목소리나 악기를 통해 유용하고도 효과적으로 표현하도록 하기 위해서 지휘자는 반드시 악보의 이해에 그 첫번째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음악을 어떻게 해석하는가의 판단은 악보 자체에 대한 완전하고도 창의적인 연구를 통해서만 이루어진다. 따라서 지휘자의 첫번째 임무는 악보의 연구에 있다.
1) 악보 연구의 특성과 원칙
지휘자는 악보 연구를 할 때 단순한 음표에 대한 해독자로서가 아니라 창조적이고도 독창적인 예술가로서 접근해야 한다. 연주가는 어떤 음악을 표현할 때에 자신 만의 개인적인 표현을 하겠다는 강한 욕구가 있어야만 한다. 작곡가는 자신의 창조적인 음악을 다른 사람에게 표현하는 한 수단으로써 악보로 표기하는 것이며, 지휘자의 도전은 그 악보를 표현 풍부한 이미지로 전달하는 것이다. 따라서 효과적인 악보에 대한 연구 과정이 이런 해석을 창조적인 지휘자를 통해 가능하게 해 준다.
음악을 창조하는 그 기초로써 지휘자는 악보를 완벽하게 알아야 하며 그 악보에 대해 자신의 마음속에 명확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지휘를 할 때에 머리 속에 그려진 음악의 구현이 우선되어야 하지, 작곡가의 음표를 단순히 연주하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런 경지에 이르기 위해서는 지휘자가 악보 연구를 통해 그 악보를 완전히 자기 자신의 것으로 하는 것이 필요하다. 만약 지휘자가 음악에 전적으로 자신을 투신하지 않는다거나 해석을 조직적으로 하지 않는다면, 그 지휘자는 자신의 기초를 세우지 못하는 것이고 단순히 음표의 소리만을 연주자들에게 지휘하는 것이 되고 만다.
이런 지휘자를 만드는 과정은 가장 기본적인 음악적인 기술과 지식에 기반을 둔다. 그리고 악보에 대한 연구에 전제되는 조건들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음악에 대한 애정과 창조하려는 원의가 요구된다.
악보를 연구하는 동안 지휘자로서의 자세와 마음가짐을 가지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음악 자체에 집중해서 행동과 마음으로 도전해야 한다. 악보 연구는 상당한 정신 집중을 요구하는 외로운 작업이다(악보 연구의 과정 중에는, 누구나 그 음악을 연주단 앞에서 기계적으로 지휘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 생각하는 것을 거부해야만 한다).
지휘자는 정신이 산뜻하고 자신이 악보 연구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이 될 때에 악보 연구를 시작할 것이다. 악보 연구를 하는 동안 정신집중을 잘 할 수 있다면 음표를 자신의 마음속에 소리로 바꿀 수 있도록 큰 도움을 받게될 것이다. 마찬가지로 이것은 음악이 주는 이미지를 계속 간직하게도 도와준다.
악보를 연구할 때, 지휘자는 조용한 악기로 해야 한다. 그 악기란 바로 자신의 마음이다. 자신의 조용한 악기로써 악보에 대한 지식이나 감정적인 이미지를 얻는 기술을 터득하지 못한 지휘자는 심각한 장애자라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악보에 대한 지식이나 이미지 없이는 그 사람의 지휘 기술(지휘 동작)이 얼마나 완벽한가에 관계없이 그 사람은 지휘대에서 효과적인 음악 지도자로서의 가능성은 없기 때문이다. 조용한 가운데 악보 연구를 하는 지휘자에게 외적인 또 신체적인 소리의 반응은 결여되어 있겠지만 정신적인 과정은 절대로 소리가 없는 것이 아니다. 지휘자의 정신은 악보 연구 내내 반드시 민감하여야 하고 활기차야 한다. 여기에는 예리한 음악적인 상상력 내지 창작력의 연습이 중요하다.
악보 연구가 제대로 되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린다. 주어진 악보를 공부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음악의 길이, 복잡성, 예술적 질, 그리고 각자의 축적된 음악적 지식, 경험, 기술, 특별히 악보를 읽어내는 능력과 비례할 것이다. 물론 이러한 조건들은 악보마다 또 지휘자마다 크게 다를 수 있다.
