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6일 *대림제1주간 금요일(R) - 마태9,27-31
“예수님을 믿는 눈먼 사람 둘의 눈이 열렸다.”
<절실함>
언젠가 도우미도 없이 홀로 번잡한 거리를 지나가고 계시던 시각장애우를 만났습니다. 오직 지팡이 하나에 의지한 채 위태위태하게 걸어가는 그 모습에 제 마음까지 조마조마해졌습니다. 시각장애로 인해 그분들이 겪는 고초가 얼마나 큰 것인지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바삐 지나다니는 사람들 사이에서 조금만 방심하면 여기 저기 부딪칩니다. 평범한 우리들에게는 전철 한번 타는 것, 버스 한번 타는 것이 식은 죽 먹기지만 그분들에게는 보통 큰 도전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매사에 조심해야 하고 세상만사 많은 것들이 넘어야 할 산으로 다가옵니다.
특히 장애우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던 예수님 시대 당시 시각 장애우들에게 있어 삶은 온통 불편과 고통, 소외와 상처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시각 장애로 인해 평생을 심연의 고통, 깊은 암흑 속에 살아왔던 두 사람이 은혜롭게도 구원의 빛이신 예수님과 마주치는 행운을 얻습니다. 두 사람은 단 한번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있는 힘을 다해 외칩니다.
“다윗의 자손이시여, 저희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두 사람의 말투를 보십시오. 그들은 시력을 회복시켜달라고 수다스럽게 떼를 쓰지 않습니다. 그들이 예수님께 간절히 청하는 바는 자비를 베풀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두 사람의 의식 속에는 치유보다 예수님의 자비가 먼저라는 생각이 형성되어 있었습니다.
이런 그들의 마음을 기특히 여기신 예수님께서는 재차 그들의 믿음을 확인해봅니다.
“내가 그런 일을 할 수 있다고 너희는 믿느냐?”
예수님의 물음에 두 사람은 무조건적 동의를 표함을 통해 치유의 은총을 얻습니다.
두 시각장애우의 강렬한 믿음을 바탕으로 한 간절한 외침이 예수님의 마음을 건드렸고, 결국은 즉각적인 치유와 구원으로 연결된 것입니다.
이 한 세상 살아가면서 가끔씩 와 닿는 고통이 커지면 커질수록, 상처가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우리가 노력해야 할 바가 있습니다.
치유의 은총을 입은 두 시각장애우처럼 더욱 간절한 외침, 혼신의 힘을 다한 청원, 확고한 믿음, 절실함이 요구되는 것입니다.
우리의 하느님은 참으로 공평하신 분 같습니다. 때로 모든 것이 너무나 잘 갖춰져 있는 상태에서 살아가는 사람, 특별한 어려움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 만사형통, 승승장구 중인 사람에게 생생한 주님 현존 체험은 요원합니다.
그러나 심각한 결핍 상태에 살아가는 사람들, 지속적인 환난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 갖은 우여곡절을 다 겪으면서 이산 저산 넘어가는 사람들에게 우선적으로 다가가십니다. 생생한 하느님 현존 체험을 허락하십니다.
†살레시오회 한국관구 부관구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양승국(스테파노) 신부님 말씀 강'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에프엠대로 사는 수도자 / 양승국 신부님 ~ (0) | 2013.12.08 |
---|---|
~ 대림1주간 토요일 - 은총의 상처요,축복의 고통 / 양승국 신부님 ~ (0) | 2013.12.08 |
~ 삼년동안 돌 하나를 입에 물고 / 양승국 신부님 ~ (0) | 2013.12.06 |
~ 역 광장에서 만난 천국 / 양승국 신부님 ~ (0) | 2013.12.04 |
~ 바람 같은 분 / 양승국 신부님 ~ (0) | 2013.12.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