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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신부님들의 강론

~ 하늘을 마주 대하는 세상 / 박상대 신부님 ~

하늘을 마주 대하는 세상

-박상대신부-


요한이 보도하는 제자들의 소명사화는 공관복음의 그것과 많은 차이를 보인다.

 요한복음이 말하는 예수님의 첫 제자는 세례자 요한의 두 제자였다.

(1,35-40)

두 사람은 세례자 요한이 예수님을 두고 ‘하느님의 어린양’이라고 증언한 것에 힘입어 예수님을 따르게 된다. 두 사람 중 하나는 시몬 베드로의 동생 안드레아이나, 다른 하나는 누군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다. 아마 제베대오의 아들 요한으로 추정된다. 요한복음에서 특이한 점은 한 제자가 다른 제자의 소명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안드레아가 자기 형 시몬을 예수께 인도하고, 예수님으로부터 직접 소명을 받은 필립보가 나타나엘을 예수께 인도한다.(1,41.45) 나타나엘은 공관복음의 바르톨로메오와 같은 인물로 추정된다.


나타나엘은 예수께 가기 전에 필립보를 만났다. 필립보는 그에게 모세의 율법과 예언자들이 기록한 메시아이며 요셉의 아들로서 나자렛 출신의 예수를 만났다고 증언한다. 예수께서 나자렛 출신이라는 말에 나타나엘은 다소 회의적인 태도를 보인다. 하지만 곧바로 예수님을 만나서 몇 마디의 대화를 나눈 후 그분을 ‘하느님의 아들’로, ‘이스라엘의 왕’으로 고백한다. 예수께서는 나타나엘의 메시아 고백을 인정하고, 그가 지금까지 체험한 것보다 더 큰 일을 보게 될 것을 약속하신다. 더 큰 일이란 다른 것이 아니라 예수께서 장차 드러내실 자신의 영광과 하늘나라에 관한 표징과 기적이다. 오늘 복음의 말로 표현하자면, 하늘이 열려있고, 하느님께서 계신 하늘과 땅에 내려온 사람의 아들 사이를 하느님의 천사들이 왕래하는 것을 보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마치 야곱의 사다리를 연상케 한다.(창세 28,10-17)


결국 하느님의 천사들이 하늘과 땅을 잇는 역할을 맡은 셈이다. 그렇다고 실제로 하늘과 땅 사이를 오르락내리락하는 하느님의 천사들을 나타나엘이 스스로의 눈으로 볼 수 있다는 말은 아니다. 위에서 이미 언급하였듯이 천사들은 하느님을 보필하는 영적인 존재이므로 비가시적(非可視的)이다. 물론 천사들도 하느님께서 특별히 허락한 사람과 경우, 즉 토비아, 즈가리야, 마리아, 다니엘과 요한의 환시, 요셉과 동방박사들의 꿈속에서와 같이 가시적(可視的) 형상을 취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천사들은 비가시적인 모습으로 하느님과 사람의 아들 사이의 중개역할을 담당한다. 이것은 사람의 아들로 말미암아 하느님이 이 땅에 현존하심을 말하는 것이며, 이로 인해 세상은 열린 하늘과 마주 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곧 예수님의 도래와 강생으로 인간세상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 것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