젊은 지휘자들이 매일 매일 악보 공부하는 것을 습관으로 삼는 것은 상당히 현명한 일이다. 연주가들이 매일 악기 연습을 하듯이 지휘자들도 악보를 연구해야 한다. 지휘자들은 언제 어디에서 공부할 것이며, 악보에 대한 완벽한 이해를 위해서 또 만들어 내고자 하는 소리를 위해서 얼마만큼의 시간을 소비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적어도 지휘자는 연주자들이 요구하는 것 이상으로 규칙적인 공부와 연습이 필요하다.
결국 주제는 음악이며 음악은 바로 악보이다.
따라서 지휘자는 자신의 정신, 시간, 주의력을 음악에 집중하여야 한다.
새로운 음악을 매일의 규칙적인 악보 연구를 통해서 공부하는 것은 지휘자로 하여금 악보 읽는 기술을 발전시키고 음악적인 성장을 촉진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 그래야만 침체의 함정에서 피할 수 있다. 각 지휘자는 새로운 악보를 연구하는 것과 관련해서 개인적인 목표를 설정해야만 한다.
2) 지휘자에게 요구되는 지식과 기술
기악 지휘자들은 아래와 같은 음악의 규칙에 대해 정확한 훈련과 경험이 필요하다. 음악사, 음악문헌, 음악형식, 서양음악에 대한 역사와 음악문헌에 대한 지식, 특별히 작곡형식의 발전, 연구 형태의 발전사은 지휘자로 하여금 시대적인 전망을 제공한다. 이런 광범위한 주제에 대한 꾸준한 연구를 위해서는 연구하는 기술(research skill)이 필요하다. 동시에 외국어를 아는 것도 권장된다.
음악 이론과 분석: 다양한 형태의 음악이나 작풍을 분석할 수 있는 기본적인 능력을 모든 지휘자들이 갖추어야 한다. 19세기에 이르는 음악의 많은 형태, technique, style 등과 친숙한 것 이외에, 현존하고 있는 많은 기악곡을 차지하고 있는 20세기의 작품에 대해서도 상세한 지식이 필요하다.
작곡 : 악보는 작곡자의 창조적인 생각이나 음악적인 창조력의 신체적인 표현이다. 지휘자의 주된 임무는 작곡가와 상당하는 창조성, 통찰력, 이해로써 작곡가의 악보를 공부하고 해석하는 것이다. 따라서 각 지휘자는 음악적인 작품들이 어떻게 작곡되는지 그 과정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작곡을 공부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서 작품을 쓰는 과정에 관계되는 통찰력을 얻게 된다. 작곡의 경험을 통해 지휘자는 외부에서의 관람자의 위치에서 내적 관람자의 위치로 옮아간다. 그렇게 되면 그 지휘자는 작곡가의 정신의 내적인 작업을 더욱 충분하게 이해하는 위치에 서게 될 것이다.
젊은 지휘자들은 선천적으로 주어지지 않은 작곡 능력 때문에 작곡을 배우는 것을 부끄럽게 느낄 필요가 없다. 작곡 공부, 그것이 어느 만큼의 기본적인 것이든, 적어도 음악분석의 능력을 키워준다. 그리고 악보를 더욱 완전하고 쉽게 공부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줄 것이다.
청음과 시창 : 지휘자는 그의 예술과 기술을 위해 두 가지 형태의 청각적인 기술을 이용한다. - 내적인 듣기와 외적인 듣기이다. 악보를 공부하는 동안 발달되는 내적으로 소리를 듣는 기술은 성취될 목적을 제공해 준다. 외적인 듣기는 지휘할 적에 무엇이 이루어져야 할지를 평가해 준다.
악보를 정확하게 능숙하게 읽는(즉, 악보를 쉽게 읽고 동시에 마음속으로 그 소리를 듣는 것) 능력은 많은 경우에 개인적인 내적 듣기의 기술에 달려있다. 음악에서 내적 듣기와 외적 듣기는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하지만, 내적 듣기의 기술을 발전시키는 기초를 확립시켜 주는 것은 바로 외적 듣기이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 시창이나 청음이라는 과목으로 외적 듣기의 기술을 가르치고 있다. 시창이나 청음에 약한 지휘자들은 피아노나 음반의 도움없이 악보를 읽거나 마음으로 음악을 듣기에 힘든 것을 느낄 것이다. 어떤 부족함이든지 그것들은 극복할 수 있고 극복해야 할 것으로 보아야 한다.
