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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경호(프란치스코) OFM

~ 사순 제 1주간 월요일 ' 멈추어 익명의 그들에게로 ' / 기경호(프란치스코) OFM ~

사순 1주 월 마태 25,31-46(15.2.23)


“하느님이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한 자 되어라.”(레위 19,2) 


  The Judgment of the Nations

 

 

                      

 

 멈추어 익명의 그들에게로  

 

나의 님은 어디에 계실까?

지금이 바로 내가 좋아하고 하고싶고 힘 있어 보이는 것들을 좇는 발길을 멈출 때이다.

 

오늘 제1독서에는 하느님의 ‘거룩함’에서 오고 그것이 하느님의 백성들에게도

 요구되는 ‘성덕의 율법’이 나온다.

 

 이는 거룩한 관계나 종교의식에 관한 규정들이 아니라

사회적 차원에 있어서의 도덕적, 규범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그 중심 주제는 공동체에 중요한 형제적인 관계에 관한 것으로서,

그 밑바탕에는 바로 이웃에 대한 사랑의 법칙이 자리하고 있다.

 

거룩하신 하느님께서는 세상과 역사의 피안(彼岸)에 존재하시는 신비 자체이시다.

 그러나 그분의 거룩함은 우리에게 관심을 가지고 사랑을 보여주시며,

인간을 자아와 물질의 노예 상태로부터 해방시켜주신다.

 

하느님의 거룩함에 참여하도록 해주는 길이 구체적으로 제시되고 있다.


이웃을 자신처럼 사랑하는 것(레위 19,18)이 거룩함으로 가는 지름길이요

님 만남의 장(場)이다.

 

 ‘도둑질하거나 속이거나 사기해서는 안 되며

하느님의 이름으로 거짓 맹세를 해서는 안 된다

(11-12절).

 

또한 이웃을 억누르거나 이웃의 것을 빼앗아서는 안 되며

(13절),

 

귀먹은 이에게 악담하거나 눈먼 이 앞에 장애물을 놓아서는 안 된다

(14절).

 

 재판할 때는 불의를 저질러서는 안 되며 공정하게 재판해야 한다

(15절).

 

중상하러 돌아다니거나 이웃의 생명을 걸고 나서서는 안 되며,

마음속으로 형제를 미워해서는 안 된다

(16-17절).

 

 형제자매의 잘못을 서슴없이 꾸짖고, 앙갚음하거나 앙심을 품어서는 안 된다

 (18절).


오늘 복음은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어떻게 해주었는가

 하는 것이 심판의 기준임을 말해준다.

 

 “가장 작은 이들”은 구체적으로 누구일까?

그들은 무엇보다도 복음을 전하는 보잘것없는 제자들을 의미한다.

 

 마태오 교회에서 많은 지식을 가지지 못하면서 그리스도를 증언하는

 겸손한 신자들의 딱한 사정은 분명히 문제시 되었던 것 같다.

 

 마태오는 지식인과 비해서 멸시를 당할 수밖에 없었던 그들의 존엄성을 상기시켜 준다.

 따라서 마태오는 심판의 보편성과 나라의 보편성을 연결시키면서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고 구현하려면 ‘가장 작은 이를 사랑해야 함’을 확인하고 있다.


가장 작은 이는 우리의 이웃이라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예수님의 공생활은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

(요한 13,34)

 하신 말씀처럼 자신 전부를 내놓으시는 사랑의 생활이었다.

 

 예수께서는 사회적 지위나 권력이나 부, 그 어떤 것에 의해서도 차별하지 않으시고

 모두를 동등한 인격체로써 대하셨다.

 

그분은 사랑을 필요로 하는 모든 사람에게 사랑을 충만히 베풀어주시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자신의 명예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오직 하느님의 뜻에 따라 모든 것을 행하셨다.


하느님과 이웃에 대한 사랑은 바로 주님의 길을 따르고자 하는 모든 이들의 삶의 목표이다.

 사랑만이 우리를 진정한 삶의 행복으로 이끌어 준다.

 

예수님께서 모든 것을 하느님의 뜻에 맡기셨듯이, 우리도 먼저

하느님의 뜻에 우리의 전 존재를 봉헌하고 그분 뜻대로 생각하고

그분의 눈으로 바라보며, 그분의 심장으로 더불어 연민해야 할 것이다.

 

주님께서 언제나 한없는 사랑으로 돌보아 주시기에 우리 삶은

 진정 행복과 기쁨으로 충만한 삶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울고 있는 이들과 굶주린 이들, 소외된 이들,

인간다운 삶을 살지 못하는 이들이 있는 한 나 홀로 기뻐할 때가 아니다.


이 사순절에 보잘것없는 나를 귀하게 여겨주시고 사랑해주시는

주님의 마음을 회상하자.

 

 나만을 보고 나의 이익과 내가 좋아하는 것,

하고싶은 것만을 추구하였던 발걸음을 멈추자.

 

 멈추어 내 밖에 '이름모르는 너', '상관없는 그'로 지나쳤던

보잘것없는 이들에게로 눈길을 돌리자.

 

참으로 순수한 마음으로 ‘가장 작은 이를’ 위해 자신과 재물과 시간과 마음을 내놓고,

 내 자신처럼 사랑해보자!

 

바로 그곳이 거룩한 성전(聖殿)이요,

 예수님의 거룩한 몸이며, 하느님 나라가 아니겠는가!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 아버지 뜻대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