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용서로 죽음을 맞이한 스테파노
- 경규봉 신부 -
영원하신 평화의 군왕께서 이 세상에 탄생하심을 경축한 다음 날에 용감한 그리스도인이 하느님 나라에서 탄생함을 경축하는데, 그분이 곧 교회 최초의 순교자 스테파노 부제이다. 스테파노는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에서 교육을 받고 예루살렘에 살던 중에 그리스도인으로 개종하여 열심한 생활을 하였으며, 하느님의 은총과 성령의 힘을 가득히 받아 놀라운 일들과 굉장한 기적들을 행하였다.
초대 교회 교우들은 서로 형제요 자매라고 부르며 가진 것을 내어놓고 필요한 만큼 나누어가지는 공동생활을 했다. 그들은 가진 것을 공유하며 오직 신앙생활에만 전심전력했던 것이다. 그러나 신자수가 급격히 증가함에 따라 여러 가지 문제가 생겼는데, 그리스 출신의 유대계 그리스도인들이 매일의 식량을 골고루 배급받지 못한 문제도 있었다. 이에 사도들은 복음전파에 전념하기 위하여 식량 분배와 같은 여러 가지 사무를 담당하도록 부제 일곱 명을 뽑았다. 사도들은 부제들에게 기도하고 안수하며 직책을 주었는데, 그 첫 자리를 ‘믿음과 성령이 충만한 사람’이라고 칭송 받는 스테파노가 차지하였다. 부제들은 교회내의 여러 가지 사무를 담당하는 한편, 교우들을 위하여 설교를 하고 세례를 베풀었다.
그런데 예루살렘에는 주로 그리스 계 유대인들이 모여 기도하는 회당이 있었다. 스테파노는 가끔 그 회당 사람들과 토론을 하며 논쟁을 했는데, 그들은 지혜와 성령을 받아 말하는 스테파노를 당해내지 못하였다. 그러자 그들은 스테파노를 모함하여 의회에 고발하였다. 스테파노는 그들의 모함을 받고 의회에 끌려가 재판을 받게 되었다.
이 때 스테파노가 성령이 충만하여 하늘을 우러러보니 하느님의 영광과 하느님 오른편에 서 계신 예수님이 보였다. 그래서 그는 "아, 하늘이 열려 있고 하느님 오른편에 사람의 아들이 서 계신 것이 보입니다." 하고 외쳤다. 이로 인하여 스테파노는 하느님을 모독했다는 죄명으로 유대인들로부터 돌 세례를 받고 죽게 되었다. 그러나 스테파노는 조금도 굴하지 않고 오히려 “주 예수님, 제 영혼을 받아주십시오. 주님, 이 죄를 저 사람들에게 지우지 말아주십시오.” 하고 그들을 위하여 기도하며 세상을 떠났다(사도 7장).
겉으로 볼 때 그의 죽음은 교회의 패배처럼 보였지만 패배가 아니라 오히려 승리였다. “순교자의 피는 그리스도인의 씨앗”이라는 떼르뚤리아노 성인의 말씀처럼 그의 죽음은 씨앗이 되어 복음이 널리 전파되었고, 사랑과 용서로 가득 찬 그의 기도를 하느님께서는 어여삐 여기시고 들어주시어 신도들이 더욱 늘어나도록 하셨다. 그리하여 주님을 박해하던 사울이 주님을 전하는 사도 바울로가 되었다. 사울은 스테파노의 순교에 가담한 후 그리스도인을 박해하는데 앞장섰으나 주님을 체험한 후 바울로로 개명하였고, 열렬한 신앙에 불타올라 이방인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많은 이를 구원시켰으며, 마침내는 성 스테파노처럼 순교의 월계관을 받았다.
믿음과 성령이 충만한 스테파노는 죽는 순간까지도 사랑을 잃지 않았다. 그는 자신을 모함하고 자신에게 돌을 던지는 유대인들을 조금도 미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주님처럼 그들을 위하여 기도했다. 그의 마음속에는 하느님을 향한 사랑이 불타올라 하느님 오른편에 계신 주님을 볼 수 있었고, 이웃에 대한 사랑이 불타올라 자신을 돌로 치며 죽이는 유대인들을 위하여 기도할 수 있었다. 그는 주님의 가르침에 따라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충실히 실천한 참된 그리스도인이었다.
사랑은 모든 선의 근본이며 하느님 나라로 인도하는 길이다. 사랑 안에 머무는 사람은 누구나 그릇된 길을 걷지 아니한다. 사랑은 천국으로 올라가는 계단이다. 그러므로 우리도 스테파노 순교자처럼 사랑을 가슴속 깊이 간직하고 하느님 사랑과 이웃사랑을 실천하며 살아가는 신앙인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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