관현악법, 조옮김 그리고 조표읽기 : 지휘자들은 악기의 조옮김에 대해 정확한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건반 악기 기술 : 비록 건반악기를 쉽게 연주할 수 있는 것이 모든 지휘자들에게 요구되는 꼭 필요한 기술은 아니라 하더라도, 건반 악기를 쉽게 다룰 수 있는 것은 상당히 유익하다. 건반악기는 지휘자를 포함한 모든 음악가들이 기본적으로 사용하는 악기이다. 모든 지휘자들은 가능한 최대한의 건반악기를 다루는 기술을 발전시켜야 한다.
기악기의 연주 : 적어도 한가지 악기를 연주할 수 있는 기술을 발전시키는 이외에, 지휘자는 가능하면 여러 형태, 여러 규모의 연주 단체에서 연주해 보는 기회를 가지는 것이 좋다.
3) 악보 연구의 순서
1 단계 : 악보 안내
A. 악보 표지 혹은 악보 머리말 페이지에 적힌 정보를 읽는다.
B. 악보 첫 페이지를 살핀다. 아래 질문에 답하라
1. 전조된 악보인가? 아님 C조?
2. 악기 편성이나 악보 기재하는 데 이상한 점들이 있는가?
C. 악보를 넘기면서 ...
1. 모든 빠르기, 박자의 변화, 조표를 살펴보라.
2. 친숙하지 않거나 잘 모르는 음악 용어, 음표, 표시 등을 명확히 하라.
3. 다소 늦더라도 다음 단계를 위해 똑 같은 속도로 악보를 읽어 나간다.
2 단계 : 악보 읽기
1. 중간에 끊어지는 일없이 악보를 읽고 들을 수 있는 빠르기를 정한다
2. 이 단계에서는 음악을 분석하지 말 것. 상세한 것에 대해 신경 쓰지 말 것
3. 자신의 직감이나 음악적인 상상력을 이용하라. 악보를 보면서 자연적으로 떠오르는 느낌 등을 생각해 보라.
4. 음악을 외우려고 하지 말 것.
5. 피아노를 사용하지 말라.
6. 음반을 사용하지 말 것.
7. 마음으로 그 마음에 대해 느끼는 과정을 평가해 보도록 하라. 악보를 보면서 내적으로 듣는 이미지에 대해서 생각해 보라.
P.S. 지휘자는 악보 읽기의 이 과정에 충분한 시간을 할애하여야 하며, 악보를 읽기에 전념할 수 있는 좋은 분위기를 마련해야 한다. 마음이 맑을 때 악보를 읽을 것이다. 높은 차원의 정신 집중은 음악에 빠져들게 하고 기억하도록 도와준다.
3 단계 : 악보 분석
1. melody :
a) 중요한 멜로디 아이디어, 주 선율, 부주제. 주제, 대선율 등을 찾아본다.
b) 각 멜로디의 특성을 아래의 관점에서 분석
- 형식, 스케일, 음역, 진행방향
2. Harmony : 작품의 전체적인 화성의 구조를 파악
3. Form : 전체적인 형식
4. Rhythm(tempo, meter, rhythm)을 살펴볼 것
5. 관현악법을 살펴본다.
6. Texture (homophonic? Polyphonic? Antiphonal? Responsorial? Etc.)
7. Dynamics(셈, 여림 등)
4 단계 : 작품의 해석
1. 작곡가, 작품, 작품시기에 대한 연구를 끝낸다.
2. 여러 빠르기로 시도해 보고 올바른 빠르기를 정한다.
3. Phrasing을 정한다. 어디에서 음악을 끊을 것인가. 그러나 화성을 고려하지 않고 멜로디만으로 phrase를 정하지 않도록 할 것, 종지형을 살펴볼 것
4. Dynamics를 정한다(세게? 점점 여리게?).
5. Color / texture( vibrato 없이 선명한 소리? 부드러운 소리? 강한 소리?).
6. 휴지 : 어디에서 얼마만큼 쉴 것인가?
