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일기 2 - 이 해인
- 겟세마니에서, 1997년 6월
죄를 많이 지어
부끄러움뿐인 제가
땅에 엎디어 울 수도 없는
돌이 되어 서 있음을
용서하십시오
부드러운 올리브나무 잎새로
가늘게 들려오는 당신의 신음소리
십자가에 못박혀
피 흘리고 피 흘리신
당신의 그 처절한 괴로움으로부터
늘 멀리 달아나고자 했습니다
당신을 섬기면서도
당신의 길을 따르기는
쉽지 않았던 세월을 돌아보며
오늘도 그저
스쳐 지나가는 바람으로나
당신 곁에 머무르려는 저를
용서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