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김찬선(레오나르도) OFM

~ 아무 생각 없이 / 감친선(레오나르도) 신부님 ~

아무 생각 없이

-김찬선신부-

 

 “나는 그들의 생각 속에 내 법을 넣어주고
그들의 마음에 그 법을 새겨 주리라.
그리하여 나는 그들의 하느님이 되고
,
그들은 나의 백성이 되리라.


지난주에는 지리산을 종주하고 이어서 걸었습니다.
걷다보면 두고 온 일이 계속 생각나고

앞으로 해야 할 일이 생각나는데
저는 이런 생각들을 잠그고 아무 생각 없이 무작정 걸었습니다.

사람들이 묻습니다
.
왜 아무 생각 없이 걷고
,
왜 무작정 걷습니까
?
그거 비생산적이고 괜히 사서 고생하는 거 아닙니까
?

맞습니다
.
그럼에도 그 비생산적이고 고생뿐인 짓을 하는 것은

나에게서 나오는 생각이 없어야
하느님께서 넣어주시는 새로운 생각이 떠오르고

내 생각을 잠가야 하느님 생각에 잠기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과 은총은 다 뜻밖에 있고

예상치 못한 것에 있습니다.
뜻밖의 선물이나 예상치 못한 만남에서 우리는

하느님과 그분이 주시는 은총을 만납니다
.
은총이란 무상의 선물이기 때문입니다
.
그래서인지 옛날에 무전순례를 할 때 보면

밥 한 끼 얻어먹으려는 모든 노력이 헛수고가 될 때
하느님께서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밥을 주십니다.
차를 얻어 타기 위해 갖가지 노력을 하다 안 될 때

그때 생각지도 않은 사람이 차를 세우고 태워줍니다.

나의 계획이나 생각대로 된 것은 나의 실현이지

하느님의 섭리도 역사하심도 아닙니다
.

옛날에 아주 유행했던 광고가 생각납니다
.
“생각대로 T" 광고입니다
.
긍정적인 생각이 좋은 결과를 낳는다는 신념을 가지고 주문을 외우면

정말로 생각대로 좋은 결과가 나온다는 광고입니다.
맞습니다
.
긍정적인 생각이 긍정적인 결과를 낳습니다
.
그러니 이런 신념을 가지는 것 인간적으로 나쁘지 않습니다
.

그러나 우리는 이런 인간적 신념 대신 다른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
나의 생각을 잠글 때 하느님 생각에 잠기고
,
나의 생각을 비울 때 하느님께서 주시는 좋은 생각이 내게 들어오고

나의 생각을 포기할 때 하느님께서 이루신다는 믿음입니다.

우리는 참으로 생각이 많고 마음은 복잡합니다
.
그래서 우리는 생각을 정리하고 마음을 비우려고 애를 씁니다
.
그런데 그렇게 하는 이유가 바로

우리의 생각을 하느님 생각으로 채우고
우리의 마음에 하느님의 법을 새기기 위해서라고
오늘 히브리서는 우리에게 얘기해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