7. 연주 때 중요한 passage에 신경쓸 것
6. 성가대 역할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
1) 머리말
전례음악의 목적은 “하느님의 영광과 신자들의 聖化를 지향”(전례헌장 112항) 하는 것이다. 따라서 “전례음악은 그 선율의 움직임과 음악 고유의 힘을 통해서 신자 일동의 기도를 보다 생생하고 열정적인 것으로 만들어 삼위일체이신 하느님께 신자들이 보다 힘있게, 보다 열심히 또 보다 효과적으로 찬미와 기도를 바칠 수 있게”(비오 12세의 성음악의 원리, 28-29조, 1955. 12. 25 발표)함으로써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고 신자들의 성화를 꾀하게 한다. 이렇게 전례음악을 포함한 전례 式典은 거룩한 천상 예루살렘 도읍에서의 전례를 신자들에게 미리 맛보게 한다. 이런 전례를 위하여 전례 봉사자들이(주례자, 조례자, 독서자, 해설자, 성가대, 성체 분배자, 안내자 등등) 자신들의 직무를 제대로 수행하고, 하느님의 백성인 신자들 역시 전례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성가를 부르며 전례에 참여하게 된다면 전례의식은 더욱 숭고한 형태를 갖추게 되는 것이다. 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의 성가대는 전례 안에서 음악을 통해 신자 모두를 결합시키는 임무를 가지고 있는 만큼 성가대 역시 전례 안에서 맡은 소임을 다하기 위해 최대한으로 노력하여야 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한국 교회 곳곳에서 성가대의 해산이라는 기현상이 일어났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가르침인 ‘신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잘못 이해한 우리는 성가대 없이 전 신자가 개창하는 것만이 이를 실현시키는 것이라 생각하여 한국 교회 200년 역사 안에서 한번도 제대로 꽃 피워보지 못했던, 한국 가톨릭 교회 음악의 명맥을 그나마 간신이 이어오던 성가대를 해체시키기에 이르렀다. 이는 근본적으로 교회의 가르침과 반대되는 것이다. 전례 헌장 114항이나 1967년 3월 5일에 발표된 성음악에 관한 훈령 19항은 “성가대의 역할은 보다 중요하게 되었고 그 책임이 무거워졌다”고 가르치고 있다. 공의회는 성가대의 역할이 공의회 이전보다 더욱 중요하다고 가르치고 있는데 반해 공의회에서 발표된 전례 헌장이나 훈령을 받은 한국 교회는 많은 성가대를 해체시켜 버렸으니 이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물론 훈령이 나오기 전의 외국 교회 모습도 한 때는 이와 비슷하였었다.
진실로 전례가 “교회 활동이 지향하는 정점이며 모든 힘이 흘러나오는 원천”(전례헌장, 10항)이 되기 위해서는 “전례의 필요 불가결한 구성 요소인”(전례헌장, 112항) 음악을 제외시킬 수 없다. 그렇다면 신자들에게 음악을 지도하고 그들의 노래를 도와줌으로써, 신자들로 하여금 전례 중에 보다 쉽게 기도하고, 보다 의식적으로 참여하도록 돕는 성가대 역시 제외시킬 수 없음은 당연한 일이라 하겠다.
이 글에서는 로마 교회 안에서 성가대가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를 간단히 살펴보고,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성가대에 대해 가르치는 바를 전례헌장과 1967년의 성음악 훈령을 통해 살펴봄으로써 “성교회의 귀중한 음악적 유산”을 보존, 발전시키는 성가대의 역할과 자리 매김을 시도하고자 한다.
2) 간략한 성가대 변천사
성가대의 기원은 교회음악의 기원과 같으며, 그 기원은 구약성서 안에서 발견된다(집회 17,6-10; 레위 23,23-25 참조). 유대인들의 생활에서 음악은 특별한 중요성을 가지고 있었다. 왜냐하면 하느님은 안식일을 지키는 것과 마찬가지로 전례 안에서 음악을 사용하도록 그들에게 요구하셨기 때문이었다(레위 23,23-25 참조).
다윗 시대에 이르면, 그의 지도로 전례음악이 나름대로 완성되고 전례 안에서 성가의 위치가 매우 향상된다. 다윗은 전례를 위해 4천명으로 구성된 성가대를 조직하였으며(1역대 23,3-5; 6,16 참조), 그들에게 특별한 대우를 해주었다(1역대 15,27-29 참조).
