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1일 [사순 제4주간 화요일]
<기다리고 또 기다리면>
오늘도 오랜 투병생활로 힘겨워하시는 환우들 많으실 텐데, 정말 고생들이 많으십니다.
그리고 그 오랜 고통에도 결코 포기하지 않으시고 꿋꿋이 맞서시니 정녕 존경스럽습니다.
고통이 깊은 만큼 하느님의 축복과 위로도 풍성할 것임을 저는 확신합니다.
저도 젊은 시절, 한 3년 정도 심하게 아파본 적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한 일주일만 지나면 낫겠지, 했었는데, 제 마음 같지 않더군요.
한 달, 두 달, 육 개월, 일 년이 그렇게 세월이 흐르면서 병이 장기화되니 정말 미치겠더군요.
2년이 지나면서는 이러다 내가 죽는 것이 아닌가, 덜컥 겁이 나다가,
3년이 가까워지니까 정신적으로도 슬슬 맛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우울 증세까지 겹쳐 그야말로 삶을 포기할 정도까지 갔습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환우에 비교하니 저는 ‘쨉’도 안 되는군요.
그는 서른여덟 해 동안이나 앓고 있었습니다.
십년, 이십년도 아니고 38년입니다. 정말 끔찍한 세월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당시 평균수명이라 해야 겨우 50세 남짓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환우는 38년 동안을 앓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그는 청소년시절에 병을 얻어
평생 동안 아팠습니다.
그는 평생토록 해온 일이 ‘투병’뿐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기다려온 이 환우, 정말 대단합니다.
칠흑 같은 캄캄한 오랜 밤길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희망해온 이 환우,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평생에 걸친 그의 기도는 아마 이런 것이었겠지요.
“자비하신 하느님의 도우심에 힘입어 언젠가 반드시 때가 오리라.
그 때 나는 힘차게 일어서리라.”
환우가 견뎌온 그 오랜 인고의 세월이 결국 오늘 결실을 맺습니다.
오늘 복음은 하느님의 자비가 환우의 비참을 정확하게 관통하는 장면을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육체적인 질병이든 영혼의 질병이든,
우리 인간의 병은 여간해서 잘 낫지 않습니다.
천천히 주님께서 개입하실 때를 기다려야 합니다.
우리가 이웃들과 더불어 주고받은 상처, 우리가 부모로부터 겪은 애정결핍,
우리가 어쩔 수 없이 끼고 사는 극도의 미성숙,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마음먹는다고 순식간에 치유되지 않습니다.
기다리고 기다리면, 간절히 원하고 또 원하면,
주님의 자비에 힘입어 아주 천천히 은총의 순간이 찾아올 것입니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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