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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성화, 미술

" 명화속 불멸의 성인들 " 성 스테파노 "

     [명화 속 불멸의 성인들] <가톨릭신문>

 

 

 

“주 예수님, 제 영혼을 받아 주십시오”
스테파노 성인 순교 모습 평화롭고 아름답게 그려
발행일 : 2009-04-12 [제2643호, 18면]

- 작품 해설 : '성 스테파노의 순교', 16세기 초, 캔버스에 유채, 이탈리아 베네치아, 마르텔라고 성당.
 
 
성 스테파노는 역사상 첫 순교 성인(聖人)이다. 그는 또한 베드로를 비롯한 예수님의 열두 제자들이 직접 뽑은 역사상 최초의 7명의 부제 중의 한 사람이었다. 당시 부제란 사도들이 업무 과다로 인해 가장 중요한 설교와 기도 활동에 전념할 수 없게 되자 사도들을 도와 신자들에게 음식을 배급하는 등의 공동체 내 행정일을 전담시키기 위해 만든 직책이었다.

스테파노는 은총이 충만한 사람으로 많은 기적과 표징을 일으켰다고 성경과 전승은 전하고 있다. 출중한 인물 주변에는 늘 시기하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인 법, 그 무렵 유다인들 중에도 스테파노를 시기하여 그를 궁지에 몰아넣고, 거짓 증언으로 괴롭히는 자들이 있었으나 스테파노는 논리적인 토론을 통해 당당히 저들의 증언이 거짓임을 증명해 보이곤 했다고 한다.

논리로 스테파노를 당할 수 없게 되자 유다인들은 거짓 증인들을 동원하여 그가 하느님과 모세를 모독했고, 또한 법을 어겼다는 누명을 씌워서 최고 의회의 재판에 회부하였다. 거기서도 스테파노의 깊은 지식을 이길 수 없게 되자 그들은 스테파노를 성문 밖으로 끌고 가서는 돌로 쳐서 죽였다. 신을 모독한 자는 성문 밖에서 돌로 쳐서 죽인다는 자신들의 법을 스테파노 성인에게 적용한 것이다. 성인에게 돌을 던진 사람들 중에는 개종하기 전의 사울 그러니까 바오로 성인도 있었다고 사도행전은 전하고 있다.

스테파노의 순교 직후 예루살렘에서는 그리스도 신자들에 대한 대박해가 시작되었다고 하니 이는 그의 순교 이후 수 많은 성인들이 신앙을 지키다가 목숨을 잃게 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성인의 역사는 순교자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순교 성인이 다수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성 아고스티노에 의하면 성 스테파노는 사후에 병자를 고치거나 죽은 이를 살리는 기적을 수없이 많이 행했다고 한다. 이를테면 성 스테파노 제단에 손을 대기만 하여도 병자가 낫고 장님이 눈을 뜨는 등의 기적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고 김수환 추기경의 본명이 스테파노이다. 참으로 신기하게도 추기경 역시 선종하시고 난 후 병자를 고치고 계신다. 그것은 전설이 아니라 우리 눈앞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며 그래서 기적이라고 생각한다. 고인의 뜻에 따라 신자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까지도 장기 기증에 동참하고 있고, 그로 인해 많은 환자들의 병이 낫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현대인은 누구나 마음속으로 위로를 받을 수 있는 그 누군가를 늘 그리워하고 있는데 그 누군가가 바로 김추기경이셨다는 것을 그분이 돌아가시고 난 후 우리 모두는 깨닫게 된 것 같다.

프란치스코 비솔로의 작품은 스테파노 성인이 돌에 맞아 순교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성인은 평화로운 얼굴로 두 손을 들어 마치 기도하는 듯한 자세로 죽음을 맞고 있다. 사도행전에 따르면 성인은 순교의 순간에 “주 예수님, 제 영혼을 받아 주십시오”라는 기도와 함께 무릎을 꿇고 자신에게 돌을 던진 이들을 용서해달라고 빌었다고 한다. 이 그림이 그리고 있는 것은 바로 그 순간이다. 인물의 표현은 어눌한 듯 보이지만 소박한 아르카이즘이 성인의 마지막 모습을 참으로 잘 표현하고 있다. 뒤에 펼쳐진 풍경은 자연의 고요함이 동요하지 않는 성인의 모습을 대변해 주고 있는 듯 하다. 이 작품을 그린 화가는 16세기 초 이탈리아 북부의 트레비소라는 도시에서 활동한 비솔로라는 사람인데 그의 작품과 행적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다. 그러나 그 어떤 대가의 그림보다도 이 작품은 스테파노 성인의 순교 순간을 아름답게 그려내고 있다.


고종희·마리아·한양여대 조형일러스트레이션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