교회음악이 구약시대에 이미 하느님의 명으로 이루어진 것이라면 그것은 율법의 일부가 된다. 따라서 “율법을 폐하러 오지 않고 오직 완성하러 오신”(마태 5,17) 예수의 뜻대로 교회 음악 역시 율법 전체의 완성과 함께 완성되어야 할 대상인 것이다. 실상 예수께서도 당신 생애의 극적인 순간마다 율법에 정해진 시편을 충실히 노래하셨다(루가 2,41-42, 4,17; 마태 11,29; 마르 14,36 참조).
초대 교회에서는 유대교의 회당 음악을 그대로 사용하였다(사도 5,12; 5,20, 5,24 참조). 신약에서 음악의 위치는 구약의 그것만큼 중요하게 여겨지지는 않았지만 엄연히 존재했으며, 사도들은 예수께서 기도에 대해서 특히 성가에 대하여 가르쳐주신 것을 그대로 따랐으며(사도 2,46-47), 전례의식 안에서 성가에 중점을 두는 데에 크게 공헌하였다.
이렇게 초대 교회에서는 모든 신자들이 다 함께 성가를 부르는 것이 일치의 특별한 표시로 간주되었었다. 아침, 저녁에 - 특별히 주일에 - 모든 신자들이 함께 모여서 찬미와 환호로써 그들 공통의 신앙을 ‘한 소리’(Una Voce)로 노래했던 것이다. 참석한 모든 신자를 하나로 일치시키는 힘을 지닌 전체 회중의 노래에 대한 깊은 애착에도 불구하고, 4세기말에 여성 성가대와 소년 성가대가 등장하게 된다. 많은 개종자들을 확보하려는 몇몇 이단자들의 야심으로 태어난 여성 성가대는 겨우 명맥을 유지한 정도에 불과했던 데 반해, 소년 성가대는 계속 성장해 갔다. 동, 서방 교회의 증언에서 미사 때 Kyrie eleison을 노래한 소년 합창단의 활동을 많이 엿볼 수 있다.
신앙의 자유를 허락 받은(313년) 교회는 전례적으로나 음악적으로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화려하고 장엄한 예식을 집전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음악교육을 받은 성가대가 필요하게 되었고 성가 대원들의 교육은 로마의 성가학교(Schola Cantorum)에서 이루어졌다. 이 성가학교를 그레고리오 1세(Gregorio I) 교황(재위 590-604) 혹은 비탈리아노(Vitaliano) 교황(재위 657-672)이 설립하였다는 두 가지 설이 있으나, 그 최종 구성은 7세기말에 이루어졌다고 음악가들은 본다. 이 성가학교에는 4명의 차부제가 있었는데, 네 번째 위치의 차부제, 즉 제 4 Precentor는 Archicantor(수석 가수)이라 하여 성직자들, 복사들, 성가학교 학생들에게 음악을 가르치는 교사의 역할을 맡았었다. 또 그들은 로마 교회 음악의 사도로서 성가보급을 위해 해외로 파견되기도 했었다.
성가학교 학생들은 교황의 미사 중에 시편 등을 노래하였는데 그들은 전문적인 음악교육을 받았던 만큼, 그들의 노래는 상당히 예술적이었다. 그러나 교황 미사에서 그들만이 따로 노래를 부르기는 했으나 그때까지도 미사의 통상부분(Ordinarium Missae) 만큼은 신자 모두에 의해 제창되었다는 증거가 많이 남아 있다. 이곳 출신 교사들은 서유럽으로 나가 Metz나 Chartres 그리고 Soisson 같은 도시에 새로운 성가학교를 세웠다.
이러한 성가학교에서 교육을 많이 받은 젊은이들이 나중에 성직자나 수도자가 되어 교회음악에 이바지하게 된다. 그러나 이때부터 음악 기보법이 나타나 차츰 사용되었기 때문에 그때까지 口頭傳承으로 내려오던 성가에 대한 애착심과 열정이 서서히 식어지게 되고 결과적으로는 성가학교의 쇠퇴를 가져오는 큰 원인이 되고 만다.
