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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선(레오나르도) OFM

~ 은총의 조건 / 김찬선(레오나르도) 신부님 ~

은총의 조건?

 

-김찬선신부-

 

至誠이면 感天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인간이 지극 정성을 기울이면 하늘을 감동케 해

하늘이 마음을 바꿔 인간을 돕는다는 말이지요.
이 관점에서 본다면 오늘 복음의 사람들도 이런 지성을 보여

예수님의 치유를 얻어냈다고 볼 수 있겠지요
.
그렇다면 정말 그런 것입니까
?
예수님은 치유해 줄 마음이 없었는데

인간들의 정성이 마음을 바꾸게 한 것이겠습니까?

우리 인간은 종종 그런 생각을 합니다
.
하느님의 은총을 받기 위해서는

인간이 뭔가 정성을 보여야 한다는 생각 말입니다
.
그저께 어떤 자매님들을 만났습니다
.
자녀들이 입시 중이었는데

하느님께 잘 되게 해달라고 기도할 수 없었다고 했습니다.
자녀가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붙게 해달라고 할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

저는 여기서 참 아름다운 마음을 느낍니다
.
은총을 받기에 합당치 않다고 생각하는 겸손한 마음입니다
.
영성체 전 기도에서

“주님 제 안에 주님을 모시기에 합당치 않사오나 한 말씀만 하소서.
제 영혼이 곧 나으리다.”하고 기도하는 것과 같은 자세이지요
.
그 자매님이 분명 이러한 마음과 자세로 그리 말씀하신 거겠지요
.

그러나 다른 한 편
,
그 자녀가 열심히 공부하고
,
또 그분이 자녀를 위해 교회에 헌금도 많이 바치고

목욕재계하고 치성을 드렸다면 기도할 수 있는 자격이 있고,
은총을 받을 자격이 있겠습니까
?
그래서 자격을 갖추기 전에는 은총을 주시지 않으려다가

자격을 갖춤으로써 하느님은 은총을 주시는 것이겠습니까?
아무리 해도 자격을 갖출 수 없는 것이지만

설사 자격을 갖출 수 있다 하더라도

자격을 갖추면 은총을 베푸신다고 생각하는 것은
은총이 무엇인지를 모르는 잘못된 생각입니다
.

은총은 인간 공로의 대가, 보상이 아닙니다
.
은총은 무상으로, 즉 거저 주어지는 것입니다
.
인간의 지성과 공로가 마치 뇌물과 같이

아니 주시려든 하느님의 마음을 바꿔 주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
그러므로 우리는 이렇게 생각해야 합니다
.
우리가 노력을 많이 했건 아니 했건
,
우리가 치성을 드렸건 아니 드렸건
,
하느님 은총에 미흡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

그래도 우리는 우리의 노력과 지성을 다 해야 합니다
.
하느님께서 우리의 노력과 지성과 상관없이

주시고자 하시면 주시리라는 것을 믿으며

다만 주시는 은총에 대한 황공한 마음과 감사드리는 마음 때문에
나의 정성을 다하는 것이어야 할 것입니다
.

그래서 오늘 복음도

인간의 정성이 주님의 마음을 움직여 치유 받게 되었다고 하지 않고
“예수님께서 그들의 믿음을 보시고 중풍 병자에게 말씀하셨다.
‘얘야, 너는 죄를 용서받았다.’”하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

그러므로

은총의 조건은 지성이 아니라

은총에 대한 우리의 믿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