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다림
-김웅태신부-
신앙은 기다림을 요구합니다. 기다리는 사람은 느긋하여 남에게 편안함을 줍니다. 이에 반해 기다릴 줄 모르는 사람은 안절부절 못함으로써 남까지 불안하게 만듭니다. 현대인은 대단히 성급해졌고 해외에서 한국의 별명은 ‘빨리빨리'라고 할 정도입니다.
오늘복음에서도 기다림을 모르는 예수의 두제자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내용인 즐은 예수를 환영하지 않는 사마리아 고을을 불질러 버리려는 제자 야고보와 요한을 예수는 꾸짖고 다른 마을로 가셨습니다.
우리도 세상을 살다 보면, 또 신앙생활을 하다보면, 환영받지 못한 경험과 요청한 일을 들어주지 않는 사람을 만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왜 하느님께서는 악한 사람들을 그냥 그대로 내버려두시는가' 하고 원망하거나 악한 세상의 현상들은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의 잘못이라 탓하며 책임을 전가할 일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려주시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도록 놔두시는 하느님의 기다리는 마음을 먼저 읽을 수 있어야 합니다. 놀라웁게도 하느님은 먼저 당신 편에서 인간을 사랑하고 존중하십니다.
우리가 지금 살아있는 것은 우리가 의롭거나 착하거나 공로가 크기 때문이 아니라 자비하신 하느님 께서 기다리시기 때문입니다. 내가 지금 살아있는 것은 하느님께서 나의 회개를 관대한 마음, 인내와 사랑으로, 침묵으로 기다려 주시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은 우리 모든 인간이 구원되기를 원하시며 우리보다 훨씬 더 그날을 기다리신다는 것을 우리는 깨달아야 합니다. 하느님의 침묵에서 하느님의 기다림이 절정에 이릅니다. 하느님의 침묵은 하느님의 무관심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사랑과 존경의 표시입니다. 하느님의 이 기다림 때문에 우리는 하느님을 신뢰할 수 있고 더없이 가까이 다가가 우리의 전부를 맡길 수 있습니다.
이 세상이 더없이 악하게 보이고 더없이 희망 없어 보일 때 우리는 하느님의 기다림을 배우며 이 세상을 위해 더욱 기도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하느님의 구원 사업과 성모의 인내와 기다림은 우리에게 아주 좋은 표본이 됩니다.
이런 기다리는 마음에 대한 신앙 때문에 그리스도인은 온갖 좌절과 실망을 극복하고 희망의 인간으로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 변화하는 마음, 끝까지 인간의 구원을 기다리는 이 마음에서 인간을 존중하시는 하느님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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