이미 7세기 후반에, 모든 신자들에 의해 불려지던 Sanctus가 성가학교의 차부제에 의해 독창으로 불리어지게 되고, 중세기에는 주교가 부르던 여러 가지 노래도 옆에서 조례하던 다른 성직자들이 부르게 되었다.
15세기부터는 미사통상문의 노래, 즉 Kyrie, Gloria, Credo, Sanctus, Agnus Dei가 한 벌로 묶여 다성 음악으로 작곡되기 시작하였다. 원래 회중의 노래였던 미사통상문의 노래마저 점점 성가대에 의해 불려지기에 이르렀다. 여기에는 전례를 보다 아름답게 꾸미고자 하는 욕구와 처음으로 등장한 다악장의 미사곡 형식을 모든 음악가들이 작곡하고자 하였던 노력의 결과라고 볼 수 있겠다. 일반 신자들은 라틴어를 몰랐고 곡의 예술성만을 추구한 나머지 전문 음악인이 아닌 신자들은 노래부를 능력이 없어 침묵을 지키기에 이르면서 모든 노래를 성가대에게 빼앗겨 버렸다.
이렇게 발전한 성가대는 20세기초까지 자신들의 기능 내지는 일차적인 역할을 좋은 음악을 연주하여 전례를 더 풍요롭고 또 품위있게 만드는 것으로 생각하였다.
이상 간단히 살펴 본 성가대의 기원과 변천에 관한 역사에서 보아, 전례와 음악은 그 성질상 상호 보충하면서 원칙적으로 일치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20세기초에 이르기까지 서로 별개의 것으로 독립을 이루고 있었다. 전례나 성가, 두 가지 모두가 훌륭한 전통을 가지고 있었지만 더 이상 하나가 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를 깨달은 비오 10세는 전례음악이 전례의 가장 중요한 요소중 하나임을 깨닫고 전례 부흥을 위한 결정적 개혁을 시작했다(1903, Motu proprio, Tra le sollecitudine, 목자의 역할을 다 함에 있어서).
그 이후 전례 부흥 운동은 다만 “과거에 있었던 전례를 그대로 답습하고자 하지 않고, 오히려 전례 그 자체를 전면적으로 쇄신”하고자 하였고 전례헌장, 21항 참조) 그 쇄신의 일환으로 바티칸 공의회는 전례헌장 114항을 할애하여 성가대의 모든 것을 새롭게 밝혔다.
교회음악을 위한 수많은 곡들이 수 백년 간에 걸쳐 만들어졌으며 전례헌장은 이 음악들을 가리켜 “성음악의 귀중한 유산”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이 귀중한 유산은 그레고리오 성가, 다성음악, 대중성가, 파이프 오르간을 위한 음악들이며, 이 음악들이 “교회의 귀중한 유산”이라 생각된 것은 널리 인정된 예술적 가치와 함께 실용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3) 성가대의 의의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역대 교황의 교서와 과거의 공의회 문헌에 따라 성음악의 귀중한 유산을 보존하고 육성하기 위해서는 성가대를 만들어 이들 음악을 유지, 발전시키는 일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 말하고 있다(전례헌장, 114항; 훈령 19, 20항 참조). 비오 10세 교황은 자의교서 “Tra le Sollecitudini”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적어도 주요 성당에는 성가대를 조직하는 것이 좋다. … 될 수 있으면 많은 성가대를 만들어 다성음악이나 전례음악을 노래 부르게 하면 좋겠다”(27항). 또 비오 12세는 Musicae Sacrae Disciplina에서 교구장들에게 교구의 대성당이나 큰 성당에 성가대를 조직할 것을 권고하였다. 이와 같이 교황들은 한결같이 전례 안에 신자 회중의 노래가 없어서는 안되겠지만, 성가대의 노래도 대단히 바람직한 것이며 또 당연히 있어야 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훈령 20항). 교회의 새로운 요구에 응하여 각 교회마다 성가대를 창설하고 늘릴 필요가 있으며 또 활발하게 활동하도록 사목자들은 각별히 유의하여야 한다.
전례헌장은 주교 및 그 밖의 사목자들에게 신자 회중의 노래뿐 아니라 성가대가 부를 노래도 “열심히 육성해야 한다”(114항)고 가르치고 있다는 점을 명심하여야 한다.
