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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영성이야기

[스크랩] 죽음에 대한 책 추천 (필독)

'죽음에 대한 공포'를 못견뎌 마침내 '생존에 대한 공포'로
NYT·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 코맥 매카시의 '로드' 국내 상륙
김태훈 기자 scoop87@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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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미국 아카데미 영화상을 휩쓴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원작 소설가 코맥 매카시(McCarthy ·75)의 신작 장편 《로드》(원제:The Road)가 국내 상륙했다. 이 소설은 2007년도 퓰리처상을 수상한 데 이어, 뉴욕타임스와 인터넷 서점 아마존의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며 미국에서만 180만부나 팔리는 큰 성공을 거뒀다.

최근 번역 소개된 《로드》(정영목 옮김·문학동네)는 핵 전쟁 이후 죽음의 땅이 되어버린 미 대륙에서, 사람을 잡아먹는 이들의 추적을 피해 탈주하는 일가족의 목숨을 건 여정을 다룬 작품이다. 소설은 죽음에 대한 공포가 극에 달하고, 희망이라고는 찾을 수 없는 공간에 놓인 세 사람의 선택을 하나씩 보여준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느끼는 '죽음에 대한 공포'는 견딜 수 없는 절망의 무게에 눌려 마침내 '생존에 대한 공포'로 바뀐다. 어머니는 "잡혀서 강간당하고 잡아 먹히기 싫다"며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아침마다 눈을 뜨는 것이 두렵다"고 고백한다.

사이코패스 살인범을 다룬 전작 《노인을…》을 비롯해, 《피의 자오선》, 《밖의 어둠》 등의 작품에서 작가의 관심은 늘 '죽음'이었다. 그는 "죽음은 우리가 사는 세상의 주요 이슈"라며 "그것을 다루지 않는 작가는 진지한 작가가 아니다"고 단언한 적도 있다. 서부를 배경으로 폭력이 난무하는 작품을 다수 발표해 '서부의 셰익스피어'라는 별명을 가진 그는 이번 작품에서도 미국 서부 내륙을 북에서 남으로 종단하는 아버지와 아들의 경로를 따라간다.


▲ 환갑을 넘겨 늦둥이 아들을 얻은 소설가 매카시는 핵전쟁 후 희망의 땅을 찾아 나선 아버지와 아들의 모험 이야기 속에 자식에 대한 사랑을 녹여 넣었다. AP
총 한 자루와 자살용 총알 두 개를 갖고 떠난 남자와 소년이, 음식을 구하고 인간사냥꾼과 싸우는 장면은 《로빈슨 크루소》류의 모험소설처럼 손에 땀을 쥐게 한다. 남자와 소년이 길을 걸으며 나누는 대화는 베케트의 희곡 《고도를 기다리며》의 두 주인공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곤을 연상시키는 문학적 알레고리이다. 구약성경의 선지자 엘리야를 연상케 하는 거지 엘리는 두 사람에게 "당신이 맨 마지막에 남은 사람이라고 생각해보라.(…) 자신이 죽으면 다른 모두가 죽는 것과 똑같은데"라고 묻는다. 굶주린 거지를 향해 총부리를 겨누는 아버지의 의심과, 먹을 것을 나눠주고 싶어하는 아들의 연민이 충돌하는 장면도 인상적이다.

극단적인 절망 속에서 아버지와 아들이 묵묵히 남쪽으로 내려가는 장면은, 아무 희망을 발견할 수 없었던 작가의 젊은 날을 연상케 한다. 매카시는 월 40달러인 싸구려 여관에서도 쫓겨날 정도로 가난한 젊은 시절을 보냈지만 최근 거듭된 문학적 성공을 바탕으로 해마다 유력한 노벨 문학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언론을 극히 꺼려 평생 두번 밖에 인터뷰를 하지 않았던 그는 《로드》를 발표한 뒤 전격적으로 〈오프라 윈프리 쇼〉에 등장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돈이 없어 치약 없이 지내던 어느 날 아침 뭐 없나 하고 우체통을 열어보니 샘플로 나눠주는 치약이 있더라"며 "상황이 정말 암담할 때면, 예상치 못한 좋은 일이 생기곤 했다"고 말했다.

동료 소설가 마이클 카본은 이 작품에서 "황폐하고 동정 없는 세상에 아들을 남겨두어야 하는 늙은 아버지의 죄책감과 상심"을 주목했지만, 작가는 오히려 "아들에게 주는 사랑의 이야기"라고 고백하고 있다. 그는 소설 속 남자의 말을 빌려 아들에게 이야기한다. "우리는 늘 운이 좋았어. 너도 운이 좋을 거야. 가보면 알아. 그냥 가. 괜찮을 거야."(313쪽)

출처 : 죽음에 대한 책 추천 (필독)
글쓴이 : 레인보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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