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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경호(프란치스코) OFM

~ 연중 6주간 화요일 - 하느님을 슬프게 하는 누룩 / 기경호 OFM ~

연중 6주 화 마르 8,14-21(15.2.17)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고 깨닫지 못하느냐?”(마르 8,17) 

  

Beware the Yeast of the Pharisees and Herodians

 

  

                      

 

 하느님을 슬프게 하는 누룩  

 

우리는 살아가며 서로에게 기쁨만이 아니라 때로는 상처나 슬픔을 주기도 한다.

 

그런데 우리 때문에 슬퍼하고 계시는 하느님을 의식해본 적이 있는가?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너희는 그렇게도 완고하냐?"(8,17)고 탄식하시며,

 “너희는 아직도 깨닫지 못하느냐?”(8,21) 하고 말씀하신다.

 

 왜 예수님께서는 탄식하셨을까?

 

예수님께서는 바리사이들과 헤로데의 누룩을 조심하라고 말씀하신다

(8,15).

 

누룩을 조심하라는 것은 그들의 위선과 악한 표양을 본받지 말라는 말씀이었다.

 

 제자들은 늘 예수님 곁에 있었으나 현세적인 걱정과 자신에 몰두한 탓에

 ‘생명의 빵’으로 오신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하였다.

 

그들은 하늘의 새와 들의 꽃까지 돌보시는 하느님(마태 6,25-34)을 신뢰하지 못했고,

빵의 기적을 행하신 주님께서 함께 계심에도 빵이 한 개 밖에 없다고 걱정을 했다.

 

이런 한심한 태도가 결국 예수님을 죽음으로 내몰게 된다.


한편 하느님께서는 죄악으로 가득 차고 못된 생각만을 하는 사람을 보시고는

 “사람을 만드신 것을 후회하시며 마음 아파하신다.”

(창세6,6)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당신 안에서 올바르고 흠 없이 사는

노아와 그의 식구들만은 살려 두기로 하신다.

 

 그런데 왜 잘못은 사람이 저질렀는데 사람뿐만 아니라

 모든 생물들이 그 죄과를 받아야 하는 것일까?

 

이 세상 만물,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들은 서로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아무리 작은 죄라 할지라도 온 세상을 오염시키기에 충분하며,

 한 지체가 고통을 당하면 다른 모든 지체도 함께 아파하는 것이다

(1코린12,26).

 

 그런데 노아는 하느님을 알아 뵙고 하느님의 법을 충실히 따랐기에

 자신과 자기 가족을 비롯하여 온갖 생명을 살리는 새로운 창조의 기원이 될 수 있었다.


우리도 믿음의 방주에 의탁함으로써 이 세상 온갖 근심과

두려움으로부터 해방되어 하느님의 생명에 동참해야 할 것이다.

 

믿음이란 나의 삶의 뿌리와 기준과 방향을 하느님께 두고,

주님을 나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시는 분으로,

내 삶에 있어 가장 중요한 존재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생명의 빵 자체이신 주님은 모두를 먹이고도 일곱 광주리나 남는

 헤아릴 수 없는 풍요를 가져다준다.

 

그런데 우리는 어리석게도 눈앞에 보이는 누룩

곧 완고함, 소유욕, 육의 정신에 눈이 멀어 정작 보아야 할

보물을 보지 못한 채 살아갈 때가 많다.

 

믿음의 삶이란 순수하고 애정어린 눈길로 모든 이를 바라보면서

하느님의 말씀과 예수님의 가르침과 행적을 지금 여기에서 실행하는 것이다.

 

믿음은 선 자체요

온갖 선의 근원이신 주님 안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것은

좋은 것임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삶이다.


만사를 믿음의 눈으로 보지 않는다면 쓸데없는 걱정과 불안 속에서

 중심을 잃어버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

믿음이란 낡은 습관과 고정관념, 편견, 선입견을 버리고

하느님의 눈으로 새롭게 보는 것이다.

 

예수님을 철저히 추종하는 것은 그분의 마음과 사람을 대하는 방식,

사물을 보는 방식을 받아들여 나 자신의 것으로 삼을 때 시작된다.

 

그 분의 눈으로 보면 만사 만인이 감사의 동기가 되고 창조의 계기가 되리라!

 

나아가 이유 없이 당하는 고통과 시련, 억울함과 오해받음, 절망적인 순간들,

나의 장점과 결점, 다른 이들에 대한 감정 등을 주님의 눈으로

 ‘다시’ ‘새롭게’ 바라보아야겠다.

 

이것만이 우리가 살길이며, 오늘도 우리의 죄악과 못된 생각을 보시며

 탄식하고 계시는 하느님의 마음을 헤아리는 자녀다운 자세이리라!

 

진정 내 삶의 어떤 점들이, 내 마음의 어떤 지향과 속살이 주님을 슬프게 하는가!

 

 사랑이요 진리 자체이신 주님,

 당신의 눈으로 모든 것을 새롭게 볼 수 있는 믿음의 눈을 주소서.

 

주님,

제 안의 그릇된 생각, 위선, 완고함, 교만, 소유욕, 탐욕, 권력욕,

시기, 질투와 같은 누룩을 없애주소서!

 

우리의 죄와 불신 때문에 당신이 탄식하고 후회하지 않으시도록

 오늘 다시 당신 안에 머물고,

 당신의 말씀을 갈망하며 오직 당신만으로 만족하는 저희가 되게 하소서!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 주님을 사랑합니다 - 신상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