4) 성가대의 역할(훈령 19항)
다성음악을 연주하고 신자 일동으로 하여금 주의 깊게 듣도록 하는 것만이 아니라 교황들의 교서에서도 말했듯이 “신자 일동을 지도하고 고무하여, 전례 안에서 보다 효과적으로 기도하고 보다 적극적으로 전례에 참여하게 함으로써 그들로 하여금 전례에 더욱 친근해지고 매력을 느끼게 하는 것”이 성가대의 역할이라고 헌장은 가르치고 있다. 따라서 성가대는 “교회성가가 전례에 봉사하는 것이지 전례가 음악에 봉사하는 것이 아니다”(우르바노 8세, 경신성성교령, 1943. 2. 21)라는 말을 상기하여, 제대에서 진행되는 거룩한 의식을 무시하고 쉴새없이 노래부르는 일이 없어야 하고, 신자들 역시 “노래로써 거행되는 모든 의식에서 자신들에게 부과된 부분”(전례헌장, 114항)을 열심히 노래하여야 한다.
5) 성가대와 회중과의 관계
교회의 성가대는 연주회에 참석한 청중을 마주보고 노래하는 단체가 아니다. 성가대는 자신들과 함께 기도, 노래하면서 동작하는 다른 신자들과 함께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성가대의 노래는 그 중요성으로 보아 “사제 및 신자 일동의 노래 다음가는 것”(훈령 7항)이기는 하지만 “신자 일동을 대신하여 모든 것을 노래해서는 안되며”(훈령 16항), “신자 일동이 자기에게 속한 노래를 부를 수 있도록”(훈령 20항; 30항) 항상 주의할 필요가 있다.
또 어떠한 경우에도 신자들이 노래와 동작과 기도를 통하여 능동적으로 전례에 참여할 기본 권리를 언제나 행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즉 노래의 전부가 결코 성가대에 의해 독점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6) 성가대의 배치(훈령 23항)
성가대와 신자 공동체와의 위와 같은 밀접한 관계는 성가대의 역할에서 뿐 아니라 성가대의 자리에 대한 가르침에서도 찾을 수 있다. 성가대 역시 전회중의 일부분이라는 점이 뚜렷이 나타날 수 있도록 자리를 잡아야 한다.
성가대는 각 성당의 구조와 아래 사항을 고려하여서 배치되어야만 한다.
- 성가대의 성격(성가대가 전 회중의 일부분이면서 또한 특별한 임무를 수행한다는 것)이 뚜렷이 드러나야 한다.
- 성가대가 전례의식에서 보다 쉽게 그 구실을 해낼 수 있는 자리라야 한다.
- 대원들이 쉽게 미사에 참석할 수 있도록 즉, 쉽게 성체를 영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1967년의 훈령은 성가대의 비치에 관해서는 어떠한 해결책도 제시하지 않는다. 다만 성가대가 회중석과 제단의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할 것을 요구하며, 신자 일동의 노래를 지도한다는 구실로 신자 일동 속에 파묻혀 버리는 일은 없기를 바라고 있다. 신자의 노래를 지도하기 위해서는 성가대가 회중의 선두, 즉 제단과 신자석 사이에 위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7) 성가대의 의무
전 회중을 유기적으로 이끌기 위하여 성가대에는 다음과 같은 의무가 부과되어 있다.
- 성가대는 신자 일동의 성가를 이끌고 도와준다. 이 의무는 회중이 노래할 때 더욱 활발해진다. 즉 신자 일동이 주례자나 부제 및 시편 가창자의 노래에 답하며 대화구나 응송의 노래 때와, 봉헌(Offertorium)이나 연송(Invocationes)을 할 때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 성가대는 온 회중이 전례에 일치하도록 어느 부분, 즉 미사 통상문의 노래, 시편이나 성무일도의 노래 - 저녁 기도(Vesperas)나 끝기도 (Completorium)의 노래 - 를 신자들과 교대로 부른다.
- 성가대만이 노래할 때도 있고, 신자들이 노래하기에는 어려운 부분을 대신 노래해 줄 때도 있다. 또 신자 일동이 노래를 부르며 행동을 수반할 때(미사 중의 행렬 노래 즉 입당, 봉헌, 영성체, 퇴장 때의 노래)에 신자들을 대신하여 노래부를 수 있다. 이런 행렬을 수반하는 경우 신자들은 후렴만이라도 같이 노래하면서 의식에 참여할 수 있으면 더욱 더 좋다.
