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이해인
제 작은 머리속에 들어 찬, 수 천 갈래의 생각들도
제 작은 가슴 속에 풀잎처럼 돋아나는 느낌들도
오늘은 더욱 새롭고 제가 서있는 이 자리도 함께 살아가는
이 들도 오늘은 더욱 가깝게 살아옵니다.
지금껏 제가 만나왔던 사람들....
앞으로 만나게 될 사람들을 통해 만남의 소중함을 알게 하시고
삶의 지혜를 깨우쳐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오늘 하루의 길 위에서 제가 더러는 오해를 받고
(가장 믿었던 사람들로 부터 신뢰 받지 못하는 쓸쓸함에
눈물 흘리게 되더라도)
흔들림없는 발걸음으로 길을 가는 인내로운 여행자가
되고 싶습니다.
오늘 하루 제게 맏겨진 시간의 옷감들을 자투리 까지 아껴쓰는
알뜰한 재단사가 되고 싶습니다.
하고 싶지만 하지 말아야 할 일과
하기 싫지만 꼭해야 할 일들을 잘 분별할 수 있는 슬기를 주시고
무슨 일을 하든지 그 일 밖에는 없는 것처럼 투신하는
열정이 제 안에 항상 불꽃으로 타오르게 하소서...
제가 다른이에 대한 말을 할때는 "사랑의 거울" 앞에 저를 비추어
보게 하시고
자신의 모든것을 남과 비교하느라 갈 길을 가지 못하는 어리석음으로
오늘을 묶어두지 않게 하소서.
제가 남으로 부터 받은 은혜는 극히 조그만 것이라도 다 기억하되
제가 남에게 베푼 것에 대해서는 아무리 큰 것이라도 잊어 버릴수
있는 아름다운 건망증을 허락하소서..
오늘 하루의 숲속에서 제가 원치않아도 어느새 돋아나는 우울의 이끼
욕심의 곰팡이, 교만의 넝쿨들이 참으로 두렵습니다.
그러하오나
이러한 제 자신에 대해서도 너무 쉽게 절망하지 말고
자신의 약점을 장점으로 바꾸어 가는 꿋꿋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게 하소서.
어제의 열매가 내일의 씨앗인 오늘 하루의 일과를
끝내고 잠자리에 들 때는 어느 날 저의 죽음을 미리
연습해보는 겸허함으로 조용히 눈을 감게 하소서..
모든 것에 감사했습니다.
모든것을 사랑했습니다.
나직히 외우는 저의 기도가 햐얀 치자꽃 향기로
오늘의 잠을 덮게 하소서....
이해인 수녀님의 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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