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10월10일 연중 제 27주간 금요일 복음묵상
“사람들은 예수님을 시험하느라고, 하늘에서 내려오는 표징을 그분께 요구하기도 하였다.”(루카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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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둣가에 매달린 노란 넋들이 파도와 함께 한 맺힌 춤사위를 흔들어댄 지 오래입니다.
나흘 모자라는 반년.
그 무심한 파도와 바람.
속절없는 안타까움과 횅한 시간만이 갈 길을 재촉합니다.
황망한 마음과 간절한 소망을 담고, 갖은 마음들이 그리도 서럽게 울음을 토해냈지만,
하늘이 입을 닫고 있는 것인지,
푸른 기와를 중심으로 모인 추한 몰골들이 하나되어 하늘을 막고 있는 것인지,
우는 마음들이 이내 가슴을 찢다 고개를 떨굽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다고 믿는 천치들이 있습니다.
질기고 억센 쇠심줄같이 독한 역사.
그것이 우리 민족이 견디어낸 삶입니다.
짓밟힌 이들의 마음은 한을 만들어냈고,
그 한은 끝내 누구도 막을 수 없는 하나의 힘이 된 과거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과거는 오늘도 살아있습니다.
추한 영혼들은 기억해야 합니다.
움켜쥐고 있는 오늘이 자신들의 미래를 죽이고 무덤을 만들 것이라는 것을.
모두가 죄인입니다.
우리가 허락한 세상이 빼앗아간 아들이요, 딸들입니다.
마음이 병들었는데 무엇을 볼 수 있고, 무엇을 들을 수 있었겠습니까?
추슬러야 합니다.
허상에 반은 벗겨져버린 마음을 다시 추슬러야 합니다.
그리고 희망해야 합니다.
눈물로라도 다짐하고 희망해야 합니다.
내 비록 너를 가슴에 묻었지만,
더 이상은 똑같은 죄인이 되지 않겠노라고 외쳐야 합니다.
추악한 욕망.
온갖 종류의 파괴.
더 이상은 안 됩니다.
선과 정의를 믿습니다.
그리고 참된 평화를 희망합니다.
이것이 하느님을 믿는 이유입니다.
(세월호 침몰 178일째 아침을 맞이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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