8) 성가대의 중요성
위의 사실들로 미루어 보아 전례의식 진행에 있어서 성가대는 절대로 필요한 것이고, 성가대를 통해서 전 회중은 하나로 굳게 결합된다. 따라서 성가대가 그 명칭이나 조직 또는 가창 실력의 유무에 상관없이 가장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전례의식에서 회중 전체를 결합시킨다는 역할이다. 그러나 이 역할의 수행 방법은 각 성가대의 능력에 따라 서로 다르게 나타날 수 있는데, 예를 들면 모두가 목소리를 합쳐 단성부로 노래하던가 아니면 다성음악의 풍부한 형식으로 노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성음악에 관한 훈령은 여러 군데에서 성가대에 관한 언급을 하고 있는데 19항에서는 “성가대의 구실이 전보다 더욱 중요하게 되었다”고 하며, 성가대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한 만큼 “작은 성가대라도 조직할 수 없는 경우에는 적당한 교육을 받은 선창자들이라도 적어도 한두 사람 둘 필요가 있다”(훈령 21항)고 한다.
9) 성가대의 편성
“여러 가지 방법으로 성가대를 구성할 수 있다. 각 나라의 습관이나 사정에 따라서 만들 수 있는데, 성인 남자와 소년, 혹은 성인 남자 또는 소년만으로 성가대를 조직할 수 있고, 또 남성과 여성 혹은 사정에 따라서는, 가령 수녀원 같은 곳에서는 여성만으로도 성가대를 조직할 수 있다.”(훈령 22항).
10) 성가대원을 위한 교육
훈령은 24항에서 “성가대원에게는 음악 교육뿐 아니라 나아가서는 적절한 전례 교육과 영적 교육이 베풀어져야 한다. 그래야만 전례의식 안에서 그 구실을 올바르게 해낼 수 있으니 의식은 한층 더 아름답게 되고, 신자들은 성가대를 본받게 될 것이다”라고 한다. 성가대원들이 이런 교육을 통해서 “자신들의 역할을 옳게 수행할 때 그들 자신이 영적으로 진보하게 된다”고 가르치고 있다. 이 교육을 위한 계획이 사목자에 의해서 수립되고 추진되어야 하리라 생각한다. 전례 교육이 되어 있지 않은 성가대의 경우, 노래는 잘 부를 수 있겠지만 전례 각 부분의 의미와 기능에 대한 몰이해로 전례 거행에 방해가 되는 수가 많으며, 영성 교육이 잘 되어 있지 않을 경우에는 즉 “진정한 마음”(골로 3,16)에서 우러나오는 찬미의 노래가 아닐 때, 기도하러 온 신자들에게 음악 연주 이외에 아무런 영적인 도움을 줄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사목자들은 우선 성가대원 자신들이 ‘전례의 봉사자요 지도자이며 기도하는 사람이어야 함’을 깨닫도록 성가대원들에게 전례 교육과 영성 교육을 시킬 제일차적인 의무를 가지게 된다. 아울러 훈령 25항은 “성가대의 이러한 교육(음악, 전례, 영성)의 목적을 보다 쉽게 달성하기 위하여 성음악에 관한 교구적인 협의회, 국가적이며 국제적인 협의회, 특히 교황청에서 인정하고 수차 추천한 바 있는 협의회들이 서로 협력”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11) 맺음말
신자들의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참여를 꾀하고 공동체 의식을 굳게 하기 위하여 신자들은 자신들에게 배당된 노래를 다같이 부르도록 초대받고 있다. 따라서 성가대는 더 이상 자신의 일차적인 기능이 음악을 통하여 전례를 더 풍요롭고 품위 있게 만드는 데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되며, 전례 안에서 신자 전체를 결합시키는 데 그 사명이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되어야만 회중의 행동과 함께, 회중을 위하여, 회중과 더불어 노래하는 자신들도 회중의 일부임을 깨닫게 된다. 음악이라는 예술을 통해 회중들의 공동기도와 전례에 봉사하는 성가대원들의 재능은 회중들의 예배에 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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