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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의 생애

~ 주님의 수난과 죽으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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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님의 수난과 죽으심 예수님 께서는 드디어 이제 곧 닥치게 된 당신의 죽음을 아셨다. 아무 것도 모르고 있다가 갑자기 붙들려서 죽음을 당하신게 아니라 예수님께서는 죽음의 때가 가까이 온 것을 미리 아셨다. 예수님 께서는 안 죽으려고 애를 쓰지 않고 당신의 죽음을 받아들이셨다. 미사 중 성찬기도문 제 2양식에 이런 대목이 있다. "스스로 원하신 수난이 다가오자...." 이처럼 주님께서는 우리 죄인들을 위하여, 성부의 뜻을 이루시기 위하여 기꺼이 죽음을 받아들이셨다. 주님의 고난과 죽음은 초대 교회가 그분께 드렸던 '의인' 이라는 칭호(사도 3,14; 7,52)와도 관련이 깊다. 초대교회는 특별히 이사야서 40-55장에 나오는 야훼의 종의 노래에서 주님의 수나과 죽음의 의미를 해석하는 열쇠를 발견하였다. 즉 그분의 죽음은 의인의 죽음이고, 그분은 백성을 위하여 당신 자신을 바친 주님의 종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제자들과 최후의 만찬을 하실 때 주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희 가운데 한 사람이 나를 배반할 터인데 그 사람도 지금 나와 함께 먹고 있다." (마르 14,18) 최후의 만찬에서 '넘겨주는 자'와 '넘겨지는 자'의 만남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왜냐 하면 주님께서는 '넘겨주는 자'를 통하여 그 뒤에 연루된 모든 사람들, 모사를 꾸미는 사람들, 침묵으로 방관하는 군중들을 보고 계신다. 그런데도 주님께서는 당신의 몸과 피를 배반자를 포함한 제자들에게 주신다. 이렇게 하실수 있는 능력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그것은 당신의 죽음을 오히려 당신을 거부하는 사람들을 찾아가고 용서하는 순간으로 만들려는 사랑으로부터 온다. 그분은 당신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죄악의 실체를 경험하셨고 또 그런 악을 꾸미는 사람들을 실제로 용서하셨다. "받아먹어라. 이것은 내 몸이다."(마르 14,22)라는 말씀은 이러한 용서를 내포하고 있다. 제자들은 특별히 "받아먹어라" 는 말씀의 중요성을 감지했던것 같다. 이 말씀으로써 주님께서는 제자들의 손에 성체성사의 거행뿐만 아니라 당신 자신까지도 온전히 내어 맡기신 것이다. "받아먹어라. 이것은 내 몸이다"라는 말씀은 당신 자신을 온전히 내어 놓겠다는 말씀이다. 주님께서 이처럼 온전히 당신을 내어 놓으셨기 때문에 배반자 유다도 최후의 만찬석상에서 주님의 몸을 받아먹을 수 있었던 것이다. 만일 주님께서 "받아먹어라"고 말씀하셨을 때 모든 사람을 위하여 당신 자신을 온전히 내어 놓겠다는 뜻이 없었더라면, 유다 같은 배반자는 그 만찬식탁에서 쫓겨나야만 했을것이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배반자 유다를 위해서도 당신 몸을 내어 놓으셨고 역시 그를 위해서도 십자가에 못박히셨다. 주님께서는 당신께 닥쳐올 수난과 죽음을 아시고 슬픔과 고뇌에 사로잡히셨다. 주님께서는 근심과 번민에 싸여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지금 내 마음이 괴로워 죽을 지경이니 너희는 여기 남아서 나와 같이 깨어 있어라. "(마태 26,38) 죽음을 목적에 둔 주님의 심정이 어떠하였는지를 헤아릴 수 있는 대목이다. 우리는 여기서 주님의 인간적인 연약함을 보게 된다 죄 외에는 모든 점에서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셨던 주님께서는 이처럼 우리의 연약함까지도 짊어지셨다. 예수님의 죽음은 한 인간의 죽음이다. 예수님께서 한 인간으로서 죽으실 권리가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 그리고 예수님의 죽음은 '위한 죽음' 이다. 예수님께서 '우리를 대신하여' 혹은 '우리 죄를 대신하여' 죽으셨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는데 이것은 주님의 구원신비를 축소시키고 곡해시킬 염려가 있으므로 이런 표현은 가급적 피해야 한다. 우리말 공동 번역에도 그렇게 잘못 번역된 구절이 가끔 발견된다. 예를 들면 요한 복음 11장 51절 "예수께서 유다 민족을 대신해서 죽는다"라는 번역은 희랍어 원문에 따라 "예수께서 유다 민족을 위하여 죽는다"라고 번역해야 한다. 고린토 후서 5장 14절 "그리스도한 분이 모든 사람을 대신해서 죽으셨으니" 역시 "그리스도 한분이 모두를 위하여 죽으셨으니 "로 번역해야 한다. 주님께서 "모든 인간을 위하여 죽으셨다"는 말은 주님께서 죽으심으로써 모든 인간의 죄를 용서해 주실 권한을 받으셨다는 의미로 알아들어야 한다 - 출처, 빛과 소금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