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초(Masaccio, 1401~1428)의
그림자로 병자들을 고치는 성 베드로 (1426∼1427)
●● 성화에 담긴 영성
사도행전에서는 예수님의 제자들이 기적을 행하자 신자수가 날로 늘었다는 이야기가 많이 등장합니다.
그중에는 사도들의 그림자만 이라도 스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환자들도 있었습니다.
이 작품에서는 예수님의 열두 사도 중 가장 연장자라는 이유로 늘 흰 머리에 흰 수염으로 그려지는 베드로가
파란색 튜닉에 누런색 망토를 걸치고 뒷골목을 지나가고 있습니다. 배경은 서민들의 주거지입니다.
빨간 모자를 쓴 중년 남자, 두 손을 공손히 모으고 있는 맨발의 남자, 어깨를 훤히 드러낸 채 무릎을 꿇고 있는 헐벗은 늙은이,
마지막으로 앙상한 다리를 드러내놓고 있는 나이 어린 앉은뱅이.
이들의 경제적, 신체적 상태는 화면 앞쪽으로 올수록 더욱 악화되어 보입니다.
작가는 앞쪽의 가여운 두 남자에게 병을 낫게 해줄 기적의 그림자를 비춥니다.
그림자를 그린 것은 그간의 회화 개념을 바꾸는 획기적인 사건으로, 고대 이래 처음 등장한 표현방법이었습니다.
마사초는 성화에 미천한 이들을 등장시킨 최초의 화가이기도 합니다.
이는 신 앞에서 모두가 평등하며, 누구나 구원받을 수 있기를 바랐던 마음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합니다.
이제까지의 삶이 아닌 새 삶으로 내 몸을 완전히 돌아서게 하는 사건을 기적이라 부릅니다.
불치병만을 고치는 것은 이적이라 합니다.
베드로와 제자들이 행한 기적은 단지 병자들을 치유하기 위함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예수님처럼, 예수님으로부터 받은 치유의 능력을 통해 병자를 치유함으로써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고자 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치유 받은 이들이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믿고 그의 제자가 되게 하려는 것이었습니다.
신학적으로 병에 걸렸다는 것은, 죄를 지었기 때문이라고 하며 하느님과의 관계가 단절되었음을 의미합니다.
그러므로 병이 치유되었다는 말은, 멀어졌던 하느님과의 관계가 회복되고 하느님의 사람으로 새로 태어난 것입니다.
이것이 기적입니다.
사도들이 기적을 행하자 신자수가 날로 늘어났다는 이야기는 기적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하느님의 사람으로 거듭났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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