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스테파노의 순교’. 렘브란트. 1925
이 그림은 렘브란트가 19세에 역사화가로서 데뷔하던 시절에 그린 작품으로 성 스테파노가 순교하는 장면을 묘사한 것이다. 교회의 열심한 봉사자로서 신앙을 증거하다가 체포된 스테파노는 유대인들 앞에서 “하늘이 열려 있고 사람의 아들이 하느님 오른쪽에 서 계신 것이 보입니다.”라고 외쳐서 그들의 심정을 몹시 괴롭혔다. “화가 난 유대인들은 일제히 그를 예루살렘에서 끌어내어 돌을 던지며 달려들었는데”(사도 7,57-58), 이 그림은 바로 그 순간을 포착한 것이다. 광기어린 사람들에 둘러싸인 채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스테파노의 순수하고 강인한 모습은 그림 왼쪽 면을 뒤덮은 그림자와 대비되어 더욱 밝게 빛을 발한다. 여기서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것은 그림 중앙 위쪽에 앉아있는 사람이다. 돌을 던지는 사람들의 겉옷을 받아 들고 스테파노를 죽이는 일에 찬동하는 그가 바로 ‘사울’ 곧 미래의 ‘바오로’이다. 사도행전은 “그날부터 예루살렘 교회가 큰 박해를 받기 시작하였고, 사울은 교회를 없애 버리려고 집집마다 남자든 여자든 끌어다가 감옥에 넘겼다”(사도 8,1-3)고 전한다. 그림에서 흥미로운 점은 스테파노의 얼굴과 사울의 얼굴이 매우 닮았고, 그들의 시선 방향이 하나로 일치한다는 것이다. 이는 마치 교회를 박해하고 다닐 만큼 철저한 율법주의자인 사울이 이제 곧 스테파노가 보고 있는 예수님을 곧 만나게 될 거라고 예고하는 것처럼 보인다. 율법에 대한 열성에 눈이 멀어 자신이 바라보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울에게 스테파노의 마지막 외침은 이제 그의 삶을 온통 바꾸어 놓을 예언이 될 것이다.
- 김경희 노엘라 수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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