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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선(레오나르도) OFM

- 제 꾀에 제가 속다 / 김찬선 신부님 -

제 꾀에 제가 속다

-김찬선신부-

“저는 그들이 저를 없애려고 음모를 꾸미는 줄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주님께서 저에게 알려 주시어 제가 알아차리게 되었습니다.”

1 독서의 예레미아는 세상 사람들이 뭘 하는지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그래서 하느님께서 알려주셔야 알아차립니다.
이런 사람을 우리는 일컬어 숙맥이라고 하는데,
세상 돌아가는 거 너무 빠삭하게 알고 발랑 까진 것보다는 낫지만
알아야 할 것을 모르는 그래서 바보라는 어감이 있는 말입니다.

아무튼 예레미아는 자기 스스로는 아무 것도 알아채지 못하고
하느님께서 알려주셔야만 알아채는 존재이며,
세상 돌아가는 것은 잘 몰라도 하느님은 잘 아는 존재입니다.
더 정확히 얘기하면 하느님을 갈망하고 하느님을 알려는 존재이며
그래서 적어도 우리보다는 하느님을 잘 압니다.

이에 비해 오늘 복음의 바리사이와 최고 의회 의원들은
세상은 잘 알고 하느님은 잘 모르며
예수가 하느님께서 보내신 메시아임을 알아채지 못합니다.
성전 경비병보다 더 알아채지 못하고
율법을 모른다고 저주한 한 군중들보다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이들은 율법은 알고 하느님은 모른 것이고,
“그분처럼 말하는 사람은 지금까지 하나도 없었습니다.”하고 말하는
성전 경비병들에게 예수께 속은 거냐고 힐난을 하는데
이들은 율법에 속은 것입니다.

그런데 이왕에 속을 거면 예수께 속아야지 율법에 속으면 되겠습니까?
그리고 율법을 모르는 군중과 달리 자기들은 율법을 안다고 하는데
안다고 하기에 속은 것이 아닙니까?
모른다고 생각하면 겸손할 것이고
겸손하면 알려고 들 터인데 안다는 것에 제가 속은 꼴입니다.

제 꾀에 제가 속은 꼴이겠지요?