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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스테파노) 신부님 말씀 강

~ 연중 제 30주간 화요일 - 생명일 붙여 있다는 것 / 양승국 신부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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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29일  *연중 제30주간 화요일(R) - 루카 13,18-21

 

 

 

"겨자씨는 자라서 나무가 되었다."

 

<생명이 붙어있다는 것...>

 

 

한 조사에 의하면 국민소득이 높아질수록, 노령화가 가속화될수록 덩달아 인기를 구가하는 시장이 있는데, 바로 애완동물 시장이랍니다. 요즘은 애완동물이라는 용어보다는 반려동물이라는 용어를 쓰기 시작합니다. 많은 가정에서 애완견은 더 이상 동물이 아니라 가족의 한 구성원처럼 여깁니다. 애완견의 인격화가 시작된 것입니다. 견공들도 그런 융숭한 대접에 맛이 들어 스스로를 사람으로 생각하는 녀석들도 많다는군요.

 

얼마 전 오랜만에 만난 한 신자분의 눈이 빨갛게 충혈 되어 있었습니다. 무슨 큰일이라도 있었느냐? 누가 돌아가시기라도 했냐? 여쭈었더니 아니나 다를까 자식처럼 애지중지하던 애완견이 별세하셔서 막 장례예식을 치르고 돌아오는 길이라고 하셨습니다.

 

저도 강아지들을 무척이나 좋아하는데, 한번은 마당에서 키우던 잡견 강아지가 병에 걸려 시들시들 앓다가 죽어가는 것을 지켜본 적이 있습니다. 급성 장염이었는데, 너무나 안타까운 나머지 동물병원에 데려가 엑스레이 사진도 찍어보고, 주사도 맞춰보고 그랬지만 속수무책이었습니다.

 

그때 저는 생명이 붙어있다는 것과 생명이 끊어진 것이 그렇게 차이가 난다는 것에 놀랐습니다. 살아있을 때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모습, 그렇게 생기 있고 귀여운 모습이었는데, 죽고 나니 그런 모습이 순식간에 사라졌습니다. 온 몸이 순식간에 뻣뻣하게 굳어버렸습니다. 바라보기도 싫었습니다.

 

생명이 붙어있다는 것, 이거 보통 대단한 일이 아니더군요. 생명이 붙어있어야 아름답습니다. 생명이 지속되어야 사랑스럽습니다. 숨을 쉬고 있어야 하느님을 만날 수 있고 이웃 사랑을 실천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지금 이 땅위에 스스로 두 발로 서있다는 것,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도 정말이지 대단한 것입니다. 우리를 이 세상에 불러주신 하느님께서는 우리 안에 생명의 씨앗을 심으셨습니다. 최초에 심어진 그 씨앗은 겨자씨만큼 작은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작은 사랑이 하느님 사랑과 부모의 사랑에 힘입어 무럭무럭 성장해나가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오늘 우리에게 주어지는 과제가 한 가지 있군요. 우리 안에 심어진 생명의 씨앗이 무럭무럭 우리 안에서 자라나 우리 밖으로 성장해나가도록 노력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사랑이 커지면 커질수록 우리 생명도 커지는 것입니다. 우리 안에 심어진 다양한 가능성의 씨앗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충만하게 실현시킬 때 우리 생명도 커지는 것입니다.

 

살아있는 생명이라고 다 똑같은 수준의 생명이 아니더군요. 그저 자기 한 목숨 부지하기 위한 생명, 자기만 알고 자기만 챙기는 이기적 생명은 차원이 아주 낮은 생명입니다. 그에 반해 참된 생명은 육적인 생명에 영적인 생명이 추가되는 생명입니다. 다시 말해서 통합되고 완성된 생명입니다.

 

하느님께서 매일 우리에게 건네시는 생명의 말씀을 진지하게 묵상하면서 자신의 삶 안에 구체화시키는 인생이야말로 참 생명의 삶을 사는 모습이 아닐까요? 그 순간 우리는 지상에서 천국을 맛볼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의 참된 생명을 위해 무상으로 건네지는 영원한 생명의 빵을 정성껏 받아 모시는 노력을 통해 매일의 삶 안에서 파스카의 신비가 지속되는 삶이 필요합니다. 매일 아침 어제의 나와 결별하고 새롭게 출발하는 참 생명의 삶을 살아봐야겠습니다.

 

 

†살레시오회 한국관구 부관구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