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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스테파노) 신부님 말씀 강

~ 그래도 계속 나아가시기를 / 양승국 신부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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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31일 *연중 제 30주간 목요일(R) - 루카 13,31-35

 

 

“그러나 오늘도 내일도 그 다음 날도 내 길을 계속 가야 한다. 예언자는 예루살렘이 아닌 다른 곳에서 죽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계속 나아가시길>

 

 

 

이 한 세상 살아가면서 가장 견딜 수 없는 것, 두려운 것은 아무래도 ‘죽음’이겠지요. 물론 언제인지는 모르나 누구에게나 다가온다는 것이 바로 죽음이란 사실 다 알고 있지만, 어느 순간 그 죽음이 손에 잡힐 듯이 가까이 다가올 때, 그리고 그 죽음으로 건너가는 과정에서 겪는 극심한 고통이 뚜렷이 예견될 때의 괴로움은 정말 엄청난 것이 아닐 수 없습니다.

 

누군가가 담당 의사 선생님으로부터 이런 말을 들었다고 생각해보십시오. “정말 받아들이기 힘드시겠지만 길어봐야 1년입니다. 그리고 통증이 만만치 않을 것입니다.” 그 말을 들은 환자가 받는 충격을 엄청날 것입니다. 아마도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은 참담한 심정에 사로잡힐 것입니다.

 

예수님이 그러셨습니다. 그분은 당신 앞에 펼쳐질 메시아로서의 슬픈 최후를 이미 다 알고 계셨습니다. 아버지께서 당신에게 맡겨주신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 머지않아 적들의 손에 넘어갈 것이고, 그들은 엄청난 폭력을 예수님께 가할 것입니다. 아군들은 다 도망가고 적군들에 포위되어 기둥에 묶인 예수님은 수천 번의 채찍질을 당할 것입니다.

 

만인 앞에 수치스럽게 옷 벗김을 당할 것이고, 치욕스런 가시관을 머리에 쓰실 것입니다. 그리고 마침내 그 끔찍하고 혹독한 십자가형에 처해져 높이높이 매달릴 것입니다. 일개 병사조차 예수님을 조롱할 것이며 지나가던 행인들은 그 모습이 너무나 처참해 고개를 돌릴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곧 다가올 예수님의 미래 모습이었습니다.

 

만일 제가 예수님 입장이었다면, 그러한 미래를 예견하고 있었다면 유난히 겁이 많은 저는 지레 겁먹고 멀리 멀리 도망쳐버렸을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그 잔을 피하지 않고 마십니다. 도망가지 않으시고 꿋꿋이 그 길을 걸어가십니다.

 

“그러나 오늘도 내일도 그 다음 날도 내 길을 계속 가야 한다. 예언자는 예루살렘이 아닌 다른 곳에서 죽을 수 없기 때문이다.”

 

예수님의 비장한 각오, 하느님 아버지께 대한 철저한 순명, 우리 인간 전체를 향한 뜨거운 사랑이 돋보이는 말씀이 아닐 수 없습니다. 펼쳐질 미래가 너무나 끔찍하고 참혹하기에 정말 피하고 싶지만, 하느님 아버지와 우리 죄인들을 향한 사랑이 더욱 컸기에 예수님께서는 묵묵히 그 길을 걸어가신 것입니다.

 

묵묵히 골고타 언덕을 향해 길을 걸어가시는 예수님을 바라보며 오늘 우리의 삶을 돌아봅니다. 우리 역시 계속 걸어가야겠습니다. 견디기 힘든 고통 속에서도 어쩔 수 없습니다. 고통이 끝나는 순간까지 발길을 옮겨가야겠습니다. 때로 철저한 비참함 가운데서도, 때로 심각한 죄 속에서도 있다 할지라도 하느님 자비를 희망하며 다시 시작해야겠습니다.

 

때로 내 인생이 끝났다고 여겨질지라도, 사방이 모두 가로막혀 탈출구가 없다고 여겨질지라도 방법이 없습니다. 하느님께서 생명 허락하시는 마지막 순간까지 두드리고 또 두드려야겠습니다. 예수님처럼 갖은 인생의 부정적 경험 속에서도 오늘도 내일도 그 다음 날도 계속 우리의 길을 가야하겠습니다.

 

 

 †살레시오회 한국관구 부관구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