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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신부님들의 강론

~ 행복한 여인 / 강영구 신부님 ~

행복한 여인

-강영구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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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낳아서 젖을 먹인 여인은 얼마나 행복합니까?”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그 말씀을 지키는 사람들이 오히려 행복하다.


그대에게

아침저녁 날씨가 꽤 쌀쌀합니다. 감기 걸리지 않도록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감기는 만병의 근원이라 하지요. 규칙적인 생활과 체온 관리가 감기를 예방하는 길입니다.

저는 지금 어머니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늘 어머니께 미안하고 죄스러운 마음을 금치 못합니다. 51녀를 낳아 젖을 먹이시고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주시던 어머니는 이제 호호백발 할머니가 되셨습니다. 그래도 환갑이 다 된 신부(神父) 아들 때문에 오늘도 로사리오를 손에서 놓지 못하고 기도하고 계십니다. 시집 장가 간 다른 자식들과 달리 신부(神父) 아들은 부뚜막에 앉혀 논 아이처럼 한 순간도 안심할 수 없으신 모양입니다. 사제(司祭)의 길을 가는 저는 불효막심(不孝莫甚)한 쌍놈입니다. 그래도 예수님을 쳐다보면 조금은 위로가 됩니다. 예수님만한 불효자(不孝子)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
성모님은 아들 예수님 때문에 한 순간도 마음 편할 날이 없었습니다. 성모님은 예수님을 임신하던 순간부터 그분이 십자가에 매달려 비명횡사(非命橫死)할 때까지 피눈물을 흘리셨습니다. 불효 중의 불효는 부모 앞서 죽는 것입니다. 성모님은 십자가 아래에서 서서히 죽어가는 아들을 두 눈 똑바로 뜨고 쳐다보아야 했던 비운의 여인입니다
.
그래도 성모님은 ‘모든 여자들 가운데 가장 복된 여인’(루가1,42)입니다. 성모님은 예수님과 모자지간(母子之間)이라는 혈연(血緣) 때문에 복된 여인이 아닙니다. “주님께서 약속하신 말씀이 꼭 이루어지리라 믿으셨기에 정녕 복되십니다.(루가
1,45)
하느님께 귀의(歸依)하고 하느님 안에 뿌리 내린 성모님은 성당 앞뜰의 뿌리 깊은 느티나무처럼 폭풍우 같은 시련과 유혹, 죽음보다 더한 고통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서있었습니다. 성모님이야말로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그 말씀을 지킨’(루가 11,28) 복된 여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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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도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지키는 행복한 사람이 되기를 기도합니다.(一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