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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스테파노) 신부님 말씀 강

~ 사순제4주일 / 양승국신부님 ~

3월30일 [사순 제4주일]

 

<한평생 지고 살아온 무거운 십자가는 은총의 도구로 사용됩니다.>

 

늦은 시각까지 휴게실에 TV가 켜져 있길래, 살짝 문을 열어봤습니다.

그런데, 아니 글쎄 몇몇 형제들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어 '이게 무슨 일인가' 했었지요.

 

화제가 되고 있는 '느낌표'의 '눈을 떠요' 꼭지를 보고 있었습니다.

오늘은 또 어떤 일로 심금을 울리나 궁금증이 생겨 형제들 사이에 슬그머니 끼어 앉았습니다.

 

안타까운 시선으로 시각장애인을 바라보는 가족들의 근심어린 얼굴,

자신 때문에 고생하는 가족을 위해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시각장애인,

그저 착하기만 한 사람들의 가슴아픈 사연들을 보고 있노라니 저절로 눈물이 나왔습니다.

 

시각장애인들에게 새 세상을 밝혀주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는 출연진 모습도

참으로 아름다웠습니다.

이토록 따뜻하고 인간미 넘치는 프로그램으로 눈물샘을 자극한 제작진 아이디어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눈을 떠요' 꼭지를 통해 실제로 새 삶을 되찾은 이웃들의 환한 얼굴을 바라보며

참으로 부럽고, 또 한편으로 부끄러웠습니다.

우리 교회도 더 많은 노력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습니다.

 

물론 소외되고 가난한 이웃들을 향한 형제자매들의 헌신, 여러 분야에 걸친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들 활약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순식간에 온 국민적 동참과 구체적이고 실제적 도움을 즉각 이끌어내는

 '눈을 떠요' 꼭지의 참신한 기획을 보며,

우리가 하고 있는 사목에 대한 더욱 진지한 점검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군가가 남겨준 각막을 이식받고 새 삶을 되찾은 사람이

'죽어도 이 은혜를 잊지 않겠다. 어떤 모습으로든 그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로 살아가겠다'

고 다짐하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치유행위는 다시 한번 생명을 부여하는

가장 은혜로운 활동임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한 태생소경의 치유를 통해 그에게 새 세상을 열어주십니다.

예수님께서는 태생소경에게 일단 담당 제자(접수창구)에게 가서 접수를 하라고 말씀하지 않으십니다.

순서를 기다렸다가, 번호가 뜨면 들어오라고도 하지 않으십니다.

그 딱한 사람을 만난 바로 그 자리에서 즉각 구체적 치유활동을 시작하십니다.

 

당장 괴로워서 죽을 것만 같은 사람 앞에서, 당장 하루하루가 답답해서 못 견디는 사람들 앞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즉각적이고 구체적 도움입니다.

'한번 기다려 봅시다. 살다 보면 어떻게 되겠지요.'

그분들에게는 이런 말처럼 약 오르는 말도 없을 것입니다.

좋은 마음, 따뜻한 한 마디 말, 간절한 기도 등등 다 좋습니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즉각적이고 구체적 도움의 손길입니다.

 

 

태생소경! 말만 들어도 가슴이 답답해오는 안타까운 단어입니다.

세상에서 태생소경처럼 큰 십자가를 진 분들도 드물 것입니다.

그분들은 우리가 너무도 당연히, 그리고 '공짜로' 실컷 누릴 수 있는 빛의 세계와는 완전히 단절된

암흑 세상을 살아갑니다.

 

찬란한 일출이나 감명 깊은 낙조, 밤하늘을 곱게 수놓는 무수한 별들, 황금빛 들판….

태생소경에게는 이런 세상의 아름다움에 대한 개념이 전혀 없습니다.

얼마나 답답한 일이었겠습니까?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태생소경, 그 또한 태어나는 순간부터 소외와 저주를 밥먹듯이 당하며 살아왔습니다.

더욱 그를 슬프게 했던 일은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왜곡된 시선이었습니다.

태생소경으로 태어난 것만도 서러운 일이었습니다. 너무도 고통스런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당시 유다 사회에서는 고통의 원인을 규명해 나가는 데 있어서,

'고통은 고통 당하는 인간이 저지른 죄의 결과'라는 고통관이 어느 정도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태생소경은 비록 아무것도 볼 수 없었지만 예수님이 빛이요 구원이심을 온 몸으로 고백합니다.

이런 태생소경에게 예수님께서는 육체의 눈만 회복시켜 주신 것이 아니라영혼의 눈까지 함께 회복시켜 주십니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